2010년 220억달러서 2025년 1조달러 이상으로 급증
“AI 투자 수익성에 투자자 점점 신중”…장부 밖·순환금융도 위험요인
“AI 투자 수익성에 투자자 점점 신중”…장부 밖·순환금융도 위험요인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2년간 세계 증시를 끌어올린 인공지능(AI) 투자 열기가 부채와 레버리지 확대, 미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점차 취약해지고 있다는 국제결제은행(BIS)의 경고가 나왔다.
AI 관련 기술기업들의 차입 규모는 지난 2010년 약 220억달러(약 29조5900억원)에서 2025년 1조달러(약 1345조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BIS는 AI 관련 자금조달 가운데 상당 부분이 기업 대차대조표 밖에 있거나 기업들 사이에서 자금이 돌고 도는 구조로 이뤄져 위험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했다.
로이터통신은 BIS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세계 증시와 글로벌 경제를 떠받쳐온 AI 투자 모멘텀이 최근 취약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고 14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프랭크 스메츠 BIS 경제분석 책임자는 “주식시장을 끌어올리고 지난해 세계 경제의 회복력에 기여했던 AI 모멘텀이 점점 더 취약해지는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AI 투자 수익성에 투자자 경계 커져
BIS 보고서는 투자자들이 앞으로 AI 투자에서 실제로 얼마나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 점점 더 신중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의 레버리지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을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AI 관련주는 14일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 주말 사이 주요 AI 기업 수장들이 인류에 대한 위험을 막기 위해 첨단 AI 기술의 개발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잇따라 경고한 영향이다.
BIS는 “AI 투자 문제와 함께 각국의 취약한 재정상황과 지정학적 긴장, 변동성이 커진 에너지 가격도 세계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AI 기업들이 수천억달러 규모의 부채를 발행하고 있는 점도 국채금리 상승 압력을 더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막대한 정부부채에 대한 기존 우려에 기업들의 대규모 자금 수요까지 더해질 경우 채권시장에서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아직 스트레스 없어…회복력 지속은 불확실”
다만 BIS는 현재 금융시장에 위기 징후가 나타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스메츠 책임자는 “전반적으로 스트레스의 징후는 없다”며 최근 몇 달 동안 투자자들의 위험선호가 놀라울 정도로 탄탄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채권금리 상승 압력이 계속될 경우 지금까지의 시장 회복력이 유지될지는 불확실하다고 경고했다.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BIS는 최근 세계 부채 수준과 증시 거품 가능성에 대해 반복적으로 경고해왔다.
스메츠 책임자는 AI 분야에서 BIS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으로 부채와 레버리지의 빠른 증가를 꼽았다.
특히 상당수 금융거래의 구조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거래가 기업 대차대조표 밖에서 이뤄지고 서로 투자한 자금이 다시 상대 기업의 매출로 돌아오는 순환적인 성격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기업 차입 15년 새 45배 이상
BIS는 이번 보고서에서 AI 산업으로 흘러든 사모시장 자금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기술기업들의 관련 차입 규모는 2010년 약 220억달러(약 29조5900억원)에서 2025년 1조달러(약 1345조원) 이상으로 늘었다.
15년 사이 45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전체 사모신용에서 기술기업 차입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2%에서 44%로 두 배 높아졌다.
BIS는 형태를 가리지 않은 기술기업의 전체 대출 잔액은 약 2조5000억달러(약 3362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AI 산업의 성장 자체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구조가 세계 신용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높아진 것이다.
AI 투자에서 기대했던 수익이 실현되지 않거나 자금조달 비용이 계속 상승할 경우 이처럼 커진 부채와 레버리지가 금융시장의 취약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이 BIS의 우려다.
◇중앙은행 물가 설명도 갈수록 복잡
BIS 보고서는 중앙은행의 물가 소통 문제도 함께 분석했다.
BIS는 AI를 이용해 세계 중앙은행의 연설과 보고서 수천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에너지 가격의 급격한 등락을 제외한 ‘근원물가’ 지표가 중앙은행의 정책 설명에서 이전보다 더 자주, 더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BIS는 이러한 변화가 경제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지만 중앙은행의 메시지가 갈수록 복잡해질 경우 일반 대중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BIS의 이번 진단은 AI 기술 자체의 성장 가능성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AI 투자 열기를 뒷받침해온 금융구조의 취약성이 커지고 있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현재 시장에서는 뚜렷한 스트레스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AI 기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과 급증한 부채, 상승하는 채권금리가 동시에 맞물릴 경우 지난 2년간 세계 증시를 이끌어온 AI 랠리의 회복력이 시험받을 수 있다는 것이 BIS의 평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