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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수직 적층 발열 난제 풀었다"… 화웨이, 차세대 프로세서 과열 극복 선언

반도체 수장 허팅보 사장 논문 발표… 트랜지스터 밀도 55% 높이고 전력 소모 최대 66% 절감
'타우 스케일링 법칙' 입증… 회로 수직 폴딩으로 신호 이동 거리 단축해 에너지 낭비 차단
극자외선(EUV) 배제하고 2031년 1.4나노급 밀도 조준… 차기 메이트 플래그십 탑재 청신호
수직 적층 아키텍처를 적용해 과열 문제를 극복했다고 밝힌 화웨이의 차세대 기린 프로세서. 사진=화웨이이미지 확대보기
수직 적층 아키텍처를 적용해 과열 문제를 극복했다고 밝힌 화웨이의 차세대 기린 프로세서. 사진=화웨이

미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 제재 속에서 독자적인 칩 개발 경로를 개척 중인 중국 최대 통신·기술 대기업 화웨이(Huawei)가 칩 회로를 수직으로 쌓아 올릴 때 발생하는 치명적인 '과열 병목 현상'을 기술적으로 완벽히 해결했다는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기린 2026(Kirin 2026)’ 출시를 앞두고 제기되던 발열 회의론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없이도 3D 적층 기술을 통해 초미세 공정 수준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달성할 수 있음을 실증했다는 평가다.

9월 7일(현지시각) 홍콩 영자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 과학자위원회 위원장이자 반도체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HiSilicon)을 이끄는 허팅보(Teresa He Tingbo) 사장은 중국 오픈소스 학술 논문 플랫폼 차이나아카이브(ChinaXiv)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신 연구 논문을 공식 게재했다.

허 사장은 논문에서 "발열 문제는 독자적인 아키텍처인 '타우 스케일링 법칙(Tau Scaling Law)'에서 가장 큰 기술적 우려로 지목되어 왔으나, 신형 기린 칩 실측 결과는 이러한 편견을 완벽하게 뒤집었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기린 2026 칩은 이전 세대 모델보다 발열 온도가 현저히 낮아진 '쿨링'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단위 면적(㎟)당 트랜지스터 밀도를 55% 끌어올렸고 핵심 연산 작업에서의 전력 소비를 최대 66%까지 대폭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회로를 수직으로 '접었다'… 신호 이동 거리 줄여 에너지 낭비 원천 차단


화웨이가 발열을 잡은 핵심 원리는 능동 회로 계층을 수직으로 겹겹이 쌓는 '로직 폴딩(LogicFolding)' 기술에 있다.

기존의 평면(2D) 칩 설계에서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 디지털신호처리기(DSP) 등 스마트폰의 전력 소모와 열을 좌우하는 핵심 연산 모듈 간의 물리적 배선 길이가 길어 신호 이동 과정에서 막대한 저항열과 에너지 낭비가 발생했다.
반면 화웨이는 활성 칩 레이어를 3차원으로 수직 적층함으로써 데이터가 오가는 물리적 거리를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이를 통해 지난해 출시된 전작 '기린 9030 프로' 대비 트랜지스터 집적도를 55% 높이면서도 배선 저항으로 인한 불필요한 발열을 사전에 차단했다.

국내 금융사인 카이위안(Kaiyuan) 증권은 분석 노트를 통해 화웨이가 두 가지 정밀 설계 기법으로 열 관리를 완성했다고 짚었다.

회로를 수직 폴딩해 특정 부위에 열이 집중되는 '핫스팟(국소 고온 현상)'을 방지했고, 열 방출이 가장 극심한 고부하 모듈을 방열판과 가장 가까운 최적의 방출 경로에 전략적으로 배치했다.
카이위안 증권은 "신형 칩은 발열 억제와 트랜지스터 밀도 확장을 동시에 달성함으로써, 배터리 절약 모드와 최고 성능 부스트 모드 사이를 유연하게 오갈 수 있는 뛰어난 전력 대 성능비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EUV 없이 '1.4나노' 조준… 美 제재 우회하는 3D 패키징 로드맵


이번 논문은 화웨이가 지난 5월 독자 발표한 '타우 스케일링 법칙' 프레임워크의 완결판 성격을 띤다.

허팅보 사장이 주창한 이 이론은 네덜란드 ASML의 첨단 EUV 노광장비 도입이 미국 규제로 원천 차단된 조건 아래서, 3차원 이종 집적과 수직 적층 설계만으로 오는 2031년까지 서방의 최첨단 1.4나노미터(㎚) 공정에 맞먹는 트랜지스터 밀도를 구현하겠다는 거대한 기술 로드맵이다.

지난 7월 실제 양산 테스트 데이터를 바탕으로 트랜지스터 밀도 55% 향상을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에 상용화의 마지막 걸림돌로 꼽히던 과열 문제까지 해결했음을 공언하면서 화웨이의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이트(Mate)' 시리즈 출시 준비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사모예드 클라우드 테크놀로지 그룹의 정레이(Zheng Le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아키텍처는 미국의 숨 막히는 장비 제재 속에서 화웨이가 생존을 위해 고안해 낸 '필요의 산물'"이라며 "물리적 한계는 존재하지만, 중국 반도체 산업이 독자 생존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개발 공간을 열어젖혔다"고 평가했다.

中 파운드리·OSAT 소부장 전반으로 열 관리 기술 낙수효과 기대


업계 전문가들은 화웨이의 이번 열 관리 기술 혁신이 자사 스마트폰 칩을 넘어 중국 반도체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의 테크 싱크탱크 커팡더(Kefangde)의 장신위안(Zhang Xinyuan) 수석 연구원은 "화웨이의 수직 적층 및 열 제어 메커니즘은 신소재 개발과 3D 이종 집적 패키징 기술 분야 전반에서 강력한 연쇄 혁신을 촉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이위안 증권 역시 향후 투자 및 기술 협력의 초점이 자국 파운드리 팹은 물론 첨단 후공정(OSAT) 패키징·테스트 및 신형 열 제어 장비 공급사들로 급속히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웨이의 타우 스케일링 칩 발열 극복 선언은, 향후 ‘미국의 첨단 장비 수출 통제로 초미세 선폭 경쟁이 가로막힌 중국 반도체 진영이 3D 수직 적층과 패키징 열역학 설계를 무기로 서방과의 물리적 기술 격차를 무력화하려는 치열한 우회 반격’인 동시에 ‘차세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가 독자 하드웨어 성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복원하기 위한 중대한 기술적 승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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