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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AI 투자 적중…美 대학기금 수익률 반전

하버드 스페이스X 지분 약 3조원…일부 기금 S&P500 추월 전망
사모시장 부진 수년 만에 역전…오픈AI·앤스로픽 가치 상승도 효자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하버드대 교정.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하버드대 교정. 사진=로이터

미국의 대형 대학기금들이 스페이스X와 오픈AI, 앤스로픽 등 IT 기업에 일찍 투자한 덕분에 수년간 이어진 저조한 수익률에서 벗어나고 있다.

일부 대학기금은 지난 6월 말까지 1년간 20% 넘게 오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수익률을 따라잡거나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페이스X의 대형 기업공개(IPO)와 오픈AI·앤스로픽 등 인공지능(AI) 기업의 기업가치 급등이 비상장 기술기업에 일찍 투자한 미국 대형 대학기금에 막대한 투자이익을 안겨주고 있다고 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대학기금 투자성과를 추적하는 투자 컨설팅업체 케임브리지 어소시에이츠는 일부 대학기금이 S&P500을 크게 앞설 것으로 예상했다.

대부분의 대학기금은 아직 6월 말로 끝난 회계연도의 공식 투자성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비상장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3년간 S&P500에 완패…올해는 판 뒤집혔다

FT에 따르면 이번 반등은 미국 대형 대학기금이 최근 수년간 주식시장에 크게 뒤졌던 흐름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미대학경영자협회(NACUBO)와 커먼펀드에 따르면 자산이 50억달러(약 6조7000억원)가 넘는 대학기금의 2025년 6월까지 3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7.8%였다.

같은 기간 S&P500의 연평균 수익률은 19.7%에 달했다.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투자 비중이 높은 대형 대학기금이 공개 주식시장보다 크게 뒤처진 것이다.

미국 대형 대학기금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모투자 비중을 크게 높였다. 장기간에 걸쳐 공개시장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이른바 ‘대학기금 모델’이 확산된 영향이다.

그러나 2021년 비상장 기업의 기업가치가 정점을 찍은 뒤 급락했고 사모시장 가치 회복도 공개 주식시장보다 늦어지면서 대학기금의 성과를 끌어내렸다.

IPO와 기업 인수합병도 줄어들면서 사모투자 회수금이 기금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유동성 문제까지 겹쳤다.

올해는 상황이 반대로 움직였다.

스페이스X의 대규모 상장과 AI 기업 가치 급등으로 소수의 성공적인 비상장 기술기업에 투자했던 대학기금들이 큰 수익을 거두기 시작했다.

◇하버드, 스페이스X만 약 3조원 보유

대표적인 수혜자는 하버드대다.

하버드대 기금은 지난 6월 30일 기준 약 22억달러(약 3조원) 상당의 스페이스X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버드대 기금이 보유한 단일 상장주식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스페이스X 상장 이후 주가가 오르면서 하버드대는 상당한 투자이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AI를 비롯한 유명 기술 스타트업 지분도 올해 기금 수익률을 크게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이는 지난해와 정반대 상황이다.

하버드대 기금을 운용하는 하버드매니지먼트컴퍼니의 NP 나르베카 최고경영자(CEO)는 2025년 사모주식 비중이 41%에 달하는 반면 상장주식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아 투자성과가 부진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당시 약점으로 작용했던 사모·벤처 투자가 올해는 수익률 반등의 핵심 동력이 된 셈이다.

노스캐롤라이나대(UNC) 기금도 스페이스X 초기 투자로 큰 이익을 얻었다.

UNC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부터 스페이스X에 투자했다.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해당 지분은 약 150억달러(약 20조2000억원)를 운용하는 UNC매니지먼트컴퍼니 자산의 약 10%까지 불어났다.

이 같은 투자 성과에 힘입어 UNC 기금은 지난 6월까지 1년 동안 3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콜로라도대 스페이스X 투자 57배로 불어나

콜로라도대 재단도 스페이스X의 초기 투자자다.

35억달러(약 4조7000억원)를 운용하는 콜로라도대 재단은 지난 6월까지 1년 동안 20.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S&P500 상승률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09년부터 시작한 스페이스X 투자 가치는 최초 투자금의 57배까지 증가했다.

워싱턴대 투자관리회사도 올해 높은 투자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스페이스X와 AI 반도체 업체 세레브라스시스템스 등에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스콧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스페이스X와 세레브라스, 다른 공동투자가 올해 투자성과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모투자 회수금도 다시 대학기금으로 유입되고 있다.

콜로라도대 재단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리티 파트너스에 따르면 사모펀드 투자금 분배는 지난해 4분기부터 회복되기 시작했고 올해 상반기 들어 더욱 빨라졌다.

최근 3년 동안 사모시장을 짓눌렀던 유동성 부족이 완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벤처 회수액 사상 최대…5개 기업 빼면 87% 급감

다만 모든 미국 대학기금이 기술주 투자 호황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올해 벤처투자 회복은 극소수 대형 기술기업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

피치북과 전미벤처캐피털협회(NVCA)에 따르면 미국 벤처캐피털의 올해 1분기 투자회수 규모는 사상 최대인 3470억달러(약 466조7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상위 5개 투자회수 사례를 제외하면 전체 규모는 87%나 줄어든다.

스페이스X와 오픈AI, 앤스로픽 같은 극소수 초대형 기술기업에 투자했느냐에 따라 기금별 성과가 크게 갈릴 수 있다는 뜻이다.

커먼펀드 프라이빗에쿼티의 마크 호잉 최고경영자(CEO)는 고성장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지 못한 기관들은 올해 기업가치 상승의 효과를 크게 체감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대학기금의 반등은 벤처투자가 장기간 높은 수익을 만들어낼 가능성을 다시 보여줬지만 동시에 소수 기업에 성과가 지나치게 집중되는 위험도 드러냈다.

올해 S&P500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한 사립대학 기금 관계자도 이 같은 수준의 수익률은 예외적이며 다음 대형 성공기업이 나타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계했다.

수년 동안 대학기금의 발목을 잡았던 비상장 자산이 올해는 스페이스X와 AI 기업의 가치 상승을 계기로 반전의 동력이 됐다.

그러나 올해의 높은 수익률이 미국 대학기금의 구조적인 부활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스페이스X 이후 또 다른 대형 투자 성공 사례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등장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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