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불만에 유럽·아시아까지 가세…中만 의장성명 반대
작년 무역흑자 1.2조달러…“수출 의존·비시장정책 없애라”
작년 무역흑자 1.2조달러…“수출 의존·비시장정책 없애라”
이미지 확대보기중국의 과잉생산과 수출 중심 성장전략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유럽과 아시아 주요국으로 확산하면서 중국을 겨냥한 국제적 공동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중국을 제외한 19개국이 중국의 산업정책을 사실상 비판하는 데 뜻을 모으면서 그동안 미·중 양국 간 통상 갈등으로 여겨졌던 문제가 글로벌 현안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제조업·수출 공세를 둘러싼 미국의 우려에 다른 주요국들도 동조하기 시작했다며 중국의 수출 중심 경제모델에 대한 국제적 압력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고 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는 중국의 과잉생산과 수출 의존도를 사실상 겨냥한 의장성명이 나왔다.
성명은 중국을 직접 지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과도하고 지속적인 대외 흑자를 내는 국가”가 국내 소비를 억제하고 성장을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만드는 왜곡을 제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비시장적 정책과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 부분에 반대했고 나머지 19개국은 모두 지지했다.
◇ 美만의 불만 아니다…G20 19개국 한목소리
한린 미국 컨설팅업체 아시아그룹 중국 담당 매니징디렉터는 G20이 비시장적 왜곡과 과잉생산 문제에 이 정도로 강한 합의를 보인 경우는 드물다며 중국 산업정책이 다른 국가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에 대한 주요국의 인식이 빠르게 수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도 G20 국가들이 “비시장 경제가 끝없이 값싼 수출품을 쏟아내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중국 문제에 대한 각국의 분위기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취지로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조차 이번 성명에 반대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일본이 먼저 문제를 제기하기도 전에 다른 국가들이 더 이상 대응 방향을 분명히 하는 것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G20 의장성명도 과도하고 지속적인 경제 불균형이 다른 국가의 성장을 저해하고 공급망 취약성을 키우며 경제적 긴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자동차·전자·중공업까지…유럽·아시아 위기감 확산
유럽과 아시아 각국이 중국의 수출 확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자국 제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국은 부동산 침체와 소비 부진 등 내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제조업 생산을 늘리고 해외시장으로 판로를 확대해왔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전자제품, 중장비 등 중국산 제조품이 세계시장으로 빠르게 밀려들면서 각국 제조기업들이 가격 경쟁 압박을 받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지난 2월 내놓은 보고서 제목부터 '중국의 증기롤러'였다.
이 보고서는 중국의 수출 공세가 유럽 생산 시스템의 핵심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신흥국도 예외가 아니다.
G20 회원국 가운데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인도네시아에서도 값싼 중국산 제품 유입으로 자국 제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정부 관계자들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가 선진국 제조업 보호 문제를 넘어 신흥국의 산업 기반까지 위협하는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셈이다.
◇中 무역흑자 1.2조달러…내수보다 수출 의존
중국을 향한 불만의 핵심에는 막대한 무역흑자가 자리하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상품 무역흑자는 1조2000억달러(약 1640조원)에 달했다.
미국과 유럽 등은 중국 정부가 기업과 산업에 지원을 집중해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하는 반면 가계 소비를 충분히 키우지 않아 남는 생산량이 해외시장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G20 의장성명에서 “국내 소비를 제한하는 왜곡을 제거하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이 같은 지적에 반발한다.
중국 상무부는 앞서 중국의 이른바 과잉생산 문제를 과장하는 데 반대한다며 수출 경쟁력은 정부의 불공정 지원이 아니라 대규모 생산에 따른 규모의 경제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도 2일 G20이 합의와 평등한 참여의 원칙에 따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세계 경제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공감대 커져도 '대중 관세동맹'은 아직 먼 길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가 확대됐지만 각국이 미국처럼 대규모 관세장벽을 세울지는 불확실하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자국 시장 진입을 크게 제한하고 있지만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의 무역·투자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데버라 엘름스 싱가포르 힌리치재단 무역정책 책임자는 중국의 과잉생산이 문제라는 데에는 합의하기 쉬워도 구체적으로 어떤 대응책을 사용할지에 대해서는 합의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각국이 미국의 예측하기 어려운 통상정책을 경계하는 데다 중국의 보복 가능성도 부담이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응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면서 미국뿐 아니라 세계 제조업체들에 충격을 줬다. 일본과 대만 문제로 갈등을 빚은 뒤 일부 핵심광물 수출을 차단한 사례도 있다.
알리시아 가르시아에레로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 아시아태평양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이번 G20 성명이 중국과의 정면충돌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성명 문구가 충분히 포괄적이어서 각국이 중국과 직접적인 양자 대결을 선언하지 않고도 서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반대하고 나머지 G20 회원국이 모두 동의했다는 사실 자체는 중국의 수출 중심 성장전략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이 제기해온 중국 과잉생산 문제가 유럽과 아시아 주요 경제국의 공통 현안으로 자리 잡으면서 앞으로 중국에 내수 확대와 산업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국제적 압력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