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빈 구매에 28억달러 투입…텍사스에 블레이드·베인 주조공장 준비
머스크, APR에너지까지 인수…AI 데이터센터 전력망 수직계열화
머스크, APR에너지까지 인수…AI 데이터센터 전력망 수직계열화
이미지 확대보기가스터빈 완제품을 대규모로 사들이는 데 이어 이동식 발전업체까지 확보한 상황에서 공급망 병목의 핵심 부품 생산까지 내부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미국 IT 전문매체 더인포메이션은 스페이스X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약 48㎞ 떨어진 배스트럽에 대형 가스터빈용 블레이드·베인 주조공장을 구축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스페이스X의 최근 채용공고에는 신규 블레이드·베인 주조공장의 건설과 생산 확대를 담당할 수석 운영 엔지니어를 모집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며 더인포메이션은 이같이 전했다.
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재료 엔지니어, 자동화 엔지니어, 주조용 금형을 설계할 툴링 엔지니어도 모집하고 있으며 또 다른 채용공고에는 배스트럽의 ‘신규 산업용 가스터빈 블레이드·베인 생산라인’에서 고온 초내열합금 부품의 밀링 작업을 담당할 컴퓨터수치제어(CNC) 프로그래머를 찾는다고 적혀 있다.
◇가스터빈에 28억달러…AI 전력난 정면 돌파
스페이스X가 핵심 부품 자체 생산까지 나선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수요가 있다.
스페이스X는 향후 3년간 xAI 데이터센터용 가스터빈 확보에 28억달러(약 3조8700억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약 8억500만달러(약 1조1100억원) 규모의 터빈 구매계약을 맺었고 4월에는 이동식 가스터빈 등에 20억달러(약 2조7600억원)를 추가 투입하는 계약을 추진했다.
xAI는 멤피스 지역의 콜로서스 데이터센터에서 수십기의 이동식 가스터빈을 가동해 자체 전력을 확보해왔다.
지난 5월 기준 콜로서스2에 설치된 이동식 터빈은 46기로 전체 발전능력은 500MW를 넘었다.
이후 설치 대수는 더 늘어났다.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반도체를 빠르게 확보하더라도 전력망 연결과 발전설비를 확보하지 못하면 실제 가동할 수 없다.
머스크는 앞서 가스터빈의 블레이드와 베인이 전체 터빈 공급 속도를 제한하는 핵심 병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생산 속도로는 이미 생산되고 있는 AI 반도체를 모두 가동할 만큼 충분한 전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터빈 날개, 2000도 가까운 환경 견뎌야
블레이드와 베인은 가스터빈에서 가장 제작이 어려운 부품 가운데 하나다.
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이들 부품은 약 1650~1980도에 이르는 초고온 환경을 견뎌야 한다.
금속 자체의 녹는점보다 높은 온도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니켈계 초내열합금과 내부 냉각구조, 특수 코팅 기술이 적용된다.
주조 과정에는 일반 주조뿐 아니라 방향성 응고와 단결정 구조를 구현하는 고난도 공정이 필요하다.
전 세계에서 이 같은 부품을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주요 주조업체들의 생산능력이 이미 포화 상태여서 GE버노바 등 대형 가스터빈 업체들은 2030년 인도분까지 주문이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AI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이 심해질수록 터빈보다 블레이드와 베인 같은 핵심 부품이 전력 공급의 병목이 되는 구조다.
◇머스크, 1조3800억원 들여 APR에너지 직접 인수
머스크는 자체 생산시설이 완성되기 전 사용할 전력설비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머스크는 이동식 발전업체 APR에너지를 개인 명의로 인수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자료에는 인수 주체가 스페이스X가 아니라 머스크 개인으로 기록돼 있다.
인수 가격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소수 지분 매각가격을 토대로 약 10억달러(약 1조3810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APR에너지는 이동식 가스·디젤 터빈을 운용하는 업체로 보유 발전능력은 1GW가 넘는다.
전력망 연결을 수년간 기다리지 않고 이동식 발전기를 현장에 설치해 단기간 안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AI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강점으로 꼽힌다.
모건스탠리는 스페이스X가 각종 구매계약과 APR에너지의 발전설비를 활용해 2027년 말까지 약 3~4GW의 임시 발전능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콜로서스에 1.2GW 상설 발전소도 건설
이동식 터빈은 임시 전력원이다.
스페이스X는 콜로서스 데이터센터 인근에 1.2GW 규모의 상설 천연가스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미시시피주 환경당국의 허가자료에 따르면 이 발전소에는 16.48~50MW급 가스터빈 41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스페이스X는 현재 운용하는 무허가 이동식 터빈을 2027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철거하고 상설 발전설비로 전환할 계획이다.
콜로서스 지역의 이동식 터빈 운용은 환경단체들의 반발도 사고 있다.
미국 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와 환경단체들은 허가 없이 가동되는 가스터빈이 청정대기법을 위반하고 대기오염을 악화시켰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스페이스X는 이동식 터빈이 관련 규제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2027년 지상 데이터센터 10GW 목표
전력 확보 경쟁의 배경에는 스페이스X의 공격적인 AI 인프라 확장 계획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머스크는 이달 투자자들에게 스페이스X가 2027년 말까지 지상 데이터센터 연산용량을 10GW 이상 구축할 수 있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필요한 엔비디아 AI 반도체도 이미 상당 부분 확보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반도체에 공급할 전력이란 지적이다. 데이터센터 건물과 서버를 빠르게 마련해도 발전소와 송전망 확보에는 수년이 걸릴 수 있어서다.
스페이스X가 이동식 발전업체 인수, 대규모 가스터빈 구매, 상설 발전소 건설에 이어 블레이드·베인 주조공장까지 추진하는 것은 이 같은 전력 병목을 외부 공급망에 맡기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로켓과 AI용 부품 한 공장에서 생산 가능성
새 주조공장은 AI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스페이스X의 우주사업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너스 분석가는 “스타십의 랩터 엔진에 들어가는 터보펌프 주조부품과 가스터빈 블레이드가 비슷한 초내열합금과 용광로, 숙련인력을 필요로 한다”고 분석했다.
하나의 공장이 로켓과 발전용 부품을 함께 생산하면 설비투자와 인력비용을 두 사업에 분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단결정 터빈 블레이드와 같은 고난도 부품을 안정적으로 양산하는 기술은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더인포메이션은 기존 전문업체들이 수십년간 축적한 제조기술을 스페이스X가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으며 실제 대량생산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스페이스X가 핵심 터빈 부품 자체 생산에 성공하면 AI 데이터센터 경쟁에서 가장 큰 장애물 가운데 하나인 전력설비 공급망까지 직접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에 이어 발전설비 핵심 부품까지 자체 확보하려는 머스크의 수직계열화 전략이 2027년 10GW AI 인프라 목표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