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군함 외형 선호에 함교 전방 이동 검토 착수
척당 220억 달러 투입하는 포드급 10척 일정 차질 우려
만성적 유지보수 적체 심화 속 한국 조선업 협력 주목
척당 220억 달러 투입하는 포드급 10척 일정 차질 우려
만성적 유지보수 적체 심화 속 한국 조선업 협력 주목
이미지 확대보기미 해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건조 중인 차세대 제럴드 R. 포드급 항공모함의 통제탑 위치를 전면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척당 220억 달러(약 31조 2070억 원) 규모의 국방 사업에 혼선이 발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8월 16일(현지시각) 전·현직 정부 관료 7명의 발언을 인용해 미 해군이 신형 항공모함의 통제탑을 선체 후방에서 중앙 쪽으로 옮기는 설계 타당성 평가에 착수했다고 보도하면서 대규모 사업 지연을 경고했다.
백악관이 미국 조선업 부활을 명분으로 군함 설계를 직접 압박하는 흐름 속에서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MRO)와 신조 사업에 참여하는 한국 조선업계의 파급 경로에도 변동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2차대전 군함 선호가 부른 설계 혼선
장비 사양을 과거로 되돌리는 지시도 내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3일 국가안보각서를 발령해 차세대 항공모함에 탑재하는 첨단 전자기식 사출기(EMALS) 대신 과거에 쓰던 증기식 사출기를 다시 적용하는 계획을 마련하라고 해군에 요구했다. 백악관은 검증되고 신뢰할 수 있는 설계를 강조했으나, 이미 전자기식 사출기 기술 검증을 끝낸 해군은 혼란에 빠졌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1기 행정부 시절에도 같은 요구를 검토했으나, 재설계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척당 31조 원 사업 뒤흔드는 통제탑 이동
설계 수정은 천문학적인 추가 예산 지출을 부른다. 미 의회예산처(CBO)와 미 해군 조선 계획에 따르면 향후 40년 동안 최대 10척을 건조할 예정인 포드급 항공모함의 척당 예상 비용은 220억 달러(약 31조 2070억 원)에 이른다.
현재 1번함 포드함만 실전 배치를 마쳤고 2번함 케네디함은 해상 시험 중이며, 3번함 엔터프라이즈함과 4번함 도리스 밀러함은 건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선박 중심 구조물인 통제탑을 옮기면 건조 일정 전반이 뒤흔들린다.
해군 장교 출신인 브라이언 클락 허드슨연구소 연구원은 통제탑 이동을 두고 "선박의 부력과 무게중심을 완전히 바꾸는 대대적인 재설계"라며 "사업 전반에 극심한 혼란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통제탑을 선체 뒤쪽에 둔 기존 설계는 갑판 위 항공기 공간을 확보해 출격 시간을 줄이고 착함 시 난기류를 줄이려는 공학적 계산의 결과였다.
건조 지연 리스크와 함대 정비 적체
신형 함정의 설계 수정은 미 해군의 만성적인 전력 공백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 해군은 잦은 해외 파병으로 유지보수 적체에 시달리고 있다. 중동에 배치된 에이브러햄 링컨함 승조원들은 항구 기항 없이 200일 동안 작전을 수행해 피로도가 한계에 달했다.
신규 함정 공급이 늦어지면 미군 함정 정비 수요는 더 누적될 수밖에 없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 주요 싱크탱크는 미국 조선업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 MRO와 공동생산을 분산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제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역시 지난 14일 국가안보 대통령각서를 통해 미국 내 조선소를 인수한 외국 업체에 한해 본국 조선소에서 함정을 최대 2척까지 한시적으로 건조해 공급할 수 있도록 국가안보 예외 조치를 발동했다.
한국 조선업계는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MRO)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내 신조 함정 건조 지연이 장기화하면 한국 기업의 특수선 정비 수주 기회가 확대되는 경로가 열린다. 반면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규제가 강화될 경우 외국 조선소 활용이 제한되는 반대 시나리오도 상존한다.
미 해군 항공모함 재설계 검토는 정치적 요구와 군사 공학이 충돌하는 상징적 사례로 남게 됐다. 향후 의회의 국방수권법 심의 과정에서 예산 낭비와 전력 공백을 둘러싼 공방이 거세질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