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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롤터 해저 전력선, 스페인의 對모로코 압박 '에너지 제재 카드' 논란

스페인 타리파 연결 전력망...모로코 전력 수요의 최대 20% 공급
총 1900억 원 규모 투입한 ‘레모 프로젝트’...모로코 공업화 기여
세우타 국경 대규모 이주민 갈등 속 전력 차단 압박론과 부작용 우려 대립
스페인에서 모로코로 연결되는 해저 전력망의 스페인쪽 전력 송배전 시설 이미지=제미나이3.5이미지 확대보기
스페인에서 모로코로 연결되는 해저 전력망의 스페인쪽 전력 송배전 시설 이미지=제미나이3.5
스페인 타리파와 아프리카 대륙의 모로코를 잇는 29km 길이의 지브롤터 해저 전력망이 양국 간 영토 분쟁에서 스페인의 강력한 외교적 억제 수단으로 떠올랐다.
스페인 일간지 엘문도는 최근 이 해저 전력선이 모로코 경제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작용한다고 보도했다.

모로코 전력망의 핵심 완충 장치


모로코는 지브롤터 해저 전력선을 통해 전체 전력 수요의 최대 20%를 공급받는다. 이 인프라는 단순한 전력 수입 통로를 넘어 모로코 전력망을 유럽 계통과 동기화하는 기준선 역할을 맡는다.

스페인 나바라대학교(Universidad de Navarra) 글로벌어페어스 연구소의 이그나시오 우르바소스 연구원은 이 케이블이 모로코 전력망의 주파수를 유지해 준다고 분석했다.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수 밀리초 만에 계통을 안정시키는 완충 장치라는 의미다.

모로코가 2021년 알제리와 외교 관계를 끊은 뒤 이 전력선은 모로코에 남은 유일한 대형 외부 연결 통로로 작동한다.

모로코 산업화에 기여한 총 1억 1500만 유로 투자


지브롤터 해저 전력망 사업은 1986년에 처음 구상됐다. 초기에는 지역 주민과 어민들이 환경 파괴를 이유로 반대했으나 1997년에 가동을 시작했다. 초기 전송 용량은 60만 가구가 동시 사용하는 700MW 규모였다.
전력 수요가 늘어나자 스페인 전력망 공사와 모로코 전력국은 2000년부터 설비 증설 작업에 들어갔다. 양국은 각각 5750만 유로씩 총 1억 1500만 유로(약 1878억 원)를 투자했다.

해당 사업은 '레모 프로젝트(Proyecto REMO)'라는 명칭으로 진행됐다. 특수 선박을 동원해 최대 620m 깊이 해저에 7000t에 달하는 케이블을 설치했다.

2006년 완공된 증설 설비는 송전 용량을 두 배로 확대했다. 증설된 전력선은 자동차와 전자 산업 거점인 모로코의 탕헤르 메드 공업지대 구축에 기여했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은 모로코가 대규모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에너지 무기화 둘러싼 신중론


최근 스페인 세우타(Ceuta) 국경으로 이주민 약 7만 명이 유입되면서 양국 갈등이 깊어지자 스페인 내부에서는 전력망을 압박 수단으로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르바소스 연구원은 전력 공급이 가스 거래와 달라 장기 계약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스페인이 독자적으로 공급을 중단할 수 있으므로 외교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전력 차단 카드가 부작용을 부를 것이라는 경고도 명확하다.

‘레모 프로젝트’ 당시 스페인 전력망 공사 회장을 지낸 루이스 아티엔사 전 장관은 이 인프라를 압박 수단으로 쓰는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모로코가 에너지 자립에 과도하게 매달리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호르헤 데스카야르 전 국가정보국 국장도 전력 차단 시도가 보복의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쪽의 일방적인 에너지 제재는 양국 모두에 회복하기 힘든 손실을 안길 위험을 안고 있다. 양국의 비대칭적 전력 의존 관계는 향후 외교 대치 국면에서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심완섭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iberwld@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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