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첫 실적·보호예수 해제에 극심한 변동성"
AI에 자본지출 86% 집중…“2030년 매출 1조달러”
AI에 자본지출 86% 집중…“2030년 매출 1조달러”
이미지 확대보기상장 전 투자자들에게 우주·인공지능(AI) 제국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지만 상장 이후에는 막대한 AI 투자와 수익성, 주가 변동성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페이스X 주가가 지난 한 주 동안 롤러코스터 같은 움직임을 보이면서 머스크가 다시 기업 운영의 현실적인 압박에 직면했다고 9일(이하 현지시각) 분석했다.
스페이스X 주가는 지난주 하루에만 거의 14% 급락했다가 7일에는 주초보다 20% 이상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불과 며칠 사이 시가총액 변동폭이 3000억달러(약 423조3000억원)를 넘어섰다.
지난 6월 역대 최대 규모 IPO를 성사시킬 당시 머스크가 제시한 장밋빛 미래가 이제 실행 단계로 접어들면서 투자자들의 평가도 한층 냉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 첫 실적 나오자 AI 투자 부담 부각
변동성이 본격적으로 커진 계기는 지난 4일 발표된 상장 후 첫 분기 실적이었다.
스페이스X의 실적은 월가의 예상을 웃돌았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은 AI에 투입되는 막대한 자금으로 쏠렸다. 이어 6일에는 일부 내부자와 상장 전 주주들의 보호예수까지 해제되면서 주가 변동성이 더욱 커졌다.
스페이스X의 최근 자본지출 가운데 AI가 차지한 비중은 86%에 달했다. 회사 측은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빠르면 1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시장에서는 막대한 지출을 우려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공매도 투자자들도 스페이스X 주가 하락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머스크는 이에 투자자들을 다시 미래의 성장성으로 설득하는 데 나섰다.
그는 스페이스X의 AI 컴퓨팅 용량이 올해 말 2기가와트(GW)를 넘어설 것이며 내년 말에는 5GW보다 10GW에 가까운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에 대해서도 10년 안에 세계 인터넷 이용량의 과반을 담당할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스타링크 가입자는 최근 1200만명으로 1년 전보다 두 배로 늘었다.
더 파격적인 목표는 매출이란 지적이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 내부 전망에서 연간 매출 1조달러(약 1411조원) 달성 예상 시점을 기존 2031년에서 2030년으로 앞당겼다고 밝혔다. 이어 2029년에 이를 달성할 가능성도 “제로는 아니다”고 말했다.
1조달러는 아마존과 엔비디아의 최근 회계연도 매출을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다. 아직 적자를 내고 있는 스페이스X의 최근 분기 매출은 78억달러(약 11조원)였다.
◇ ‘로켓기업’ 넘어 AI 기업…이번엔 실행력 증명해야
WSJ은 머스크가 투자자들에게 거대한 미래상을 제시해 자금을 끌어들이는 능력이 그의 가장 큰 강점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비판론자들이 머스크의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문제 삼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과거 테슬라에서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모델3 양산, 중국 공장 건설, 지속적인 흑자 달성 등을 현실화하면서 투자자들은 테슬라를 단순한 자동차회사가 아니라 로봇·기술기업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스페이스X에서도 같은 전략이 반복되고 있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단순한 로켓 발사 기업이나 위성통신업체가 아니라 오픈AI, 앤스로픽과 경쟁할 수 있는 AI 기업으로 확대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투자 규모다. AI가 최근 설비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도 머스크가 오랫동안 추진해 온 화성 이주와 스타십 개발에는 계속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상장 전에는 머스크가 제시한 미래의 가능성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면 상장 이후에는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 투자 효율을 숫자로 증명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적 발표 당시 머스크의 태도에서도 이런 변화가 감지됐다고 WSJ은 전했다. 과거 테슬라 실적 발표에서 애널리스트 질문에 짜증을 내거나 거칠게 반응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복잡한 질문에 추가 설명을 제안하는 등 이례적으로 인내심 있는 모습을 보였다.
머스크는 투자자들에게 로켓 기술 자체가 극도로 어려운 사업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역대 최대 IPO를 통해 스페이스X의 미래를 시장에 파는 첫 단계는 성공했지만, 이제 머스크에게 남은 과제는 그 미래를 현실로 만드는 일이라고 WSJ은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