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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실적도 삼킨 초호황의 역설… AI 주가 동반 조정의 전말

TSMC·ASML 깜짝 실적에도 거시 악재에 나스닥 하락
인공지능 인프라 확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시장 내부에는 역설적인 비용 압박이 부각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 인프라 확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시장 내부에는 역설적인 비용 압박이 부각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대만 TSMC와 네덜란드 ASML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거두었다. TSMC는 인공지능 칩 수요 가속화에 대응해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 1000억 달러(148조 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반도체 미세공정의 핵심인 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제조하는 ASML도 주문량 증가에 힘입어 올해 연간 실적 지침을 두 번째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뉴욕 증시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실적 발표 당일 미국 증시에서 TSMC 주가는 4.8% 하락했다. ASML 주가는 주간 기준으로 6.2% 밀리며 기술주 전반의 매도세를 자극했다. 인공지능 대장주인 엔비디아 주가는 하루 만에 3.5% 하락했다. 알파벳 주가도 같은 날 2.8% 동반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당일 2.1% 밀리며 조정을 받았다.

주가 하락의 첫 번째 원인은 실적 둔화가 아니다. 시장에 이미 선반영된 높은 가치평가 부담이 차익실현 심리를 자극했다. 중동 지정학 갈등으로 유가가 상승하자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금리 인하 경로를 신중하게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인공지능 테크주에서 자금을 빼내 제약 등 안정적인 방어주로 포트폴리오를 옮겼다. 대형 실적 호재가 가치평가 조정을 촉발하는 빌미가 된 셈이다.

AI가 만든 비용 압박과 범용 D램 가격의 상승세

719(현지시각) 모틀리풀은 인공지능 인프라 확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시장 내부에는 역설적인 비용 압박이 부각된다고 보도했다. 그래픽처리장치와 패키징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발했다. 반도체 제조사들은 핵심 첨단 미세공정 라인을 고대역폭메모리 생산에 우선 할당했다. 이 공정 전환으로 개인용 컴퓨터와 서버에 들어가는 범용 D램 공급이 줄어드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는 공정 전환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 범용 디램 고정거래가격이 최근 가파른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단가 상승은 전방 가속기 기업들의 원가 부담을 키운다. 고성능 서버 구축 비용이 올라가면 빅테크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 효율성은 떨어진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을 포함한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인프라 구축을 서두른다. 이들 기업이 올해 AI 인프라에 투입할 설비투자 규모는 합산 7000억 달러(1041조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그러나 하드웨어 단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은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향후 인공지능 서비스의 수익화 속도가 자본 지출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회수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장기 증설 전쟁이 부르는 시차를 둔 과잉 리스크


메모리 업계는 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이 과거의 급격한 공급 과잉 주기를 피할 수 있다고 공언한다. 주요 고객사와의 1년 이상 장기 선계약 구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첨단 패키징 공정의 병목과 까다로운 고객사 인증 장벽이 존재한다. 공급사의 가격 협상력이 유지되는 구조적 공급 제약 구간이다.

진짜 위험 요소는 지금 쏟아지는 자본지출이 양산으로 전환되는 2027년 이후의 동시성 리스크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을 포함해 앞으로 10년간 5300억 달러(788조 원)의 투자 계획을 가동했다.

미국 마이크론은 오는 2035년까지 2500억 달러(372조 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반도체 진영의 무분별한 설비 증설은 장기적인 공급 압박으로 돌아온다.

반도체 공장은 공장 건설과 장비 반입 후 실제 양산 수율을 확보하기까지 최소 2년의 시차가 걸린다. 현재 초호황에 취해 단행하는 시설 투자는 미래의 특정 시점에 한꺼번에 매물이 쏟아지는 공급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생산 수율이 안정화되고 제조사들의 증설 물량이 겹치는 시점에는 고대역폭메모리 역시 범용 제품의 주기적 가격 변동성 특성을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전방 수요가 조금만 꺾여도 대규모 고정비 부담은 이익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엔 다르다는 함정과 투자자의 이정표


투자 거물 존 템플턴은 과거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네 마디는 '이번엔 다르다'라고 경고했다. 과거 기술 투자 역사에서 철도와 인터넷 인프라 붐이 일어났을 때도 시장 참여자들은 무한 성장을 낙관했다. 그러나 과잉 자본 지출에 따른 혹독한 조정을 피하지 못했다. 인공지능이 혁신 기술인 것은 분명하지만 자본지출 주기가 무한정 상향 곡선만 그릴 수는 없다.

시장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시설 투자는 선행하고 수익화 검증은 후행하는 시차 리스크가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증권가에서는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분기별 설비투자 지침 가이드라인의 둔화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도체 공급사들의 재고 자산 추이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막연한 낙관론에 기대 고평가된 종목을 추격 매수하기보다는 실제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핵심 가치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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