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설계·기자재 기반 특수선 시장 공략 가속…국내 중소형 조선업계 ‘기회이자 위협’
기술 추격 속도 빨라진 베트남, 국내 조선사 ‘고부가 집중’ 필요…기자재 업체는 현지 협력 수혜 예상
기술 추격 속도 빨라진 베트남, 국내 조선사 ‘고부가 집중’ 필요…기자재 업체는 현지 협력 수혜 예상
이미지 확대보기베트남 조선업계가 단순 벌크선을 넘어 고부가가치 특수선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며 글로벌 조선 공급망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의 설계 기술과 기자재를 적용해 건조된 특수선이 연달아 진수되면서, 향후 중소형 탱커 시장을 둘러싼 한국과 동남아 조선사 간의 경쟁 구도가 재편될 조짐을 보인다.
베트남 관영 매체인 인민보(Nhan Dan)는 7월15일(현지시각), 베트남 국영 조선사 파룽조선(Pha Rung Shipbuilding)이 1만 3000DWT급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선)인 ‘BS 싱가포르’호를 성공적으로 진수했다고 보도했다.
파룽조선은 같은 날 동일 사양의 6번 선박에 대한 용골 거치(Keel Laying) 작업에 착수하며 생산 안정성을 과시했다. 해당 선박은 한국 조선기자재 업체 FESDEC이 설계를 맡았으며, 한국선급(KR)의 검사를 거쳐 IMO(국제해사기구) 환경 및 안전 기준을 충족했다.
케미컬선, 왜 기술력의 척도인가
이번에 건조된 1만 3000DWT급 케미컬 탱커는 범용 선박 대비 높은 기술적 난도를 요구한다. 핵심은 탱크 코팅과 적재 기술이다. 화학제품 운반선은 선체 내부 탱크에 수십 가지의 화학물질을 섞이지 않게 분리 적재해야 하며, 화물 부식을 방지하기 위한 특수 코팅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공정은 숙련도를 크게 요구해 과거 한국 조선소들의 주력 분야로 꼽혔다. 파룽조선이 한국산 설계와 KR의 검증을 통해 이 선박을 성공적으로 진수했다는 점은, 베트남 조선업계가 고도화된 선박 건조 프로세스를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렸음을 시사한다.
특히 동급 선박 기준 베트남의 인건비는 한국 대비 약 30~40% 수준으로 평가받아, 중소형 탱커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우위가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중소형 탱커 시장 ‘잠식’ 우려 vs ‘기자재 수출’ 기회
증권가와 산업계는 이번 사례가 국내 조선업에 미칠 영향이 복합적일 것으로 진단한다. 우선 국내 중소형 조선소들의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선가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1만~2만 톤급 탱커 시장에서 베트남이 한국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일 경우, 국내 중형 조선소들의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국내 기자재 업체들에는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조선소가 성장할수록 선박 엔진, 펌프, 제어 시스템 등 핵심 기자재는 결국 한국산 제품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즉, 한국 조선소와 베트남 조선소 간의 ‘제조 경쟁’은 격화되겠지만, 한국 기자재 업계는 공급망 다각화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고부가·친환경으로의 ‘초격차’ 전략 시급
전문가들은 국내 조선업계가 이제는 범용 탱커 시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대형 조선소 관계자는 “동남아 조선소의 기술 추격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며 “앞으로 한국은 무탄소 연료 추진선, 자율운항 선박 등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고부가 시장에 집중하고, 범용 기술은 기자재 수출로 전환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조선 시장은 한국의 초격차 기술과 베트남의 제조 역량이 공존하는 형태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파렁조선의 진수식은 단순한 선박 한 척의 완성을 넘어, 한국 조선업계가 마주한 제조업 구조 전환의 과제를 다시금 확인시켜준 사례다.
앞으로 국내 기업들이 베트남을 단순한 경쟁자가 아닌 공급망 파트너로 어떻게 활용할지가 향후 글로벌 조선 시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