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리서치 기관 10곳 2026년 하반기 전망 분석
연준의 역행 긴축 우려와 AI 쏠림 장세에서 살아남는 법
연준의 역행 긴축 우려와 AI 쏠림 장세에서 살아남는 법
이미지 확대보기물가는 둔화하고 있으나 금리는 다시 오르는 역설적인 상황이 전개된다. 시장의 기존 낙관론을 뒤흔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하반기 자산시장 기류가 급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중심의 정보기술(IT)과 전력 인프라 업종으로 자산 쏠림이 가속화하는 반면 고금리 직격탄을 맞은 중소형주와 신흥국 시장은 거센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둔화하는 물가와 돌변한 연준… 9월부터 0.75%p 추가 인상 예고
미국 소비자들을 괴롭히던 인플레이션 압력은 하반기 들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바차트(Barchart)가 보도한 월가 분석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의 핵심 지표들이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무역 관세 인상에 따른 비용 전가 압력이 막바지에 다다랐고 국제 유가가 하락 안정세를 찾았다고 보았다. 실제로 주거비 상승 폭 둔화와 계절적인 요인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실질적인 물가 안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물가 둔화가 금리 인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는 빗나갈 것으로 보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 리서치는 연준이 오히려 추가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동결 가능성을 더 높게 반영하고 있으나, BofA는 서비스 물가의 경직성과 탄탄한 고용 지표를 근거로 추가 긴축을 전망했다. BofA는 연준 정책 결정 위원들이 고인플레이션 지속에 인내심을 잃었다고 지적하며, 오는 9월을 기점으로 올해 안에 총 0.75%포인트(75bp) 수준의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측했다.
S&P 500 목표치 7,800선 상향… 상승 종목 제한적인 '좁은 상승장' 우려
이는 현 지수 대비 약 3%의 추가 상승 여력을 의미하며, 주당순이익(EPS) 전망치 350달러(약 52만 원) 기준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2.3배 수준이다. 역사적 평균을 웃도는 이 수치를 두고, 고금리 환경을 감안할 때 부담스러운 가치평가(밸류에이션)라는 지적과 AI 주도 이익 사이클을 고려하면 정당화 가능하다는 평가가 맞선다.
상승 종목 수가 극히 제한적인 반면 지수만 오르는 '좁은 상승장' 양상이 심화되면서 지수 착시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 대형 기술주가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어 개인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시장 온기는 약할 수밖에 없다.
독립 리서치 기관인 CFRA는 AI 데이터센터 건립과 제조업 본국 회귀(리쇼어링) 수혜를 입을 산업재와 정보기술(IT) 업종을 추천했다.
반면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협정 여파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1배럴에 60~70달러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전통 에너지 업종은 비중 축소를 권고했다. 단기적으로 유가 하락 압력에 노출된 전통 에너지는 부진할 수 있으나, 전력 수요 폭증의 수혜를 입는 전력 인프라 업종은 구조적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소형주의 '삼중 압박'과 에너지 영토의 재편
대형주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동안 중소형주는 철저히 소외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웰스파고 투자연구소는 하반기 미국 중소형주에 대해 '투자 의견 하향'을 유지했다. 고금리로 인한 이자비용 증가, 대기업 대비 현저히 낮은 가격 전가력,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되는 AI 설비투자 경쟁이라는 '삼중 압박'이 중소형주의 수익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정학적 파편화로 인한 '에너지 희소성'에 주목했다. 미·중 갈등과 중동 분쟁이 공급망 안정성을 흔드는 상황에서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는 심각한 병목 현상을 낳고 있다. 블랙록은 이제 단순한 원유·가스 투자가 아닌, 전력 설비와 공급망 회복력을 갖춘 인프라 기업에 선별 투자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자누스헨더슨 인베스터스 역시 올해 초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의 설비투자가 8370억 달러(약 124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며, 하반기에는 독점적 데이터나 핵심 규제 장벽을 가진 선도 기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압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듀레이션 축소와 달러 변동성 대응책
해외 시장과 고정금리 상품(채권) 시장은 달러화 향방에 따라 명암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인베스코는 하반기 연준의 통화 긴축 기조가 잠시 주춤해지며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면 신흥국 자산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AI 밸류체인 편입 기회 덕분에 신흥국 시장의 가치평가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채권 시장은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빠르게 오르는 '베어 플랫닝(수익률 곡선 평탄화)' 현상을 겪고 있다. 프랭클린 템플턴 연구소는 이 시기에는 만기가 짧은 단기·중기 국채를 매입해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확보하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장기 금리 상승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는 잔존 만기(듀레이션) 위험을 줄이면서 높은 수준의 단기 금리를 선점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기초체력이 견고한 기업 중심의 고하이일드 채권(연 6%를 웃도는 실질 이익률)이나 브라질 등 라틴아메리카 채권도 대안으로 꼽혔다.
한편 부동산 시장은 장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됐다. 골드만삭스 리서치는 고정 담보대출 금리가 고점에 머물면서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아 주택 거래량이 2019년 대비 22% 급감한 연간 420만 호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수요 둔화와 이민 감소 여파로 하반기 미국 전국 주택 가격 상승률은 0.8%에 불과할 전망이다.
흔들리는 외줄 타기 장세… 금융당국·투자업계가 제시한 하반기 3대 경보음
하반기 자산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월가 주요 기관들은 세 가지 핵심 경보에 주목한다.
프랭클린 템플턴 연구소는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를 첫 번째 감시 지표로 지목했다. 연준의 0.75%포인트 추가 금리 인상 경로가 채권 시장 금리에 얼마나 선반영되는지에 따라 단기 채권 포트폴리오의 실질 수익률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제이피모건은 AI 빅테크 기업들의 실제 실적 지속성을 두 번째 지표로 꼽았다. S&P 500 지수가 역사적 평균보다 높은 PER 22배 수준에서 평가받고 있어 기업들의 강력한 이익 성장세가 입증되지 못한다면 가파른 가치 조정 압력을 받게 된다.
자산운용업계 전문가들은 소수 대형주 중심의 좁은 상승장 속에서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의 동향을 세 번째 경보음으로 설정했다. 상승 종목이 제한된 취약한 장세 구조에서는 예기치 못한 거시경제 충격이 발생했을 때 지수의 하방 위험과 변동성이 급격히 증폭할 우려가 있다는 진단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