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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아데나 프리드먼 " 뉴욕증시 나스닥 제왕"

아데나 프리드먼(Adena Friedman) 뉴욕증시 나스닥 거래소 CEO   이미지 확대보기
아데나 프리드먼(Adena Friedman) 뉴욕증시 나스닥 거래소 CEO
SK하닉의 나스닥 ADR 상장이 주목을 끌고 있다. 나스닥 거래소는 세계 자본시장의 중심지인 뉴욕 증시, 그 중에서도 첨단 기술 기업들의 요람이다. 그 나스닥 거래소의 최고경영자는 아데나 프리드먼(Adena Friedman)이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프리드먼은 2017년 1월 나스닥의 CEO로 취임하면서 글로벌 주요 증권거래소 역사상 최초의 여성 수장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2023년에는 이사회 의장직까지 승계하며 명실상부한 금융 강국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아데나 프리드먼(본명 아데나 로빈슨 테스타)은 1969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볼티모어의 유명 법률 회사인 '고든 파인블랫(Gordon Feinblatt)'의 변호사였다. 그의 어머니는 글로벌 투자 은행인 티 로우 프라이스(T. Rowe Price)에서 자산 관리사로 근무했다. 어머니의 직장은 프리드먼이 어린 시절부터 자본시장의 생리를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배경이 되었다. 그는 유치원 시절부터 어머니의 사무실을 방문해 주식 시세판을 보며 자랐다. 메릴랜드주 롤랜드 파크 컨트리 스쿨을 졸업한 후, 명문 사학인 윌리엄 앤 메리 대학교(College of William & Mary)에 진학하여 정치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정치학을 전공했으나 금융 시장에 대한 열망은 식지 않았다. 밴더빌트 대학교 오웬 경영대학원(Vanderbilt University Owen Graduate School of Management)에 입학하여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아데나 프리드먼과 나스닥의 인연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밴더빌트 MBA를 갓 졸업한 24세의 청년 프리드먼은 나스닥에 평사원(인턴급 분석가)으로 입사했다. 당시 나스닥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아성에 도전하는 신생 거래소의 이미지가 강했으며, 전산화된 거래 시스템을 막 도입하며 확장기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다.그는 입사 초기부터 탁월한 데이터 분석 능력과 추진력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거래소 내의 수많은 데이터가 단순한 기록에 그치지 않고, 가공하기에 따라 거대한 고부가가치 상품이 될 수 있음을 간파했다. 이 성과를 인정받아 그는 데이터 제품 부문장(Head of Data Products)과 기업 전략 책임자(Chief Strategy Officer)로 초고속 승진했다.

프리드먼의 경력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 중 하나는 나스닥의 대형 인수합병(M&A) 프로젝트들을 주도한 것이다. 그는 2000년대 중반 거래소 간의 글로벌 패권 경쟁이 심화되던 시기, 전자 거래 플랫폼인 아이넷(INET)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는 나스닥의 거래 처리 속도와 효율성을 비약적으로 고도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유럽 최대의 거래소 그룹인 OMX 인수를 진두지휘하며 나스닥을 북유럽 시장까지 확장된 글로벌 브랜드 'Nasdaq OMX'로 재탄생시켰다. 필라델피아 증권거래소(PHLX) 인수 역시 그의 작품이다.
2011년, 프리드먼은 약 18년간 몸담았던 나스닥을 잠시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글로벌 거대 사모펀드(PEF)인 칼라일 그룹(The Carlyle Group)의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전무이사로 영입된 것이다. 칼라일에서의 경험은 그에게 자본을 조달하고 운용하는 '투자자'의 시각을 완벽하게 장착해 주었다. 그는 2012년 칼라일 그룹의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완수하며 구조화 금융과 글로벌 자본 조달의 일인자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나스닥은 이 유능한 인재를 그대로 두지 않았다. 2014년 나스닥은 프리드먼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다시 불러들였고, 2017년 1월 마침내 밥 그레이펠드(Bob Greifeld)의 뒤를 이어 나스닥의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다. 말단 사원으로 시작해 타사에서 최고 금융 역량을 검증받은 뒤, 친정의 총수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스토리의 완성이다.

아데나 프리드먼의 경영 철학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첫째는 "증권거래소는 금융 회사가 아니라 기술 회사여야 한다"는 전통적 정의의 파괴이며, 둘째는 "자본시장의 지속 가능성은 철저한 투명성과 규제 기술(RegTech)에 기반한다"는 신뢰의 철학이다.프리드먼 취임 이전의 나스닥은 주식 매매 수수료와 기업 상장 수수료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였다. 이는 거래 대금의 증감이나 경기 변동에 따라 회사 실적이 널을 뛰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었다. 프리드먼은 이러한 천수답식 수익 구조를 타파하고자 했다.

그는 나스닥의 방대한 금융 데이터를 인공지능(AI)과 결합하여 전 세계 투자 기관에 유료 구독형(SaaS) 제공 사업을 대폭 확대했다. 기업들이 규제 준수, 리스크 관리, 무역 감시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부문을 집중 육성했다. 2023년 리스크 관리 및 금융 범죄 예방 소프트웨어 기업인 '아덴자(Adenza)'를 105억 달러라는 거액에 인수한 것은 프리드먼의 기술 중심 철학이 반영된 대표적 사례다. 현재 나스닥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순수 기술 및 소프트웨어 서비스에서 창출하는 명확한 기술 기업으로 진화했다. 그는 자본시장이 작동하는 근본적인 힘은 유동성이 아니라 '신뢰'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시장 조작, 내부자 거래, 자금 세탁 등 금융 범죄는 자본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악성 종양으로 규정한다. 프리드먼 체제의 나스닥은 차세대 감시 시스템인 '스마츠(SMARTS)' 등을 도입하여 매초 수백만 건의 거래 데이터 속에서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포착하는 시스템을 완성했다. 기술을 통해 시장의 정의와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신념의 발현이다.

아데나 프리드먼의 스토리는 현대 기업과 금융 생태계에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안주하는 기업이나 시장은 도태될 수밖에 없으며, 끊임없는 기술적 융합과 투명한 시스템 혁신만이 글로벌 생존을 담보한다는 점이다. 말단 사원에서 시작해 세계 자본시장의 수장이 된 프리드먼의 리더십은 유연하면서도 정교하며 그리고 철저히 데이터 중심적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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