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2500억 달러 투자 직후 터진 상무장관 공개 압박과 중국 IPO 승부수
미·중 반도체 전쟁 2막, 수익성 희생과 규제 리스크 사이 시험대 오른 한국 기업
미·중 반도체 전쟁 2막, 수익성 희생과 규제 리스크 사이 시험대 오른 한국 기업
이미지 확대보기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과 종합 반도체 공급망 자립을 선언한 중국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한국 메모리 기업을 겨냥해 미국 내 제조 시설 추가 증설을 공개 요구한 가운데,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43억 달러 규모 기업공개(IPO)를 무기로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하며 한국 추격에 속도를 낸다.
미국이 자국 기업 마이크론의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 직후 한국 기업을 강하게 압박하는 구도여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지정학 위기감이 고조된다.
미 반도체법 레버리지 앞세운 압박, 셈법 복잡해진 한국 기업
미국 정부가 한국 반도체 기업을 향해 정책을 배경으로 한 압박 수위를 높인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0일(현지시각) 마이크론 행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직접 거명하며 미국 내 반도체 제조 공장을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마이크론이 오는 2035년까지 미국 현지 팹과 기술 개발에 2500억 달러(약 375조 6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나왔다. 자국 기업의 대형 투자를 명분 삼아 한국 기업의 동참을 요구하는 모양새다.
미국의 압박은 구체 가용 수단을 배경으로 한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법(CHIPS Act) 보조금 지급 조건에 포함된 중국 내 증설 제한 가드레일 조항과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한국 기업의 발을 묶는 레버리지로 활용한다.
추가 투자를 거부할 경우 기존 보조금 재협상이나 세제 혜택 축소 조치로 이어질 수 있으며, 정책전문가들은 국가 안보 프레임을 동원한 간접 제재 시나리오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에 이미 상당한 자금을 투입 중이다. 추가 증설 압박은 두 기업에 심각한 비용 부담과 초기 수익성 악화를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베일 벗은 중국 CXMT, 제재 회피 수직계열화로 체계가 잡힌 자립
미국의 전방위 압박을 틈타 중국은 메모리 공급망의 독자 생태계 전환을 구체화한다.
지난 9일 블룸버그 통신 보도를 보면 중국 D램 자립의 핵심인 CXMT는 다음 주 중국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인 43억 달러(약 6조 4600억 원) 규모의 IPO를 단행한다. CXMT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배 급증했다.
다만 이는 중국 정부의 공공 부문 국산 PC 교체 정책과 막대한 보조금 지급에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된 결과로 시장조사업체들은 분석한다.
CXMT는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D램 생산량을 시장 추정치 기준 월 30만 장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D램 웨이퍼 투입량 환산 기준으로 글로벌 1위인 삼성전자 생산량의 40% 수준까지 추격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미국의 장비 차단 규제를 우회하려 상하이와 난징 등 화동 지역 기반 협력사인 칩 설계사 지신투오방, 웨이퍼 제조사 TSFC, 후공정 테스트와 패키징 전문 시엑스텍을 묶어 설계, 제조, 패키징 전 과정을 내부에서 해결하는 수직계열화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네덜란드 ASML로부터 수입한 구형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자체 기술로 개조해 규제 한계선인 16나노미터급 D램을 양산하는 방식이다. 시장 기술 격차를 고려할 때, 업계의 지배 의견은 이들이 추진하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가 양산 임박이라기보다 연내 프로토타입 개발을 목표로 한 기술 검증 단계라는 점에 무게를 둔다.
이원화 전략 본격화하는 한국 반도체, 공급 부족 사이 협상력 시험
미·중의 동시 압박 속에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물류와 인력 그리고 설비 중복 투자로 인한 비용 급증과 운영 복잡성을 감수하며 생산 기지 이원화 전략을 본격화한다.
중국 내 기존 공장의 가동률을 조절하며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첨단 공정은 미국과 한국 중심 체제로 재편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중심 재편은 정치 리스크를 줄이지만 높은 제조 원가 탓에 수익성 희생이 불가피하고, 중국 시장 유지는 규제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 결국 두 시장을 쪼개어 대응하는 고비용 이원화 체제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진단한다.
투자 관점에서 단기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인공지능(AI) 서버 확대로 D램 가격 상승 사이클이 도래한 가운데, 일부 시장조사기관은 글로벌 D램 공급 부족 현상이 오는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며 고마진 구조를 지켜내고 공급 부족 국면을 이어간다면, 미국 정부의 추가 투자 요구에 대응할 협상력을 일정 부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시장 변화를 판단하는 3대 지표
첫째, 미국 반도체법 보조금 가드레일 조항의 추가 규제 강도다.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의 중국 내 공장 유지 조건이나 보조금 환수 기준을 추가로 강화하는지 감시해야 한다.
둘째, 중국 CXMT D램의 글로벌 PC와 모바일 시장 침투율이다. 중국 정부의 강제 매입을 넘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기 제조사들이 CXMT D램을 채택하는 비율 변화를 점검해야 한다.
셋째, 첨단 HBM3E 공정의 안정적인 수율 안착 시점이다. 한국 기업들이 첨단 D램 시장에서 독점적 공급 리더십을 유지해 단가 주도권을 쥐고 가는지 지켜봐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