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하루 18만8000배럴 추가 확대…호르무즈 회복·러시아 수출 증가·ADNOC 할인 판매가 공급 부담 키워
이미지 확대보기국제유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추가 증산 결정 이후 1% 넘게 하락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수송이 이어지고 걸프 산유국과 러시아의 수출 회복 신호가 맞물리면서 공급 확대 가능성이 유가를 눌렀다.
6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OPEC+가 전날 개최한 온라인 회의에서 8월부터 원유 생산 목표를 하루 18만8000배럴 늘리기로 결정한 뒤 이날 국제유가 낙폭이 1%대로 커졌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날 호르무즈 해협 수송이 유지되고 OPEC+가 공급 확대를 예고하면서 유가가 압박을 받았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브렌트유 선물은 6일 오전 기준 배럴당 71.10달러(약 10만9000원)로 1.02달러, 1.41% 하락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7.89달러(약 10만4000원)로 80센트, 1.16% 내렸다.
◇ 8월 하루 18만8000배럴 증산
OPEC+가 8월부터 생산 목표를 하루 18만8000배럴 추가로 늘리기로 한 것은 6월과 7월에 이어 비슷한 규모의 증산을 이어가는 결정이다.
다만 실제 공급 확대 효과는 아직 제한적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통항이 차질을 빚으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등 핵심 OPEC 산유국의 수출이 막히거나 제한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증산이 예상된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유가가 이미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산유국들이 추가 공급을 예고했다는 점이 가격 하락 압력을 키웠다.
석유 중개·분석업체 PVM의 애널리스트들은 “OPEC+가 하락장에 원유를 더 팔고 있다”며 “단기적인 가격 회복 기대를 낮추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낮아진 유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호르무즈 통항 유지가 공급 우려 낮춰
블룸버그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원유와 가스 수송이 유지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됐다고 전했다. 미국이 보호하는 해상 통로를 따라 에너지 수송이 회복되는 조짐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이다. 최근 일부 선박이 이 해역에서 설명되지 않은 회항이나 우회를 한 뒤 시장의 경계감이 커졌지만 이후 에너지 수송 흐름이 이어지면서 공급 차질 우려는 일부 누그러졌다.
투자자들은 미국 독립기념일 연휴 이후 미국과 이란 관계가 안정적으로 흐를지, 다시 변동성을 키울지 주시하고 있다. 호르무즈 통항이 유지되면 추가 공급 기대가 유가를 더 누를 수 있지만 다시 차질이 생기면 유가는 단기적으로 급등락할 수 있다.
◇ 걸프 수출 회복에도 전쟁 전보다 낮아
걸프 산유국들은 이란 전쟁 중 중단됐던 공급을 되살리기 시작했다. 원유 수출도 점차 늘고 있다.
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OPEC의 6월 산유량은 5월보다 하루 330만배럴 늘어난 하루 1943만배럴을 기록했다. 이는 20여년 만의 최저 수준에서 반등한 것이다.
걸프 산유국의 6월 원유 수출도 5월보다 하루 300만배럴 이상 증가해 하루 1000만배럴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 수치는 여전히 전쟁 전 수준보다 40% 낮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출이 회복되고는 있지만 완전 정상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 ADNOC 할인 판매도 공급 부담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의 원유 판매도 공급 부담을 키운 요인으로 거론됐다. 무역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ADNOC는 6월 이후 다섯 번째 현물 입찰에서 에미리트산 원유 약 1600만배럴을 더 큰 할인 폭으로 판매했다.
이는 현물 공급이 크게 늘고 있음을 시사한다. UAE가 지난달 1일 OPEC을 탈퇴한 가운데 에미리트산 원유가 할인된 가격에 시장에 풀리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더 커졌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은 2026년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150만배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2분기 수요 둔화가 예상보다 컸고 예비 자료 기준으로 전년 대비 감소폭이 하루 400만배럴에 이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ANZ는 하반기에는 공급이 개선되고 미뤄졌던 소비가 일부 돌아오면서 수요 감소 폭이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 러시아 서부항 수출도 사상 최대
중동 공급 회복 외에 러시아 수출 증가도 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 서부 항구의 원유 선적은 지난달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이달에도 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시설이 피해를 입으면서 러시아가 내수 정제 대신 원유 수출을 늘릴 수밖에 없어진 영향이다.
중동과 러시아에서 동시에 공급 회복 신호가 나오고 ADNOC의 할인 판매까지 겹치면서 시장에서는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국제유가는 대체로 하락세를 보였고 지난주에는 큰 변동 없이 제한적인 움직임을 나타냈다.
◇ 공급 확대와 수요 둔화 우려 겹쳐
국제유가의 향방은 OPEC+의 증산 결정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안정 여부, 미국·이란 관계, 걸프 산유국의 실제 수출 회복 속도, 러시아 수출 증가세, 글로벌 원유 수요 둔화가 함께 영향을 미친다.
이번 OPEC+ 증산 결정은 시장에 더 많은 원유가 나올 수 있다는 신호를 줬다. 여기에 ADNOC의 대규모 할인 판매와 러시아 수출 증가, ANZ의 수요 감소 전망이 더해지면서 유가는 약세 압력을 더 크게 받았다.
다만 주요 산유국의 생산과 수출이 아직 전쟁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만큼, 공급 확대가 얼마나 실제 물량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유가가 이미 최근 몇 주 동안 하락한 상황에서 시장은 공급 회복 속도와 지정학적 위험, 수요 둔화 가능성 사이의 균형을 살피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