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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의 착시… 평균 70만 달러, 중윗값은 28위 참패

금융자산이 가른 글로벌 자산 계급도… 상위 1.5%가 전 세계 부 48% 독식
지난해 글로벌 주식시장 호황으로 전 세계 개인 자산이 10.8% 급증했다. 2017년 이후 가장 빠른 성장세다. 하지만 거대한 자산 증식의 과실은 철저히 상위 부유층에 집중됐다. 평균 자산 규모는 치솟았지만, 대다수 부유국에서 중윗값 자산은 도리어 감소하며 빈부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글로벌 주식시장 호황으로 전 세계 개인 자산이 10.8% 급증했다. 2017년 이후 가장 빠른 성장세다. 하지만 거대한 자산 증식의 과실은 철저히 상위 부유층에 집중됐다. 평균 자산 규모는 치솟았지만, 대다수 부유국에서 중윗값 자산은 도리어 감소하며 빈부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미지=제미나이3
지난해 글로벌 주식시장 호황으로 전 세계 개인 자산이 10.8% 급증했다. 2017년 이후 가장 빠른 성장세다. 하지만 거대한 자산 증식의 과실은 철저히 상위 부유층에 집중됐다. 평균 자산 규모는 치솟았지만, 대다수 부유국에서 중윗값 자산은 도리어 감소하며 빈부 격차가 더 벌어졌다.
스위스 금융그룹인 UBS는 지난달 30(현지시각)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글로벌 웰스 리포트'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 100만 달러 이상 자산가가 1년 사이에 100만 명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번 자산 격차 확대는 단순한 경기 회복이 아니다. 금융자산을 가졌는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벌어진 결과다.

글로벌 자산 양극화 핵심 지표.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자산 양극화 핵심 지표. 도표=글로벌이코노믹


미국 증시 독주가 바꾼 세계 부의 지도


글로벌 자산 시장 성장을 이끈 핵심 동력은 미국 주식시장이다. 지난해 미국 S&P500 지수는 16.34% 상승하며 3년 연속 강세를 이어갔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기술주 중심의 미국 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자산 증식 속도에 불이 붙었다.

환율 변동도 부의 재편을 부추겼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 달러 인덱스는 6.65% 떨어졌다. 2017년 말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이로 인해 미국 외 지역 투자자들은 미국 자산 상승분과 달러화 약세에 따른 환차익을 동시에 거두었다.

미국이 자산 상승의 원천이었다면, 유럽과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 지역은 환율 효과까지 반영된 수익 실현 구간이었던 셈이다. 이 지역 자산 증가율은 17.5%로 미국(8.5%)과 아시아·태평양(6% 미만)을 크게 앞질렀다. 반면 엔화 가치가 폭락한 일본은 고액 자산가층이 위축된 유일한 시장으로 기록됐다.

겉만 화려한 미국 부의 민낯… 평균과 중윗값의 괴리


이번 조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부의 양극화다. 자산가들의 호황은 전체 평균 수치를 왜곡했다. 미국의 성인 한 사람 앞에 돌아가는 평균 자산은 696277달러(108200만 원)로 세계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91382달러(141500만 원)를 기록한 스위스다.
하지만 전체 인구를 자산 순으로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위치하는 중윗값 자산을 보면 판도가 완전 바뀐다. 미국 중윗값 자산은 68998달러(1억 원)에 불과했다. UBS가 추적한 주요 30개국 가운데 28위로 최하위권이다. 스위스의 중윗값 자산 145555달러(22600만 원)와 비교해도 격차가 상당하다.

미국은 금융자산 보유가 상위 계층에 집중된 구조다. 주식시장 상승효과가 중위 계층으로 확산되지 않는 이유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부채 레버리지 구조는 자산 상승기에는 일시 부풀려지지만, 고금리 환경에서는 이자 부담으로 작용해 순자산 축적을 강력히 제한한다. 여기에 높은 의료비와 교육비, 주거비 부담이 겹치며 평균과 중윗값의 극심한 괴리를 낳았다.

하위층 탈출 흐름 속 자산가 독식 구조는 심화


전 세계적으로 최하위 자산 구간인 1만 달러(1554만 원) 미만 인구 비중은 지난해 42% 수준까지 내려왔다. 200075%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눈부신 발전이다. 하위 계층은 주택 중심의 명목 자산 증가에 힘입어 최저 구간을 탈출했다. UBS는 이 추세가 이어지면 수년 안에 피라미드형 자산 구조가 완전히 깨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상위 계층이 주식과 사모자산을 통해 복리 수익을 누리는 속도가 워낙 빨라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전 세계 성인의 단 1.5%에 불과한 100만 달러(155400만 원) 이상 자산가들이 글로벌 전체 부의 48.4%를 쥐고 있다.

인공지능과 플랫폼 중심 경제 구조가 지속되는 한 자본 수익률이 노동 소득을 상회하는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억만장자 계층의 자산이 1년 만에 25% 정도 뛴 현상은 부의 원천이 자본 증식으로 완전히 이동했음을 증명한다.

한국, 세계 최고 수준 자산 성장 뒤에 숨은 심화하는 불평등


글로벌 자산 시장의 대전환 속에서 한국은 매우 이례적이고 역설적인 지표를 나타냈다. UBS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성인 1인당 평균 자산이 55% 이상 급증하며 조사 대상 56개국 가운데 세계 1위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산업 호황이 초고액 자산가층의 부를 폭발적으로 불린 덕분이다. 실제로 자산 10억 달러(15500억 원) 이상 한국인 억만장자 수는 1년 만에 31명에서 52명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일반 시민의 체감 자산인 중윗값 자산 성장률은 같은 기간 12% 상승에 그쳐 평균 성장률의 5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자본 증식의 과실이 상위 계층에 쏠리며 내부 불평등이 빠르게 심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 중산층 자산의 대부분이 실질 복리 효과를 내지 못하는 부동산에 묶여 있는 구조적 한계도 글로벌 금융자산 호황에서 소외되는 격차를 낳은 원인으로 분석된다.

변동성 방어와 자산 성장을 위한 대응 방향


자산 가격 상승이 촉발한 양극화 환경에서 기관과 고액 자산가는 포트폴리오의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 정교한 자산 배분 전략을 짜야 한다. 현재 환경에서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대응은 통화 분산이다.

달러 자산 중심의 포트폴리오는 환율 하락 국면에서 자산 가치가 왜곡되거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유로화나 엔화처럼 다변화된 통화 자산을 일정 비중 확보해 환율 위험을 분산하는 태도가 먼저 요구된다.

그 다음은 성장주 편중 리스크를 관리하는 일이다. 미국 테크 기업 설비투자 추이를 감시하며 기술주 중심 성장 자산을 유지하되, 금리 변동성에 대비해 고배당주나 안정적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대체 자산을 혼합해 기초 체력을 다져야 한다.

부동산 중심의 비금융자산을 금융자산으로 전환하는 판단도 필요하다. 실물 자산은 명목 가치 상승에 그치기 쉽다. 자산 일부를 실질 복리 효과와 유동성을 즉각 누릴 수 있는 유동성 금융자산으로 재편해야 자산의 실질 가치를 지킬 수 있다.

향후 자산 격차의 본질은 얼마를 벌었는가가 아니다. 내가 어떤 자산을 보유했는가에 따라 생존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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