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너무 높다” 발언에 금리 긴장 고조…선제 안내 축소·대차대조표 축소도 증시 변수
이미지 확대보기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신임 의장이 물가 안정을 거듭 강조하면서 미국 증시의 금리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다 연준의 시장 소통 축소, 물가 측정 방식 재검토, 대차대조표 축소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워시 체제의 연준이 월가에 더 큰 변동성을 안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모틀리풀은 워시 의장의 최근 물가 발언이 고평가된 미국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6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모틀리풀은 워시가 연준의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려 하고 있으며 이 변화가 주식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워시 의장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중앙은행 포럼에 참석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앤드루 베일리 영국 잉글랜드은행 총재, 티프 매클럼 캐나다은행 총재와 함께 토론에 나선 바 있다.
◇ “물가 너무 높다” 발언에 금리 경계
워시는 이들과 토론에서 인공지능(AI)과 생산성에 대해 열린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면서도 물가 안정이 중앙은행의 핵심 책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는 모두 상황을 둘러봤고, 물가가 너무 높다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모틀리풀은 이 발언에 대해 “현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초점이 물가 안정에 맞춰져 있음을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워시 의장은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구체적인 선제 안내는 피했다. 그러나 물가가 여전히 높다는 판단을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금리 인하를 반복적으로 요구해 왔다. 워시 의장의 발언은 이런 정치적 압박과 달리 연준이 물가 안정 목표를 우선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선제 안내 줄이는 워시식 연준
워시 의장이 추진하려는 첫 번째 변화는 연준의 시장 소통 방식이다. 그는 연준이 시장에 보내는 신호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에 가깝다.
모틀리풀에 따르면 워시 의장 취임 이후 처음 나온 FOMC 성명은 131단어에 그쳤다. 직전 회의 성명의 절반 정도 길이였고 팬데믹 사태 당시 긴급 금리 인하 성명 이후 가장 짧은 수준이었다.
이 성명에서는 연준이 앞으로 통화정책을 어느 방향으로 가져갈지 시장에 힌트를 주는 ‘선제 안내’ 문구도 빠졌다. 워시 의장은 FOMC 위원들이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하는 점도표에서도 자신의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는 파월 전 의장 시절 연준이 시장과 소통하며 정책 경로를 어느 정도 예고하던 방식과 차이가 있다. 연준이 시장의 손을 덜 잡아주는 방향으로 바뀌면 고용, 물가, 금리 결정일마다 주가와 채권금리의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
◇ 물가 측정 방식 재검토도 변수
두 번째 변화는 물가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워시 의장은 물가 흐름을 볼 때 ‘절사 평균’ 방식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절사 평균은 특정 기간에 가격이 가장 크게 오른 품목과 가장 크게 내린 품목을 제외한 뒤 기조적 물가 흐름을 살피는 방식이다. 일시적 충격을 걷어내고 기본적인 물가 추세를 보려는 목적이다.
다만 논란도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절사 평균이 너무 많은 품목을 제외해 실제 인플레이션 압력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 연준이 물가 압력을 낮게 판단하면 필요한 정책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아직 연준이 물가 측정 방식을 공식적으로 바꾼 것은 아니다. 연준은 통상 여러 물가와 성장 지표를 함께 참고한다. 그러나 워시 의장이 기존 방식에 변화를 주려 한다는 점만으로도 시장은 향후 정책 판단 기준이 달라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 6조7000억달러 대차대조표 축소 가능성
세 번째 변화는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다. 연준은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당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대규모 채권을 매입했다.
그 결과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2007년 약 9000억달러(약 1379조원)에서 2022년 중반 거의 9조달러(약 1경3788조원)까지 불어났다. 이후 축소가 진행됐지만 현재도 약 6조7000억달러(약 1경264조원) 규모로 남아 있다.
연준이 공개시장에서 채권을 사들이면 금융시스템에 유동성이 공급된다. 이 유동성의 일부는 주식시장으로 흘러가 자산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 반대로 연준이 대차대조표를 줄이면 시장 유동성이 감소해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모틀리풀은 워시 의장이 연준의 거대한 대차대조표를 줄이고 싶어 한다며, 이는 증시에 새로운 시대가 시작될 수 있음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 고평가 증시에는 부담
미국 증시는 올해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지수가 잇따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강한 흐름을 이어왔다. AI 열풍과 기업 실적 기대가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주가가 이미 높은 수준에 올라 있는 만큼 금리 부담과 유동성 축소 가능성은 밸류에이션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리가 오르거나 높은 수준에 오래 머물면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가 낮아지고, 특히 고성장 기술주가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워시 의장의 연준은 시장에 친절하게 방향을 알려주기보다 경제지표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쪽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는 예측 가능성을 중시해 온 월가에는 부담이다.
◇ 워시 체제 첫 의사록에 관심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번 주 공개될 6월 FOMC 의사록으로 쏠리고 있다. 워시 의장 체제 첫 회의에서 위원들이 물가, 성장, 금리, 대차대조표에 대해 어떤 논의를 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록이 기존보다 짧거나 덜 구체적이라면 워시 의장의 소통 축소 기조가 더 뚜렷해질 수 있다. 반대로 내부 논의에서 금리 인상 필요성이나 물가 경계감이 강하게 드러나면 시장의 긴장도는 더 높아질 수 있다.
워시 의장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연준은 정치권의 금리 인하 압박이나 월가의 완화 기대보다 물가 안정을 우선하겠다는 쪽에 서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시장이 익숙해진 선제 안내와 풍부한 유동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워시 체제의 연준은 월가에 더 적은 신호와 더 엄격한 물가 판단, 더 낮은 유동성을 예고하고 있다. 사상 최고권에 오른 미국 증시에는 이 세 가지가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