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당 1척 양산 체제…인도태평양 해군력 균형 변수
디젤 잠수함 시장 잠식 우려 속 캐나다·중동 수주전이 분수령
디젤 잠수함 시장 잠식 우려 속 캐나다·중동 수주전이 분수령
이미지 확대보기영국 정부가 내년부터 차세대 핵추진 공격잠수함(SSN-AUKUS) 건조에 본격 착수한다. 최대 12척을 18개월마다 1척씩 생산하는 고속 양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결정은 미국과 영국, 호주의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의 핵심 사업이다.
인도태평양 해군력 균형을 바꿀 대형 변수이자 수출 시장을 넓히려는 한국 방위산업 기업들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전환점이다.
핵잠수함 기술이 없는 한국은 영미권 중심의 핵잠수함 확산이 기존 디젤 잠수함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위협을 안게 됐다. 동시에 역내 군비 경쟁 촉발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기회가 공존하는 이중 구조에 직면했다.
2027년 첫 부품 절단…공격적 일정의 현실성과 양면 시나리오
기존 어스튜트급 잠수함의 뒤를 잇는 이번 함정은 미국과 호주의 첨단 기술을 결합해 만든다.
영국 방산기업 BAE시스템즈가 건조를 맡고 원자로는 롤스로이스가 제작한다. 이미 다섯 번째 함정에 들어갈 원자로 제작을 시작했다. 롤스로이스는 생산 시설 크기를 기존보다 2배로 넓히는 공사에 들어갔다.
영국 정부는 잠수함 건조와 핵연료 재처리 기술 확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다. 앞으로 4년 동안 핵억제력 부문에만 630억 파운드를 투자할 방침이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128조 원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다.
다만 시장에서는 영국 정부가 공언한 생산 목표의 현실성을 두고 의문이 나온다. 통상 어스튜트급 잠수함 건조에 2~3년 이상 걸렸던 점을 고려하면 달성 난이도가 매우 높은 계획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의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조차 현재 생산 지연을 겪고 있어 영국의 일정 또한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영국의 목표 달성 여부에 따른 양면 시나리오를 주목해야 한다.
영국이 계획대로 고속 양산에 성공하면 핵잠수함 확산 속도가 빨라진다. 이는 장기적으로 디젤 잠수함 시장이 위축되는 부정 효과를 낳는다.
반면 공급망 병목으로 건조 일정이 지연되면 전력 공백을 메우려는 국가들의 디젤 잠수함 수요가 단기적으로 증가해 한국에 긍정 기회가 된다.
글로벌 잠수함 시장 재편…K-방산의 타격과 기회 영역
이번 사업은 호주 해군도 동일한 함급을 운용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호주는 자체 건조 라인을 가동하기 전까지 미국 버지니아급 잠수함 3척을 구매해 전력 공백을 메운다. 그 뒤 영국과 같은 차세대 핵잠수함을 남호주 오스본 조선소에서 직접 건조할 계획이다.
영국과 호주의 밀착은 글로벌 방산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계기가 된다.
한국 해양방산의 두 축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장보고-III 잠수함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오커스의 움직임은 한국 기업들에 명확한 타격과 기회를 동시에 던진다.
우선 호주 시장은 사실상 이탈이 확정됐다. 영미권 동맹 중심의 공급망 고착화로 인해 나토(NATO) 일부 국가들이 디젤 대신 핵잠수함을 선호하게 될 경우 한국의 수출 전선은 위축될 수 있다.
다만 핵잠수함은 가격이 매우 비싸고 정치적 진입 장벽이 높다. 여전히 많은 국가에 디젤 잠수함이 현실적 선택지다. 이 때문에 한국의 기회 영역도 뚜렷하다.
핵잠수함 도입이 규제되거나 예산이 부족한 동남아시아(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와 중동(사우디아라비아, UAE) 지역은 한국 디젤 잠수함의 핵심 타깃이다.
특히 오커스 체제 밖에서 벌어지는 최대 규모 사업인 캐나다 순찰잠수함 프로젝트(CSRP)는 한국 방산의 미래 수익성을 가를 최대 기회다.
오커스의 차세대 잠수함 양산은 아시아태평양 해군력 증강 경쟁을 가속할 수 있어, 한국은 호주 외에 디젤 잠수함을 원하는 국가를 빠르게 공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커스 2단계 우회 참여와 투자자 프레임
오커스 동맹은 핵잠수함을 공급하는 1단계(Pillar 1)와 첨단 기술 협력을 다루는 2단계(Pillar 2)로 나뉜다.
한국은 핵잠수함 부문에는 진입할 수 없다. 대신 인공지능, 드론, 사이버, 양자 기술을 다루는 2단계 협력에는 참여를 타진할 수 있다.
다만 오커스가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중심의 폐쇄 구조로 운영되는 만큼 기술력 외에 동맹 정치 변수가 참여 여부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이 분야에서 우회 참여 기회를 잡는다면 첨단 해양 무인 체계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실리를 챙기는 전략이 가능하다.
국내 방산 투자자들이 앞으로 살펴야 할 지표
첫째는 영국 바로우 조선소의 실제 건조 속도다. 생산 지연이 현실화되면 한국 디젤 잠수함의 틈새시장 공략 기회가 늘어난다. 둘째는 호주의 오커스 2단계 기술 협력 범위다. 셋째는 캐나다 프로젝트의 입찰 동향이다.
투자자 관점에서 이번 이슈는 세 가지 시계열 프레임으로 접근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영국과 호주의 예산 집행 뉴스에 따른 이벤트 중심의 변동성 장세다.
중기적으로는 캐나다와 중동의 수주 뉴스 흐름이 주가를 결정한다.
장기 관점에서는 글로벌 잠수함 시장이 핵잠수함과 디젤 잠수함 체제로 완전히 양분되는 구조 변화 속에서 한국 잠수함의 빠른 인도 능력이 시장 선택을 받을지 지켜봐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