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통신·미디어 결합 해체…주가 18년 만의 최대 상승세
NBC·유니버설·피콕·스카이 별도 상장사로, 로버츠 가문 영향력은 유지
NBC·유니버설·피콕·스카이 별도 상장사로, 로버츠 가문 영향력은 유지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케이블·통신 대기업 컴캐스트가 NBC유니버설을 별도 상장사로 분리한다.
15년 전 인수한 대형 미디어 자산을 떼어내고 인터넷·무선통신 중심 회사로 재편하겠다는 전략이다.
투자자들은 미디어 사업 분리 계획을 호재로 받아들이며 컴캐스트 주식을 18년 만의 최대 상승세로 밀어올렸다.
마켓워치와 뉴욕타임스(NYT)는 컴캐스트가 NBC유니버설을 별도 공개 상장사로 분리할 계획이라고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컴캐스트가 NBC유니버설을 인수한 지 15년 만에 통신망과 콘텐츠를 한 회사 안에 묶어두던 전략을 사실상 되돌리는 것이다.
NBC유니버설은 NBC뉴스, NBC 방송망, 유니버설픽처스, 피콕, 텔레문도, 브라보, 스카이 등을 보유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회사다. 분사가 마무리되면 기존 컴캐스트는 미국 내 초고속 인터넷, 무선통신, 케이블·기업용 통신 서비스에 더 집중하게 된다.
◇ 버산트 이어 NBC유니버설도 분리
컴캐스트의 미디어 사업 분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회사는 약 6개월 전 CNBC, USA네트워크, MS NOW, 판당고미디어 등을 보유한 버산트미디어그룹 분사를 마무리했다.
버산트 분사는 케이블 채널 중심 미디어 사업을 정리하는 첫 단계였다. 이번 NBC유니버설 분리는 그보다 훨씬 큰 구조 재편이다. 방송, 스트리밍, 영화 스튜디오, 테마파크, 유럽 미디어 사업까지 한꺼번에 떼어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컴캐스트는 한때 통신망과 콘텐츠를 함께 보유하면 시너지가 커질 것으로 봤다. 케이블 가입자 기반에 NBC 방송과 유니버설 콘텐츠를 결합하면 배급과 제작을 동시에 장악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스트리밍 확산과 케이블TV 가입자 감소로 이런 통합 전략의 매력은 약해졌다.
◇ 분사는 비과세 방식, 컴캐스트 지분 19.9% 보유
분사는 컴캐스트 주주들에게 NBC유니버설 주식을 배정하는 비과세 방식으로 추진된다. 컴캐스트는 분사 이후에도 NBC유니버설 지분 19.9%를 최대 1년 동안 보유할 예정이다. 거래는 규제 절차와 이사회 승인 등을 거쳐 약 1년 안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로버츠 가문의 영향력이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NYT에 따르면 분사 뒤 두 회사는 기존 컴캐스트와 같은 이중의결권 주식 구조를 유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컴캐스트 창업자 가문인 로버츠 일가와 브라이언 로버츠 컴캐스트 회장은 두 회사 모두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이언 로버츠 회장은 이번 거래가 “두 회사 모두에 더 기업가적인 경영 방식을 열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분사 이후에도 두 회사 경영에 적극 관여할 예정이다.
경영진도 재편된다. 마이크 캐버나 컴캐스트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NBC유니버설 CEO를 맡는다. 컴캐스트의 전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마이클 안젤라키스는 기존 컴캐스트의 CEO가 된다.
◇ 남는 컴캐스트는 통신 인프라 회사로
분사 이후 기존 컴캐스트는 초고속 인터넷, 무선통신, 기업용 통신 서비스에 더 집중하게 된다. 미국 내 초고속 인터넷, 모바일, 기업 네트워크 사업이 핵심이다.
미디어 사업은 경기와 광고시장, 콘텐츠 흥행, 스트리밍 경쟁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반면 통신 인프라 사업은 가입자 기반과 네트워크 투자, 요금제 경쟁이 중요하다. 두 사업의 성장 논리와 투자 기준이 달라진 만큼, 시장에서는 분리가 기업가치를 더 명확히 드러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컴캐스트의 통신 사업은 여전히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갖고 있지만 케이블TV 가입자 감소와 미디어 사업 부진 때문에 전체 기업가치가 할인받아왔다는 평가가 있었다. 미디어 사업을 떼어내면 기존 컴캐스트는 통신 인프라 회사로 더 단순하게 평가받을 수 있다.
◇ NBC유니버설은 독립 미디어 기업으로
새 NBC유니버설은 방송과 스트리밍, 영화, 테마파크, 유럽 미디어 사업을 묶은 독립 미디어 기업이 될 전망이다. NBC와 텔레문도는 미국 방송시장 기반을 제공하고 피콕은 스트리밍 경쟁의 핵심 플랫폼 역할을 맡는다.
유니버설픽처스와 TV 제작 부문은 콘텐츠 공급원이다. 테마파크 사업은 영화와 방송 지식재산권을 오프라인 소비로 연결하는 수익원이다. 스카이는 영국과 유럽 시장에서 유료방송과 미디어 서비스를 담당한다.
독립 회사가 되면 NBC유니버설은 콘텐츠 투자와 인수합병, 스트리밍 전략을 더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넷플릭스, 디즈니,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파라마운트 등과 경쟁해야 하는 부담도 커진다.
이번 분사는 미디어 업계에 여러 질문도 던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독립 NBC유니버설이 앞서 분리된 버산트와 다시 결합할지, 컴캐스트가 남은 NBC유니버설 지분을 다른 미디어 기업에 매각할지, 또는 NBC유니버설 자체가 인수합병 대상이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 미디어 업계 재편 속도 빨라져
컴캐스트의 결정은 미국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대형 재편 흐름과 맞물린다. 전통 방송과 케이블TV 사업은 가입자 감소와 광고시장 둔화에 직면했고 스트리밍 사업은 막대한 콘텐츠 투자와 수익성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다.
NYT는 이번 발표가 다음 주 열리는 선밸리 콘퍼런스를 앞두고 미디어 업계의 인수합병 논의를 더 키울 수 있다고 짚었다. 선밸리 콘퍼런스는 미국 미디어·기술업계 경영진과 투자자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거래 논의의 장으로 꼽힌다.
최근 미디어 업계에서는 폭스의 로쿠 인수 추진, 파라마운트의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인수 추진, 넥스타의 테그나 인수 등 대형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컴캐스트의 NBC유니버설 분사도 이런 재편 흐름에 또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 통신·미디어 결합 전략의 후퇴
이번 결정은 미국 미디어·통신 업계에서 한때 유행했던 통신망과 콘텐츠 결합 전략이 후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AT&T도 과거 타임워너를 인수했지만 이후 워너미디어를 분리했다. 컴캐스트의 NBC유니버설 분리도 같은 흐름에 놓여 있다.
컴캐스트는 2011년 제너럴일렉트릭(GE)으로부터 NBC유니버설 지배지분을 62억달러(약 9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2013년에는 나머지 지분을 167억달러(약 25조8000억원)에 사들이며 NBC유니버설 전체를 품었다. 뉴욕 30록펠러플라자의 NBC 스튜디오와 사무공간도 함께 확보했다.
당시에는 케이블TV 가입자 기반이 탄탄했고 방송망과 케이블 채널, 영화 스튜디오를 함께 보유하는 전략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소비자가 케이블TV를 끊고 스트리밍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광고시장은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됐고 콘텐츠 회사들은 넷플릭스, 유튜브, 디즈니플러스 같은 플랫폼과 경쟁해야 한다.
컴캐스트의 선택은 이런 변화에 대한 대응이란 평가다. 미디어 사업을 계속 품고 있기보다 별도 회사로 독립시켜 더 빠르게 움직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