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평화 합의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되며 AI 쏠림 장세 전환기 맞아
외국인 투자자, 12주 만에 토픽스 선물 순매수 전환… AI 비중 큰 닛케이 선물을 대거 매도
유가 하락으로 비(非) AI 기업 실적 개선 기대… "닛케이 7만 엔 이면의 고배당 가치주 주목할 때"
외국인 투자자, 12주 만에 토픽스 선물 순매수 전환… AI 비중 큰 닛케이 선물을 대거 매도
유가 하락으로 비(非) AI 기업 실적 개선 기대… "닛케이 7만 엔 이면의 고배당 가치주 주목할 때"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관련주에만 블랙홀처럼 자금이 빨려 들어가던 일본 주식시장의 '쏠림 장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일본 증시 최대의 짓누름 요인이었던 미국과 이란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평화 합의로 한풀 꺾이면서, 투자자들의 시야가 시장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
특히 시장의 큰 손인 외국인 투자자들의 파생상품(선물) 매매 동향에서 이러한 자금 이동의 결정적인 '힌트'가 포착되고 있다.
100달러 넘던 유가 70달러대로… "비(非) AI 기업도 돈 번다"
24일 블룸버그통신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이란 전쟁이 발발한 이후 닛케이 평균주가 구성 종목 중 주가가 4.7배 폭등한 키옥시아홀딩스를 비롯해 이비덴, 후지쿠라, 태양유전 등 상승률 상위권은 모조리 AI 관련주가 독식해 왔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로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전통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뻔히 예상되자, 투자 자금이 외부 변수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고 장기 성장성이 확실한 'AI 테마'로만 몰려든 결과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의 평화 협의 진전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까지 급락하자 상황이 반전됐다. 인플레이션 가속과 원가 부담 우려가 옅어지면서, 주가수익비율(PER) 등 전통적인 가치 평가 지표와 배당 수익률 측면에서 저평가된 기업들이 다시 시장의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리소나홀딩스의 다케이 다이키 스트래티지스트는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하는 내년도 비(非) AI 일본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매우 견조하다"며 "중동 정세가 이대로 진정된다면 이들의 실적 개선 시기도 앞당겨질 것이며, 이미 비 AI 종목으로 매수세가 확산하는 순환매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외국인의 '스위칭'… 단기 닛케이 팔고, 장기 토픽스 샀다
이러한 조짐은 선물 시장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일본거래소그룹(JPX) 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8~12일) 외국인 투자자들은 광범위한 업종을 포괄하는 동증주가지수(TOPIX·토픽스) 선물을 12주 만에 순매수(4,480억 엔)로 전환했다. 반면, AI 대형 기술주들의 비중이 절대적인 닛케이 225 선물은 무려 5,220억 엔어치를 내다 팔며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주가지수 선물 시장에서 닛케이 선물은 주로 헤지펀드나 상품투자고문업자(CTA) 등 단기 성향의 투자자들이 선호한다. 반면, 연기금이나 투자신탁 등 중장기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소수 종목에 쏠린 닛케이 대신 토픽스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즉, 외국인의 '토픽스 선물 순매수'는 단기 투기 자금이 아닌 장기 성향의 '롱 매니(Long Money)'가 시장 전반의 저평가주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전조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케이 스트래티지스트는 이를 두고 "전쟁 종결을 계기로 수급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하는 과도기"라고 평가했다.
사상 최대 배당 격차… 여전한 FOMO는 변수
자금 이동의 핵심 타깃으로는 단연 '고배당주'가 꼽힌다. 사상 첫 7만 엔 시대를 연 닛케이 지수의 평균 배당 수익률은 현재 1.38%로 지난 2007년 이후 최저치로 쪼그라들었다. 지수 상승을 주도한 키옥시아(무배당), 어드반테스트, 소프트뱅크그룹 등이 모두 배당에 인색한 탓이다. 반대로 토픽스 지수의 배당 수익률은 2.15%로 연초보다 오히려 높아졌고, 두 지수 간의 배당 수익률 격차는 역사상 최대치로 벌어졌다.
미쓰이스미토모 DS 애셋매니지먼트의 기무라 다다오 수석 펀드매니저는 "금리 상승기로 인해 배당주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현재 주가 대비 배당 수익률 자체가 매력적으로 높아진 상태"라며 "AI 이외의 분야에서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널려 있으며, 지금이 바로 고배당 종목에 씨를 뿌릴 적기"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본 증시의 주주환원(거버넌스) 개혁과 맞물려, 토픽스 500 구성 종목 중 배당 수익률이 3%를 넘는 기업은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는 161개 사로 크게 늘었다.
다만, 본격적인 자금 이동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AI 랠리에 올라타지 못한 투자자들의 '포모(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공포)' 심리가 워낙 강해, 벤치마크(시장 수익률)를 따라가기 위해 기관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AI 주식을 계속 사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즈호증권의 하타노 구미 시니어 퀀트 애널리스트는 "배당주는 경기 방어적 성격이 있어 중기적으로는 기대할 만하지만, 시장은 아직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정상화를 100% 믿지 못하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단기 투자자들에게까지 섣불리 배당주로의 전환을 권할 타이밍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