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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륨 불안' 덮친 반도체 공급망… 삼성·SK하이닉스 원가 압박 부르나

일본 니폰산소 30% 인상… 중동 공급 차질에 동북아 현물가 연초 대비 20% 급등
'재고 축적 경쟁 → 현물가 상승 → 중소업체 마진 압박'으로 이어지는 연쇄 구조 우려
글로벌 반도체 전공정과 의료기기 산업의 필수 소재인 헬륨 공급망에 경고음이 켜졌다. 일본 최대 산업가스 기업 니폰산소홀딩스가 오는 7월부터 모든 헬륨 제품 가격을 30% 이상 전격 인상하기 때문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반도체 전공정과 의료기기 산업의 필수 소재인 헬륨 공급망에 경고음이 켜졌다. 일본 최대 산업가스 기업 니폰산소홀딩스가 오는 7월부터 모든 헬륨 제품 가격을 30% 이상 전격 인상하기 때문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글로벌 반도체 전공정과 의료기기 산업의 필수 소재인 헬륨 공급망에 경고음이 켜졌다. 일본 최대 산업가스 기업 니폰산소홀딩스가 오는 7월부터 모든 헬륨 제품 가격을 30% 이상 전격 인상하기 때문이다.

대만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는 23(현지시각)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로 글로벌 수급 조절 기능이 약화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천연가스 부산물로만 얻는 헬륨의 특성상 미국·카타르 중심의 과점 구조가 깨지며 글로벌 공급 절벽이 나타났고, 중동 주요 설비의 돌발 가동 중단과 엔저가 겹쳐 현물 구매 웃돈이 기업이 흡수할 임계점을 넘었다. 이에 대형 소자 기업은 장기 계약으로 버티나 중소 후공정·소재 업체의 2차 마진 압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생산국 극소수 한계… 중동 멈추자 동북아 현물가 연초 대비 20% 폭등

니폰산소홀딩스는 지난 19일 산업용 실린더, 탱크로리, 액체 헬륨 등 전 품목의 출고가 인상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2월 말 미국의 이란 제재로 촉발된 중동 지정학적 충돌이 글로벌 공급망을 강타하며 시작됐다.

세계 헬륨 공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카타르 라스라판(Ras Laffan) 등 중동 주요 생산 기지의 설비가 드론과 미사일 피격으로 가동 차질을 빚으며 글로벌 수급 균형이 무너졌다.

헬륨은 천연가스 채굴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만 생산되는 구조적 특성을 지닌다. 미국(42%)과 카타르(33%)가 전 세계 공급의 70% 이상을 과점하고 있어 대체선 찾기가 극히 어렵다. 저장과 운송 인프라 구축 비용도 많이 들어 공급 탄력성이 매우 낮다.

중동길이 막히자 전 세계 제조사가 미국 플랜트로 동시에 몰려들었고,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MARC 그룹에 따르면 동북아 지역의 헬륨 현물(스팟) 가격은 지난 3월 기준 1Mcf(천 입방피트)152.7달러(234100)를 기록하며 연초 대비 21.5% 폭등했다.

전체 원가 비중 1% 미만이나 대체 불가… 기업별 명암 갈려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단계와 웨이퍼 냉각 공정에는 99.997% 이상의 고순도 헬륨(Ultra-High Purity)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만 전체 반도체 제조원가에서 헬륨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으로 제한적이다.

이번 조치가 당장 공정 중단이나 급격한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은 이유다. 진짜 문제는 단기 생산 차질보다 '재고 축적 경쟁 → 현물가 상승 → 중소업체 마진 압박'으로 이어지는 2차 연쇄 구조다.

공급망 위기에 따른 손익 계산서는 기업 규모와 업종별로 판이하다. 한국은 지난해 관세청 통계 기준 국내 헬륨 수입의 64.7%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어 충격파는 불가피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소자 기업은 가스 공급사들과 1~2년 단위의 장기 계약을 맺고 있으며 가스 재활용 설비를 갖추어 충격을 완충할 여력이 있다. 반면 가격 전가 능력이 취약하고 현물 구매 비중이 높은 중소 후공정(OSAT) 및 부품 업체들은 원가 상승 압박을 고스란히 받게 된다.

한편 원재료 인상분을 판가에 반영할 수 있는 국내 산업가스 대형 공급사나 가스 재활용 장비 전문 기업들은 상대적 수혜를 입을 수 있다.

단기 영향 제어 속 중장기 리스크 관리 시급


전문가들은 중동의 일시적 긴장 완화 징후가 나타나더라도 붕괴한 공급망 정상화와 글로벌 수급 안정화에는 최소 수 개월에서 수 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본다.

이에 따라 향후 반도체 미세공정 가동률과 원가 방어력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미국 내 민간 매각 이후 전략적 비축 버퍼 기능이 약화한 미국 연방토지관리국(BLM)의 헬륨 방출 정책 변화와 텍사스 액화 플랜트 가동률을 면밀히 추적해야 한다.

국내 대형 반도체 기업들의 안전 재고 비축 일수(기존 평균 30일 안팎) 수준을 유지하는지도 지켜봐야 한다. 현재 정부와 업계는 단기 공급 차질을 막기 위해 안전 재고 비축 수준을 수개월 분(4~6개월치)까지 최대한 끌어올려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는 상태다. 이 비축 일수가 무너지지 않고 유지되는지가 공정 가동률 사수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글로벌 자원 국수주의와 지정학적 요동 속에서 핵심 소재의 안정적 조달력은 기업의 중장기 펀더멘털을 가르는 잣대가 된다. 이번 헬륨 공급 불안 사태는 첨단 기술 경쟁의 승패가 단순히 설계·제조 능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정을 지탱하는 기초 자원의 보급선을 얼마나 입체적으로 통제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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