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일본은행 위원 “미·일 금리차 여전”…재정 불안·개입 한계도 엔화 압박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기준금리를 다시 올리면 엔화 가치가 달러당 165엔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여전히 크고 일본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의지가 예전만 못하다는 인식이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은행 정책위원 출신의 시라이 사유리 게이오대 교수는 이날 열린 로이터 글로벌마켓포럼에서 “달러·엔 환율이 점진적으로 163~165엔대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시라이 전 위원은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이 이미 이달 초 이후 달러·엔 환율이 160엔을 넘는 상황을 용인한 만큼 지금 추세를 바꾸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엔화는 22일 달러당 161.92엔까지 밀리며 2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161.45엔 안팎에서 거래됐다. 달러·엔 환율이 165엔에 도달하면 엔화 가치는 198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 미·일 금리차가 엔화 약세 압박
엔화 약세의 가장 큰 배경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다. 일본은행은 최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1%로 높였다. 이는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범위는 3.50~3.75%로 일본보다 훨씬 높다. 일본이 금리를 올렸음에도 양국의 금리차는 여전히 엔화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시장은 연준이 올해 안에 0.25%포인트씩 두 차례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오는 9월까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75% 수준으로 평가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리서치와 도이체방크 등 일부 투자은행은 기존의 금리 동결 전망을 접고 올해 안에 연준이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을 바꿨다.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 체제에서 연준이 매파적 동결 기조를 보이면서 달러 강세 압력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이란의 합의로 유가가 하락하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됐지만 시장은 여전히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더 크게 반응하고 있다.
◇ 일본은행 인상만으로는 역부족
시라이 전 위원은 일본은행이 10월이나 12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그는 시장이 내년 일본은행 기준금리가 1.5%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 수준이 일본은행이 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평가했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연준과의 금리차를 단기간에 좁히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최근 유가 하락도 엔화 반등을 뚜렷하게 이끌어내지 못했다.
예스퍼 콜 모넥스그룹 재팬 글로벌 앰배서더는 더 높은 금리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일본의 잠재성장률을 1%, 물가 목표를 2%로 보면 단순 테일러 준칙상 일본의 중립금리는 약 3% 수준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의 최종금리가 오는 2028년 초 3% 안팎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콜은 엔화의 끈질긴 약세가 개인과 전문 투자자 모두 일본은행이 물가와 환율 흐름에 뒤처져 있다고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 외환시장 개입 여력도 의문
일본 정부는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이미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다. 일본 당국은 지난 4월 말부터 5월 초 사이 외환시장에서 11조7000억엔(약 111조2000억원)을 투입했다. 달러 기준으로는 724억4000만달러(약 111조4000억원) 규모다.
그러나 개입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엔화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과 기록적인 개입에도 뚜렷한 반등을 보이지 못했다. 투기적 엔화 순매도 포지션도 약 15만계약으로 지난해 7월 이후 최대 수준까지 늘었다.
시라이 전 위원은 일본 재무성이 다시 개입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엔화 약세를 억제하려면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외환시장 개입은 일본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매각하는 방식과 연결될 수 있다. 시라이 전 위원은 베선트 장관이 미국 국채금리에 영향을 주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의 달러 매도·엔화 매수 개입이 미국 국채 매각으로 이어질 경우 미국 금리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 재정 불안도 일본 자산 압박
일본의 재정 우려도 엔화와 일본 자산을 압박하고 있다. 일본은 식품에 적용되는 소비세를 8%에서 1%로 한시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원 마련 방안은 명확하지 않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확장적 재정정책 구상도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물가 위험, 재정 부담이 겹치면서 일본 국채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라이 전 위원은 “일본 정부가 일본국채(JGB)를 발행하지 않고 어떻게 확장 재정을 펼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10년물 일본국채 금리가 3%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는 일본 재무성의 이자 지급 부담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10년물 일본국채 금리는 최근 2.660% 수준을 기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