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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이란 전쟁 4개월 "트럼프 손익계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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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전 세계 선박들이여, 엔진을 가동해서 석유가 흐르도록 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80세 생일 특유의 극적인 어조로 이란과의 합의 타결을 선언했다. 개전 106일 만에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고 미군의 해상 봉쇄가 해제된다는 소식에 글로벌 금융 시장과 에너지 시장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표면적인 화려함 뒤에 숨겨진 냉혹한 국제정치적 실상을 뜯어보면 과연 이 전쟁이 트럼프에게 ‘남는 장사’였는지 강한 의문이 제기된다. 요란했던 군사적 공습과 봉쇄에 비해, 미국이 쥐어든 성적표는 상처뿐인 영광에 가깝다. 냉정하게 손익을 따져보면, 트럼프는 이번 전쟁으로 얻은 것보다 잃은 게 훨씬 더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영구적 핵 포기’를 이끌어냈다며 이를 외교적 대승리로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보면 미국이 내준 청구서의 액수가 너무나 크다.

미국은 이란의 핵 해제 성과에 맞춰 해외 동결자산을 해제하고 경제 제재를 단계적으로 완화해 주기로 했다. 이는 과거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핵합의(JCPOA)를 "역대 최악의 거래"라며 파기했던 트럼프가, 결국 유사한 형태의 '단계적 보상' 프레임으로 되돌아왔음을 의미한다. 106일간의 유혈 충돌을 거치고도 구조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전쟁 초반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최고 지도부를 겨냥한 압도적인 공습을 감행했으나 이란 정권은 붕괴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란 외무부는 이번 종전 선언을 "위대한 승리"로 자평하며, 미국을 상대로 버텨내고 경제 제재를 풀어낸 영웅적 서사를 확보하게 됐다. 이란은 핵 물질을 내주는 대신 정권의 생존과 합법적인 경제 활동의 통로를 보장받았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이 잃은 가장 뼈아픈 자산은 '동맹의 통제권'이다. 종전 협상 막판, 이스라엘은 미국의 기류를 비웃듯 레바논 베이루트를 공습하며 판을 깨려 했다. 당황한 트럼프 대통령이 SNS를 통해 자제를 촉구하며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판단력이 없다"고 강력히 비판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최우방국인 이스라엘조차 통제하지 못하고 질질 끌려다니는 미국의 나약한 리더십이 천하에 드러난 순간이다. 이번 종전 선언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영구 중단을 명시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이란 간의 해묵은 증오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 이스라엘 강경파의 불만은 극에 달해 있으며, 이란 역시 "미국이 합의를 위반하면 즉각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트럼프가 만든 평화는 토대 부실한 '모래성'에 불과하다.

트럼프는 늘 "나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외쳤지만, 정작 이번 전쟁의 종지부를 찍은 것은 미국의 독자적 역량이 아니었다. 실질적인 타결을 주도하고 합의를 발표한 것은 중재국인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와 카타르였다.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과 외교력으로 상대방을 굴복시킨 것이 아니라, 제3국의 중재 테이블에 의존해 간신히 체면을 차린 모양새다.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독점적 영향력이 한계에 부딪혔음을 자인한 꼴이며,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등 지역 맹주들의 입김만 더 키워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 중심의 일방주의 외교 노선이 중동에서 명백한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미국 정가와 외교가에서 나오는 가장 냉소적인 비판은 트럼프가 자신의 '정치적 이벤트'를 위해 협상을 서둘렀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당초 자신의 80세 생일(6월 14일)에 맞춰 백악관 앞 UFC 대회와 함께 화려한 종전 서명식을 기획했으나, 이란의 반발과 이스라엘의 돌출 행동으로 인해 '합의 타결 선언'이라는 반쪽짜리 발표에 그쳤다. 정식 서명식은 오는 19일 스위스로 미뤄졌다. 자신의 정치적 치적과 생일 이벤트를 위해 무리하게 일정을 밀어붙이다 보니, 이란의 '합의 위반 시 즉각 공격 재개' 옵션이나 이스라엘의 단독 행동 가능성 같은 핵심 지뢰들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한 채 졸속으로 봉합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이란 전쟁 손익계산서는 '단기적인 시장 안정이라는 착시'와 '장기적인 지정학적 통제력 상실'을 맞바꾼 패착에 가깝다. 호르무즈 해협이 열려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 당장 미국 내 표심과 물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중동 내 미국의 위상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했다. 핵 프로그램의 완벽한 검증이 시작되기도 전에 해상 봉쇄부터 풀어준 트럼프의 조급증은 향후 이란에게 다시 주도권을 내주는 빌미가 될 수 있다. "망치지 말자(Don't ruin it)"던 트럼프의 당부는, 역설적으로 이번 합의가 얼마나 취약하고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인지를 스스로 자인한 꼴이다. 트럼프는 이번 거래로 결코 승자가 되지 못했다. 잃은 것이 훨씬 더 많다.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종전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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