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금정산 등산 코스는 정말 다양한데 우리는 버스를 타고 산성마을로 가서 동문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여러 날을 대마도의 삼나무 숲을 헤매고 돌아온 직후여서일까. 북한산 둘레길처럼 편안하게 나를 받아주는 완만한 경사의 숲길이 한결 정겹다. 머리 위로 초록 그늘을 드리운 푸른 활엽수들과 소나무, 그 숲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청명한 새소리가 여독에 지친 내 마음을 토닥여주는 듯하다. 대마도의 경사가 가파른 삼나무숲의 인적 드문 임도와는 달리 수많은 사람의 발자국이 길을 낸 완만한 등산로는 야트막한 고향의 산길처럼 처음 걷는 길임에도 익숙하게 느껴진다.
한반도에서 햇살이 가장 먼저 비친다는 금정산은 부산의 진산이다. "산마루에 우물이 있어 한 마리 금빛 나는 물고기가 오색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우물에서 놀았다" 하여 '금정산'이란 이름을 얻었다는 이 산은 골짜기마다 울창한 숲과 맑은 물이 항상 흘러내리고 화강암의 기암절벽이 절묘한 산세를 이루어 지난해 10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주봉인 고당봉(801.5m)을 중심으로 북으로 장군봉(727m)과 남으로 상계봉(638m)을 거쳐 성지곡 뒷산인 백양산(642m)까지 길게 이어져 있고 그 사이사이에 원효봉, 의상봉, 미륵봉, 대륙봉, 파류봉, 동제봉 등의 준봉들이 솟아있어 항구도시 부산을 병풍처럼 감싸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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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길은 가파르지 않은 흙길과 나무데크, 계단 등이 적절하게 안배돼 있어 지루하지 않다. 걷다 보면 바위 오르막이 나오고 오르막을 지나면 다시 경사가 완만해지며 걷기에 편해진다. 나무 그늘이 드리운 숲길을 지나니 길섶에 잘 익은 산딸기가 입맛을 돋우고 제4망루를 지나 원효봉을 오르고 보니 금정산성 성곽을 따라 저만치 북문이 내려다보인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물빛이 황금색으로 빛난다는 금샘과 최고봉인 고당봉에 오를 수 있겠지만 우리는 북문을 빠져나와 범어사로 하산하기로 했다. 예매한 고속버스 시간이 발길을 돌린 가장 큰 이유이긴 하지만 나이 들수록 욕심을 줄여야 한다는 내 삶의 철학도 한몫했다.
조금만 무리하면 금샘도 확인하고 고당봉에 올랐다 내려와도 버스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산행에서 과욕은 금물이다. 나는 산을 오를 때 체력의 70%만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렇게 마음을 먹어도 산행을 하다 보면 자꾸 욕심이 생겨서 무리해서 정상에 오르기도 한다. 그래도 원칙을 세워 욕심을 줄이고 체력 안배를 하며 산을 오르면 몸에 무리가 가지 않아 산행 후에도 일상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천천히 범어사까지 내려와 버스를 타고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승차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서울로 오면서 금정산에 오른 일을 생각하자니 마치 꿈을 꾼 것만 같다. 부산하면 으레 바다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뜬금없이 산을 오른 것도 그러하고,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금정산행에서 정상을 코앞에 두고 돌아선 일 또한 그러하다. 계획대로 살아지지 않는 게 우리네 삶이지만 그래서 더 멋진 인생이 아닐까 싶다.
이미지 확대보기백승훈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