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리스 3국, 엘레우시나 조선소 대규모 현대화 착수
방산 제조 넘어 동지중해 안보 전략 거점으로 도약 시동
방산 제조 넘어 동지중해 안보 전략 거점으로 도약 시동
이미지 확대보기지정학적 요충지인 그리스 엘레우시나 항구가 미국과 한국의 기술력을 결합한 동지중해 최대의 방산·조선 허브로 거듭난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그리스 현지 매체 ‘토 비마(To Vima)’ 보도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와 민간 조선업체인 오넥스(ONEX), 그리고 한국의 한화오션은 총 13억 5000만 유로(약 2조 3725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 트라이던트(Project Trident)’를 공식 출범했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상업적 조선업 투자를 넘어, 나토(NATO)의 남부 전선 보급 기지이자 핵심 해군력 강화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그리스 정부의 전략적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2.3조 투입, 3단계에 걸친 대대적 인프라 혁신
지난달 29일(현지시각)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협약식에서 오넥스와 한화오션은 엘레우시나 조선소를 나토 표준에 맞춘 첨단 산업 단지로 전환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공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총 3단계로 나뉘어 추진된다.
우선 1단계로 1억 5000만 유로를 투입해 대형 드라이독을 신설하고 노후화된 선박 수리 시설을 전면 개보수한다. 이어서 2단계에서는 2억 유로를 들여 항만 물류 시스템을 고도화하여 나토 함정들이 상시 정비와 보급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마지막으로 10억 유로가 투입되는 3단계에서는 자동화 생산 라인과 잠수함 특화 공정을 구축하여 그리스가 직접 방산 물자를 생산하고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된다.
업계 관행과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투자가 완료될 경우, 그리스 조선 산업의 자국산 부품 조달 비중이 70%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한 향후 수년간 1만 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와 그리스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약 0.8%를 견인할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해군력의 ‘전략적 뒷마당’을 꿈꾸다
이번 프로젝트의 이면에는 동지중해를 둘러싼 지정학적 계산이 깔려 있다. 그리스는 최근 연이은 지역 내 갈등과 에너지 안보 위기로 인해 군사·산업 자립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미국과 한국이 가세한 것은 나토의 해군력 운용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킴벌리 구일포일 주그리스 미국 대사는 이번 협력을 두고 “상업적 성공을 넘어 지역 안보와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다국적 연대의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하리스 테오하리스 그리스 외무부 차관 역시 “미국의 방산 기술, 한국의 압도적인 조선 노하우, 그리스의 지리적 강점이 결합한 동지중해 전략 허브가 탄생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단순히 배를 수리하는 수준을 넘어, 미 6함대와 나토 연합 함대가 원활하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술적·군사적 후방 지원의 핵심지가 되겠다는 포부다.
파노스 크세노코스타스 오넥스 최고경영자는 “그리스가 이제 단순한 방산 시스템 구매국에서 핵심 장비를 직접 생산하고 지원하는 공급처로 완전히 탈바꿈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지중해 안보 지형 변화의 시험대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동지중해 방산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해석하는 견해가 우세하다. 과거 유럽 조선업의 강자였던 그리스가 오랜 침체기를 딛고 한국과 미국이라는 강력한 파트너를 등에 업고 재기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존재한다. 대규모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의 비용 관리와 더불어,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 속에서 그리스가 목표한 산업 국산화율을 차질 없이 달성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또한 나토 운영 체계와의 완벽한 통합을 위해서는 복잡한 기술 표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력은 한국 방산이 동유럽을 넘어 남유럽과 지중해권으로 영향력을 넓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업이 향후 나토 회원국들의 노후 함정 교체 사업 등 차기 프로젝트로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리스 엘레우시나 항구의 변화가 동지중해의 해상 질서를 어떻게 재편할지 세계 방산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