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식 투자 확대와 일본 증시 활황이 부채 급증 불러
엔화 가치 변동 속 자산 구성 변화 주목
엔화 가치 변동 속 자산 구성 변화 주목
이미지 확대보기34년 전 독일에게 1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이번에는 중국마저 일본의 위상을 넘어서며 아시아 금융 패권의 흐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 26일(현지시각) 보도한 일본 재무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일본의 대외순자산은 561조 8000억 엔을 기록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2025년 말 당시 환율을 적용할 경우 약 3조 5000억 달러 규모에 해당한다. 중국의 대외순자산인 636조 3000억 엔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덩치 키운 日 대외자산, 부채가 더 빨리 늘었다
일본의 대외순자산이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음에도 순위가 밀린 주된 배경에는 대외 부채의 가파른 증가세가 있다. 일본 재무성 집계 결과, 일본의 전체 대외자산은 해외 기업 투자 확대에 힘입어 전년 대비 8.5% 늘어난 1806조 엔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과 스위스를 중심으로 금융, 보험, 운송 장비, 비철금속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의 공격적인 직접 투자가 자산 규모를 견인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대외 부채는 10.5% 증가한 1244조 엔으로 집계되며 자산 증가 속도를 추월했다. 이는 일본 증시의 폭발적인 상승세가 역설적으로 채권국 지위를 약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지난해 닛케이 225 지수는 26% 급등하며 5만 포인트를 돌파했다. 일본 증시가 활황을 보이자 해외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보유액이 대거 늘어났고, 이것이 일본의 대외 부채 항목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금융권의 한 전문가는 "일본의 대외순자산이 줄어든 것은 국력이 약해졌다기보다 자본시장의 개방성과 증시 매력도가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자본 흐름의 정상적인 역동성"이라며 "독일과 중국이 무역 중심의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자산을 쌓아올린 것과 달리, 일본은 자산과 부채가 동시에 비대해지는 복잡한 구조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3파전 구도… 독일 1위 굳히기, 中 추격 가속
이번 데이터는 세계 경제에서 채권국 위상의 세대교체가 완료됐음을 시사한다. 독일은 675조 5000억 엔의 대외순자산을 보유하며 34년 만에 일본을 밀어낸 이후 2년 연속 1위 자리를 수성했다.
독일과 중국의 공통점은 강력한 제조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무역 흑자가 오랜 기간 누적되어 대외자산의 기초 체력을 형성했다는 점이다.
반면 일본은 장기화된 저금리 기조와 엔화 가치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외 자산 구조를 지니고 있다.
외환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일본이 해외 투자를 통해 이자·배당 소득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 규모가 더 빠르게 늘어나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전망: ‘금리 정상화’가 가져올 지형 변화
일본의 대외순자산 순위 하락이 경제적 쇠퇴의 징후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의 대외순자산은 1991년 이후 35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해온 기록적인 수치다.
일본 정부가 최근 추진 중인 금리 정상화와 엔화 강세 유도 정책이 대외자산 평가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향후 핵심 변수다.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 해외 자산의 엔화 환산 가치가 변동하고, 이는 대외순자산 총액 산정 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본이 다시 순위를 뒤집을지, 아니면 독일과 중국 중심의 채권국 구도가 고착화될지는 일본 증시의 상승 탄력과 일본은행의 통화 정책 전환 속도에 달렸다.
시장의 일반적인 평가는 명확하다. 단순히 '누가 1위인가'라는 숫자 놀음보다는, 해외 자본의 유입과 일본 기업의 해외 진출이 교차하며 발생하는 일본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 자본의 거점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이동이 각국의 부채 관리에 어떤 리스크로 작용할지가 앞으로의 시장을 가를 주요 지표가 될 것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