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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안 먹는 시장, 中이 삼킨다”… ‘수조 달러’ 글로벌 할랄 영토 장악

中, 이슬람 국가 제치고 ‘할랄 수출 세계 1위’ 등극… 연 325억 달러 출하 폭발
인도·브라질 무릎 꿇린 독보적 제조 역량… ‘일대일로’ 전용 물류망 타고 전방위 확산
식품 넘어 소박한 패션·K-뷰티 겨냥 화장품까지… “2030년 10조 달러 잭팟 노린다”
중국은 이슬람협력기구(OIC) 57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할랄 무역 시장에서 총 325억 달러의 수출고를 기록하며 전 세계 1위 수출국 자리에 올랐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은 이슬람협력기구(OIC) 57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할랄 무역 시장에서 총 325억 달러의 수출고를 기록하며 전 세계 1위 수출국 자리에 올랐다. 사진=로이터
인구의 절대다수가 비무슬림인 중국이 글로벌 이슬람 가치사슬의 핵심이자 수조 달러 규모에 달하는 세계 ‘할랄(Halal·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 시장의 새로운 최강자로 예상치 못하게 부상했다.
압도적인 시제품 제조 규모와 촘촘한 유통 물류 네트워크를 무기로 삼아, 이슬람 전통의 맹주국들을 제치고 이슬람권 영토를 무섭게 파고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26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디나르스탠다드(DinarStandard)의 최신 대차대조표 데이터 분석 결과, 중국은 이슬람협력기구(OIC) 57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할랄 무역 시장에서 총 325억 달러(한화 약 48조7500억 원)의 수출고를 기록하며 전 세계 1위 수출국 자리에 올랐다.

이는 전통적인 할랄 강국인 인도(289억 달러)와 브라질(269억 달러)을 완벽하게 따돌린 수치다.

국내 소수민족 수요가 키운 기초 체력… 전자상거래 만나 날개 달았다


중국 내에는 후이족, 위구르족, 카자흐족 등 약 2500만 명의 무슬림 인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의 내수 소비가 중국 할랄 산업의 초기 기틀을 다져왔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 젊은 무슬림 소비자들의 수요 폭발과 온라인·오프라인 공급망의 대대적인 혁신이 맞물리면서 중국의 할랄 라인이 ‘수출 주도형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완전히 체질을 개선했다.

글로벌 마케팅 그룹 헬리오스 월드와이드(Helios Worldwide)의 험프리 호 대표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처럼 통일된 법적 할랄 식품법이 없는 중국이, 이 정도로 정교한 할랄 수출 대기업 생태계를 구축해 냈다는 사실 자체가 글로벌 통상 학계의 흥미로운 화두”라고 짚었다.

미국 컨설팅사 프로스트 앤 설리번(Frost &Sullivan)에 따르면, 전 세계 할랄 경제 규모는 오는 2030년까지 최소 9조5000억 달러에서 최대 10조5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초거대 시장으로 팽창할 전망이다.

중국 당국은 이 거대한 가치사슬을 자국의 핵심 대외 외교 전략인 ‘일대일로(Belt and Road)’ 이니셔티브에 전격 통합시켰다.

동남아, 중동, 중앙아시아 등 무슬림 다수 국가로 통하는 전용 물류 허브와 초고속 저온 유통(콜드체인) 시설을 국가 주도로 확충한 것이다. 여기에 알리바바 그룹(Alibaba)과 징둥닷컴(JD.com) 등 중국 빅테크 플랫폼들이 온라인 앱 내에 전용 ‘할랄 인증 섹션’을 개설해 침투 속도를 가속화했다.

“중국산이 더 싸고 안전”… 음식 넘어 소박한 패션·화장품까지 독식


중국 할랄의 강점은 철저한 단가 우위와 다각화된 가공 기술에 있다. 과거 단순 육류 가공에 그쳤던 제품군은 이제 밀키트(즉석식품), 유제품, 음료, 건강기능식품으로 대폭 확장됐다.
미국 할랄재단의 인증 이사인 아즈미 아니스는 “현재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자국 현지에서 재료를 조달하는 것보다, 중국 공장에서 엄격히 생산된 할랄 인증 성분과 원료를 수입해 쓰는 것이 훨씬 비용 효율적이고 품질 관리가 쉽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중국 시장 컨설팅사 고닌(Gonyn)에 따르면 중국 국내 할랄 식품 시장 규모는 매년 8% 이상 고속 성장해 약 440억7000만 달러에 달하며, 중국 내에서 ‘할랄 인증’은 종교적 기준을 넘어 오염 물질이 없는 ‘프리미엄 최고급 품질’과 ‘안전한 식품 표준’의 보증 수표로 통하며 시장의 강력한 신뢰를 얻고 있다.

식품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의 확장세도 무섭다. 히잡(머리 스카프)과 아바야(이슬람 전통 드레스) 등 무슬림 여성들을 위한 이른바 ‘소박한 패션(Modest Fashion)’ 시장은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섬유 공장들의 거대한 독점 영토가 됐다.

아울러 소셜미디어(SNS)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장착한 중국의 가성비 화장품 브랜드 ‘셰글람(Sheglam)’과 소매 유통 대기업 ‘KKV’ 등 뷰티 진역도 중동 및 동남아 지갑을 빠르게 열어젖히며 가치사슬 영토를 넓히고 있다.

동남아·아랍의 ‘인증 불신’ 장벽… 공급망 교란하는 치킨게임 우려도


그러나 중국의 할랄 굴기가 최종 패권을 쥐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치명적인 아킬레스건도 존재한다. 바로 ‘인증의 신뢰성’ 문제다.

글로벌 아프리카연구소의 자이나브 엘-베르누시 정치학 부교수는 “중국 내 할랄 인증은 말레이시아(JAKIM)나 인도네시아(MUI), 혹은 아랍 국가들의 엄격한 국제 표준과 달리 정부 지원을 받는 이슬람협회나 지방 성 차원의 민족사무국에서 제각각 담당하고 있다”며 “이러한 국가 인증 제도의 파편성과 불투명성은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주류 시장에서 중국이 더 높은 프리미엄 가치를 인정받는 데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역 전쟁과 이란 전쟁 여파로 서방 공급망이 흔들리는 틈을 타, 중국 기업들이 기하학적으로 국제 할랄 인증 획득 수순을 밟으며 기준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위협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압도적인 제조 팩토리 능력이 전 세계 할랄 시장에 본격 쏟아질 경우, 제품 단가를 급격히 낮춰 기존 무슬림 로컬 기업들을 고사시키는 강력한 ‘단가 파괴 치킨게임’의 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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