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W 우회해 80억 유로 투입… 주주간 계약으로 영구 거부권 확보
연내 파리·프랑크푸르트 IPO 추진… 유럽 방산 국가 주도 통합 가속
연내 파리·프랑크푸르트 IPO 추진… 유럽 방산 국가 주도 통합 가속
이미지 확대보기독일 정부가 레오파르트 2 전차를 생산하는 유럽 최대 지상무기 제조업체 KNDS의 지분 40%를 전격 인수한다.
방산 전문 매체 ESUT는 지난 22일(현지시각) 독일 흑적 연정 교섭단체가 수개월간의 내부 갈등 끝에 KNDS의 지분 40%를 확보하는 전략적 투자안에 최종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인수는 단순한 지분 투자를 넘어 유럽 방산 가치사슬이 국가 주도로 통합되는 구조 변화를 의미한다. 사실상 KNDS는 민간 기업에서 '준국영 방산 플랫폼'으로 성격이 바뀌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유럽 지상 무기 시장에서 독일 전차와 치열하게 경쟁 중인 한국 방산 기업들에는 수출 전선의 지형 변화를 예고하는 대형 변수다.
부채 한도 피해 80억 유로 수혈… 독·프 방산 패권 ‘치열’
독일 정부의 이번 행보는 지상 방산의 핵심 기술을 보호하고 유럽 무기 체계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보도에 따르면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프랑스와의 완전한 대등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분 40% 확보를 강하게 주장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와 카테리나 라이헤 경제장관은 국가 참여율을 최대 30%로 제한하려 했으나 결국 한시적 타협안으로 조율됐다. 양측은 독일의 지분을 2~3년 내에 30%로 낮추되, 프랑스 역시 지분을 같은 수준으로 낮추도록 유도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독소조항 격인 특약 조건을 통해 독일은 지분이 30%로 줄어들더라도 프랑스(40%)와 동일한 거부권과 의결권을 보장받는다. 이는 지분율과 무관하게 전략적 의사결정에 대해 양국이 동등한 거부권을 행사하는 '주주간 계약(SHA)' 기반 구조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 평가하는 KNDS의 기업 가치는 180억~200억 유로(약 31조~35조 원)에 달한다. 독일 정부가 인수하는 40% 지분의 가치는 최대 80억 유로(약 14조 원)로 추산된다. 독일 정부는 자국 재정의 걸림돌인 부채 한도 규제를 피하기 위해 국영 재건개발은행(KfW)을 투자 주체로 내세웠다. 가치를 지닌 주식을 취득하는 형태여서 자산 가치가 보존되는 금융 거래로 분류되므로, 독일 헌법상 부채 한도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독일 정부는 자국 내 생산 기지와 일자리를 보장받고, 핵심 방산 기술의 해외 유출을 차단하는 강력한 도구를 손에 넣었다.
KNDS 연내 IPO 추진… ‘유럽산 우선 조달’ 압박 거세질 듯
지분 구조 변화의 또 다른 축은 기존 주주인 웨그만 홀딩스의 철수와 연내 기업공개(IPO)다. KNDS 지분 50%를 소유했던 민간 가문(보데·브라운베렌스)이 지분을 매각하고 물러나면서, KNDS는 독일 정부와 프랑스 정부가 각각 40%씩 총 80%의 지분을 쥐는 구조로 탈바꿈한다. 양국 정부는 조만간 프랑크푸르트와 파리 증시에 KNDS를 상장하고 나머지 20%의 지분을 시장에 유통할 계획이다.
독일 국방부는 이번 국유화 조치로 대규모 무기 조달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KNDS는 현재 최신형 전차인 레오파르트 2 A8의 유럽 국가 연쇄 수주를 처리하고 있으며, 향후 수년 동안 차세대 장갑차 ‘복서’ 3000대를 독일에 공급할 방침이다.
국가가 앵커 주주로 버티고 선 만큼, KNDS의 생산 라인은 앞으로 독일 국방부와 유럽 연합 회원국의 주문을 최우선시하여 가동할 수밖에 없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이미 유럽방위산업단기공동조달법(EDIRPA) 등을 통해 공동조달 시 역내 기업 참여를 사실상 요구하고 있어, 이번 국유화는 유럽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블록 내 무기 구매’를 압박하는 강력한 정책적 추진력이 될 전망이다.
K-방산에 미치는 영향 고조… 수급 통제력과 금융 리스크 주시해야
유럽 방산의 국가 주도 통합은 현지 시장을 공략 중인 한국 방산 업계에 대대적인 통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K2 전차를 앞세워 폴란드, 루마니아 등 동유럽 시장을 확보해 나가는 한국 입장에서는 정책 보조금과 제도적 장벽을 등에 업은 독일 기업과 싸워야 하는 처지다.
다만 독일의 고질적 약점인 느린 생산 속도와 높은 단가, 그리고 까다로운 무기 수출 승인 등 정치적 리스크는 여전하다. 반면 기술 이전과 파격적인 현지 생산 조건을 결합한 한국식 수출 모델은 신속한 납기 능력과 맞물려 여전히 동유럽 국가들에 매력적인 선택지로 남아 있다.
투자자의 판단을 돕기 위한 향후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KNDS의 IPO 이후에도 공급망 병목이 지속되면서 한국이 실전 배치 위주의 틈새 수요를 지속해서 흡수한다. 반면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독일 정부가 유럽 내 공동 방산 기금을 활용해 KNDS 전차 구매 국가에 파격적 금융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한국의 추가 수주를 가로막는다.
투자자·방산 관계자가 확인해야 할 3대 지표
첫째, KNDS 공모가 및 설비투자 규모다. 상장 시 확정되는 공모 가치와 조달 자금이 레오파르트 생산 라인 증설에 얼마나 투입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자금 수혈로 납기 단축이 가시화되면 한국 방산의 최대 무기인 '신속 납기'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독일 정부의 유럽 역내 공동구매 금융 지원책이다. 독일 정부가 자국 방산의 수주 확대를 위해 KfW 등 국영 금융기관을 동원해 동유럽 구매국에 파격적인 저리 대출이나 구매 보조금을 제공하는지 주시해야 한다. 방산 수출은 금융 조달 능력이 승패를 가르므로 한국 수출입은행의 지원 한도와 비교 평가가 필수적이다.
셋째, EU 차원의 역내 무기 조달 의무화 법제화 동향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하여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역내 산 무기 구매 비율을 강제하는 입법안을 통과시키는지 점검해야 한다. 제도적 장벽이 현실화되면 폴란드, 루마니아 등 기존 한국 방산 거점국들의 추가 승인 및 3차 물량 계약에 직접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