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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교전 격화… 미·이란, 종전 합의 '마지막 고비'

미군, 봉쇄 위반 이란 유조선 2척 공습… 양측 "상대방이 먼저 쐈다" 공방
루비오 "이란 답변 오늘 받는다"… 14개항 양해각서 서명 여부 '초읽기'
브렌트유 배럴당 101달러(약 14만 7900원) 재돌파… IEA "사상 최대 에너지 안보 위기"
호르무즈 해협.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호르무즈 해협. 사진=연합뉴스
전쟁 종식을 향한 외교 협상이 막바지 고비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과 이란이 9일(현지시각) 호르무즈 해협에서 또다시 무력 충돌을 벌이며 한 달 가까이 이어진 휴전 체제를 흔들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란 측의 종전 합의 답변을 "오늘 중으로 받겠다"고 밝혔다.

알자지라, 로이터통신, 악시오스, CNN, CNBC 등 주요 외신은 8~9일간 미국과 이란은 파키스탄을 중재자로 14개 항목의 양해각서(MOU) 초안을 놓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해협 통제권과 핵농축 중단 기간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쟁이 발발한 지 70일째를 맞은 가운데,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의 봉쇄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역사상 최대 에너지 안보 위협"이라고 공식 규정했다.

호르무즈에서 또 총성… 쌍방 "상대방이 먼저 쐈다" 공방


알자지라·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의 8~9일(현지시각) 연속 보도를 종합하면,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8일 미 해군 F/A-18 슈퍼호넷 전투기가 미국의 이란 항구 봉쇄를 뚫으려 한 이란 국적 빈 유조선 2척의 연통(smokestack)을 정밀 타격해 운항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CENTCOM은 "세 번째 이란 국적 선박도 앞서 수요일 무력화했으며, 세 척 모두 이란 항구로의 진입이 차단됐다"고 덧붙였다.

이란군 합동참모본부(카탐 알-안비야)는 즉각 반발했다. 이란 측은 "미국 공격군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제슈크 해안에서 이란 유조선과 화물선을 표적으로 삼았고, 동시에 반다르 하이르·시리크·게슘섬 민간 해안 지역도 폭격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란혁명수비대(IRGC) 해군은 "탄도 미사일·대함 순항 미사일·고폭 드론으로 미군 구축함 3척을 공격했다"고 밝혔으나, CENTCOM은 "피격 미 자산 없음"이라고 일축했다.

이번 사태는 하루 전인 7일에도 이어졌다. 미군은 7일 이란의 미사일·드론 발사 기지와 지휘통제소, 정보·감시·정찰(ISR) 시설 등을 타격했다.

이란 관리 모하마드 라드메르르 호르모즈간주 미나브 군수는 이란 국영 메르 통신에 "미군의 공격으로 화물선 한 척이 피격·화재를 입어 선원 10명이 부상을 입었고, 5명이 실종됐다"며 "실종자 중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BC뉴스 인터뷰에서 "휴전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상황을 가볍게 규정했다. "이란이 오늘 우리에게 도발했다. 우리는 이를 가볍게 쳐냈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에이는 8일 국영 이스나 통신에 "어젯밤 미국의 행동은 국제법 위반이자 명백한 휴전 협정 파기"라고 반박했다.

14개항 양해각서의 쟁점… 핵 모라토리엄 '12년 대 5년' 팽팽


미국 매체 악시오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각),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1페이지짜리 14개항 양해각서(MOU) 체결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재러드 쿠슈너와 이란 측 인사들이 직접 및 중재자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복수의 협상 관련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은 핵농축 5년 중단을 제시한 반면 미국은 20년을 요구하고 있다. 세 명의 소식통은 최종 합의가 12~15년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합의안에는 이란이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불시 사찰을 수용하고, 고농축 우라늄을 해외(미국 포함)로 이전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 운영 방식은 가장 타결하기 어려운 쟁점으로 꼽힌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8일 로마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이란이 국제 수로를 통제하고 통행료를 받는 것을 정상화하는 세계에 살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반면 이란 측 제안에는 해협에 대한 '새로운 관리 기구' 설치가 포함돼 있어 양측의 입장이 정면으로 엇갈리고 있다.

테헤란 소재 중동전략연구소의 압바스 아슬라니 선임 연구원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항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며 "어느 한 쪽이 먼저 양보하느냐를 두고 버티기 싸움이 계속되고 있지만, 양측의 오판이 사태를 더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런던 킹스칼리지 안보학과 안드레아스 크리그 부교수도 알자지라에 "워싱턴은 전쟁·호르무즈·핵 문제를 한 번에 묶은 포괄적 해법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브렌트유 배럴당 101달러 재돌파… 미국 주유소 리터당 약 1760원


9일(현지시각)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01.53달러(약 14만 8690원)까지 올랐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배럴당 95.68달러(약 14만 원)를 기록했다.

다만 두 계약 모두 주간 기준으로는 6% 이상 하락한 상태다. SEB 상품 담당 올레 하발비에 분석가는 전날 장중 브렌트유가 배럴당 최고 108.8달러(약 15만 9337원)에서 최저 96.8달러(약 14만 1763원)까지 오르내리는 '폭력적인' 가격 변동을 보였다고 리그존(Rigzone)과의 인터뷰에서 분석했다.

미국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9일 기준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갤런(약 3.785리터)당 평균 4.558달러(약 6663원), 리터당 환산 약 1764원으로 치솟았다. 전쟁 개시 직전인 2월 26일 갤런당 2.96달러(약 4334원)에서 약 53% 급등한 수치다.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쟁 개시 이후 기름값이 갤런당 2.98달러(약 4364원)에서 4.55달러(약 6663원)로 치솟았다. 서민들은 감당이 안 된다"며 즉각적인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PVM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존 에번스 분석가는 "공급이 얼마나 빨리 회복될 수 있는지, 합의 이후 제재는 어떤 모습일지 등 중요한 변수가 아직 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다 인사이츠의 반다나 하리 창업자 겸 대표는 같은 매체에 "미국 행정부가 협상 전망을 계속 부풀리고, 시장이 이를 매번 사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며 경고 신호를 보냈다.

한편 현재 미 중부사령부가 이란 항구 봉쇄 조치를 통해 발이 묶어 놓은 유조선 70여 척에 실린 이란 원유는 총 1억 6600만 배럴, 추정 가치 약 130억 달러(약 19조 원)에 이른다.

"합의 아니면 전면전"… 분수령은 이란의 MOU 답변


루비오 장관은 8일 이란 측 답변을 "오늘 중"으로 예상했지만, "아직 받지 못했다. 이란 내부 체계가 여전히 분열돼 있고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 장애 요인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외교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카타르 총리 셰이크 모하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가 8일 워싱턴을 직접 방문해 JD 밴스 부통령을 만났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오는 14~15일) 일정도 협상 마감 시한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는 25일 전후로 시작되는 이슬람 성지순례(하즈) 기간에 이란 순례객들이 예정대로 메카를 방문해야 한다는 부담도 모든 당사국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합의하지 않으면 폭격이 재개될 것이며 이전보다 훨씬 강도가 높고 격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현재 아라비아해에 USS 트럭스턴·USS 라파엘 페랄타·USS 메이슨 등 구축함 3척을 배치해 이란 항구 봉쇄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금까지 상선 57척을 돌려보내고 선박 3척을 무력화했다.

CIA는 이란이 현재의 봉쇄 체제를 최소 3~4개월은 버텨낼 경제적 여력이 있다고 내부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퇴역 장군 마크 키밋은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거나 전투로 돌아가거나, 둘 중 하나"라고 단언했다. 전쟁이 시작된 지 70일째를 맞은 지금, 합의 도달과 전면전 재개 사이의 마지막 선택지가 이란의 회신 한 장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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