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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500 최대 30% 폭락 경고… 실링 "올해 침체 피할 수 없다"

소비·주거·투자 3중 균열… 이란발 유가 폭등이 도화선
골드만삭스 침체 확률 30%로 상향… 무디스는 49% 제시
에이 게리 실링(A. Gary Shilling) 앤드컴퍼니 대표.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에이 게리 실링(A. Gary Shilling) 앤드컴퍼니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란 전쟁발 에너지 물가 급등과 소비 둔화, 고금리 장기화라는 세 가지 악재가 동시에 미국 경제를 옥죄는 가운데, '경기 예언자'로 불리는 전설적 경제학자가 올해 침체 진입을 기정사실로 못 박았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일(현지시각) 에이 게리 실링(A. Gary Shilling) 앤드컴퍼니 대표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실링은 "미국 경기침체를 막을 수 있는 요인이 사실상 없다"고 단언했다. 머릴린치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2008년 주택 시장 붕괴를 정확히 예측한 그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연내 최대 30%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일 종가 기준 7230.12포인트인 S&P 500이 30% 내리면 약 5061포인트까지 추락하게 된다.

소비·주거·투자, 세 개의 기둥이 흔들린다


실링이 가장 먼저 지목한 위험 요인은 가계 소비의 급격한 체력 저하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 집계 기준 올해 3월 실질 개인 소비지출(PCE) 증가율은 연율 2%로 버텼지만, 소득 여건은 이미 바닥을 향하고 있다.

3월 실질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연율 0.4%로 3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고, 연간 개인 저축률도 3.6%까지 낮아져 2022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란 전쟁 여파로 에너지 물가가 전년 대비 12.5% 치솟은 것이 소비자를 가장 크게 짓누르는 변수다. 미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이는 2022년 이후 가장 큰 에너지 가격 상승 폭이다.

휘발유 가격은 전년 대비 18.9%, 연료유는 44.2% 폭등했으며, 3월 전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3%로 뛰어올라 2024년 5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국제 유가(브렌트유)는 현재 배럴당 110달러(약 16만 2470원) 안팎에서 거래 중이다.

실링은 "소득 측면에서도, 소비 의지 측면에서도 극도로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갤럽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5%가 자신의 재정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해 갤럽이 이 조사를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비관 수치를 기록했다.

BEA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연율 2.0%로 전 분기(0.5%)에서 반등했으나, 시장 예상치인 2.2~2.3%에 미치지 못했다. 정부 지출 회복이라는 기저 효과에 기댄 일시적 반등이라는 분석이 있다.

주택 시장은 고금리 지속 기대가 이어지면서 거래가 사실상 멈췄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3.5~3.75%로 동결한 상태에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자 거래가 급감했다. BEA 속보치 기준 올해 1분기 주거 투자 증가율은 –4.8%로 추산된다.

기업 투자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AI) 관련 자본지출은 급증했지만, 이를 제외한 광의의 민간 자본지출 증가율은 지난해 말 기준 3.9%에 그쳐 팬데믹 당시 24%를 웃돌던 최고치에서 크게 추락했다.

"주가는 닷컴 버블 직전 수준… 30% 조정은 역사적 정상 범위"


실링은 주식 시장 밸류에이션(가치평가) 과열도 심각하게 경고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의 이름을 딴 '실러 케이프(CAPE)' 비율, 즉 물가 조정 주가수익비율(PER)은 닷컴 버블 붕괴 직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주가매출비율과 주가순자산비율도 각각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실링은 "주가는 매우 비싸고, 가까운 장래에 대규모 조정이 올 가능성이 높다"며 연말을 조정 시점으로 지목했다. 그는 "20~30% 하락은 역사적 기준에서 전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S&P 500 지수가 현재 7230포인트 수준에서 30% 추락하면 약 5061포인트까지 내려앉게 되며, 이는 2024년 초 이후 쌓인 상승분을 전부 반납하는 수준이다.

그는 AI 붐 자체가 시장 과잉의 신호라는 시각에는 선을 그었다. "오랜 경력을 쌓으면서 숨겨진 결함을 찾아왔는데, 지금 당장 대규모 매도를 촉발할 뚜렷한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런 결함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집계 기준으로 21개 투자은행과 연구기관의 중간값 전망은 S&P 500이 올해 7650포인트로 마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실링의 경고와 정면으로 엇갈린다.

"침체 확률 30~49%" 월가 내부서도 비관론 확산


실링의 경고는 월가 내부의 이견을 자극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3월 24일 보고서에서 미국 경기침체 확률을 기존 25%에서 30%로 올려 잡았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유가 급등과 성장 둔화, 재정 지원 약화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 미국 성장률 전망도 연율 1.25~1.75%로 낮췄다. JP모건은 올해 초 2026년 침체 확률을 35%로 제시한 바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훨씬 강한 경고를 내놨다. 무디스 경기침체 예측 모델은 이란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 2월 기준으로 이미 향후 12개월 내 침체 확률을 49%로 제시했다.

잔디는 "유가 급등과 이란 충돌을 감안하면 이 수치가 핵심 분기점인 50%를 넘길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팬데믹 침체를 제외한 모든 경기침체 전에 유가 급등이 선행됐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3.75%로 동결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을 인정하면서도 추가 금리 인하 신호 발송을 자제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9월과 12월 두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지만, 고물가 지속 시 이마저 불확실해진다.

실링은 침체를 막을 유일한 변수로 대규모 재정 부양책 또는 소비 지출의 급격한 회복을 꼽았지만, 두 가지 모두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저축률 3.6%라는 숫자는 미국 가계가 소비 여력의 상당 부분을 이미 소진했음을 보여 준다. 이란 전쟁이 진행 중인 한 에너지 물가 압박이 쉽게 완화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월가의 낙관론과 실링의 경고 사이 간극은 당분간 좁혀지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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