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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원유 55만 배럴 미국 직행…트럼프, '키스톤 라이트' 파이프라인 승인

바이든이 막은 키스톤XL의 3분의 2 규모, 몬태나~와이오밍 1050km 관통
2028년 완공 목표지만 환경단체 소송·주요 하천 오염 우려 변수로
키스톤 XL송유관 건설시 연결될 미국 네브래스카 키스톤스틸시티 펌프장.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키스톤 XL송유관 건설시 연결될 미국 네브래스카 키스톤스틸시티 펌프장. 사진=연합뉴스

캐나다산 원유를 미국 심장부로 끌어들이는 대형 파이프라인 건설이 트럼프 행정부의 승인으로 본격 궤도에 올랐다.

미국 AP통신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서스캐처원주와 몬태나주 북동부 국경에서 와이오밍주까지 뻗는 '브리저 파이프라인 확장(Bridger Pipeline Expansion)' 사업의 국경 통과를 허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보도한 이 사안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기후변화를 이유로 2021년 취임 당일 백지화한 키스톤XL과 노선과 목적이 유사해 업계에서 '키스톤 라이트'로 불리는 프로젝트다.

하루 55만 배럴, 키스톤XL의 3분의 2 규모


브리저 파이프라인 확장 사업의 규모는 직경 약 1미터(3피트), 총연장 약 1050킬로미터(650마일)에 이른다. 하루 최대 수송량은 55만 배럴(8만7400㎥)로, 키스톤XL이 계획했던 하루 수송량의 약 3분의 2 수준이다.

캐나다 오일샌드산 원유를 포함한 여러 등급의 원유를 미국 내 기존 파이프라인망과 연결해 정유소나 수출 항구까지 운반하는 구조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허가서에는 원유 외에도 휘발유·등유·경유·액화석유가스(LPG) 수송 권한도 포함됐다.

와이오밍주 캐스퍼에 본사를 둔 브리저 파이프라인 LLC(유한책임회사)의 대변인 빌 살빈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파이프라인은 안전과 완결성을 핵심 설계 원칙으로 삼아 건설될 것"이라며 "옐로스톤강과 미주리강 등 주요 하천 아래는 9~12미터(30~40피트) 깊이로 굴착 통과하는 방식을 택해 사고 위험을 줄였다"고 밝혔다.

또 전체 노선의 70% 이상이 기존 파이프라인 통로 안에 놓이고, 80% 이상이 사유지를 지나 연방 공유지 통과 구간이 적은 만큼 복잡한 연방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상당 부분 피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다만 사유지 비율이 높다는 것은 개별 토지 소유자와의 보상 협상 및 수용 절차가 광범위하게 수반된다는 의미이기도 해, 환경단체 외에 지역 지주들과의 갈등도 변수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 후 "지난 행정부는 파이프라인 허가를 단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우리는 파이프라인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유출 사고 이력과 환경단체의 저지 움직임


브리저 파이프라인과 모기업 트루컴퍼니(True Company)의 과거 사고 이력은 이번 사업의 또 다른 쟁점이다.
이 회사 계열사들은 2015년 옐로스톤강에 원유 약 19만 리터(5만 갤런 이상)를 유출해 몬태나주 한 도시의 식수원을 오염시켰고, 2016년 노스다코타주에서는 약 227만 리터(60만 갤런 이상)의 원유가 리틀미주리강과 그 지류로 흘러들었다.

2022년에는 와이오밍주에서 약 17만 리터(4만 5000갤런) 규모의 경유 유출 사고도 났다. 노스다코타·몬태나 사고와 관련해 트루컴퍼니 계열사들은 미국 연방정부와의 소송에서 1250만 달러(약 184억 원)의 민사 제재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살빈 대변인은 "2015년 옐로스톤 유출 사고 이후 인공지능(AI) 기반 누출 감지 시스템을 도입해 이상 징후를 훨씬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환경법률단체 어스저스티스(Earthjustice)의 제니 하빈 변호사는 AP통신에 "파이프라인은 파열되고 누출된다. 이것은 파이프라인의 속성"이라며 "지금 우리가 보는 가장 큰 우려는 모든 파이프라인 사업에 내재된 유출 위험"이라고 말했다.

몬태나 환경정보센터와 와일드어스 가디언스(WildEarth Guardians) 등 단체들도 사업 저지를 공식 선언한 상태다.

2027년 착공, 2029년 1월 전 완공이 관건


브리저 파이프라인은 착공 전까지 주(州) 정부와 연방 환경당국의 추가 승인을 받아야 한다. 회사 측은 오는 2027년 가을 착공, 늦어도 2029년 초 완공을 목표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2029년 1월 20일 끝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기 행정부의 허가 취소를 피하려면 임기 종료 전 공사를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다.

바이든 정부가 취임 당일 키스톤XL을 백지화했을 당시 앨버타주 정부가 이 사업에 10억 달러(약 1조 4750억 원) 이상을 투자한 상태였다는 점은 캐나다 측에도 뼈아픈 기억이다.

현재 국제유가는 수급 불안과 미국의 에너지 독립 강화 기조 속에서 변동성이 큰 흐름을 보이고 있다.

브리저 파이프라인이 계획대로 완공되면 미국이 캐나다산 원유를 하루 55만 배럴 추가로 수입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는 셈이다.

환경단체들의 법적 저항이 공사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허가 취득과 착공 사이의 법적 공방이 이 사업의 실질적인 첫 번째 고비가 될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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