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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4 석 달, 삼성은 '최초'·SK하이닉스는 '수율 안정'…엔비디아 수주 승자는

SK하이닉스, 엔비디아 물량 70% 수성 전망…삼성전자 수율 85%, 시장은 차분
중국 CXMT, IPO 6조 원 HBM 라인 투입…"2~3세대 격차" 안심할 수 없는 이유
기술 선도와 양산 안정성, 공급망 리스크 관리라는 세 과제를 동시에 풀어내는 기업만이 AI 메모리 시대의 주도권을 쥔다. HBM4는 또 다른 경쟁의 시작일 뿐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기술 선도와 양산 안정성, 공급망 리스크 관리라는 세 과제를 동시에 풀어내는 기업만이 AI 메모리 시대의 주도권을 쥔다. HBM4는 또 다른 경쟁의 시작일 뿐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올해 212,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 출하를 공식 선언했다. 10나노 6세대(1c) D램과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앞세워 시장의 기술력 의구심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적 행보였다.
SK하이닉스는 달랐다. 지난 1월 말 실적 발표에서 "고객 요청에 따라 HBM4를 현재 양산 중"이라고 밝힌 SK하이닉스는 '최초' 타이틀 경쟁 대신 엔비디아와의 공급 관계 공고화와 수율 안정성 확보에 무게를 뒀다. 지난 423일 컨퍼런스 콜에서도 "HBM4는 계획대로 공급 중이며 차세대 HBM4E는 내년 양산"이라는 로드맵을 재확인했다. 깃발은 삼성전자가 먼저 꽂았지만, 시장 점유율 전망은 다소 다른 그림을 가리킨다.

여기에 중국 메모리 기업 추격과 미국 수출 통제 강화가 겹치면서, 2026년 한국 메모리 산업은 수익성 극대화와 기술 초격차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복합 방정식 앞에 섰다.

'최초' 삼성 vs '안정' SK하이닉스…HBM4 수주전 진짜 승부처는 수율


두 기업의 HBM4 전략은 출발점부터 갈렸다.

SK하이닉스는 검증된 10나노 5세대(1b) D램과 MR-MUF 패키징 기술로 양산 안정성을 앞세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등 주요 분석 기관들은 2026년 엔비디아, 구글, AMD 등 합산 기준 HBM4 시장 점유율을 SK하이닉스 54~55%, 삼성전자 28~29%, 마이크론 17~18%로 전망하고 있다. UBSSK하이닉스가 구글 TPU v7 시리즈의 HBM3E 첫 공급사가 될 것으로 분석했고, 엔비디아 물량 배분에서도 SK하이닉스 점유율이 약 70%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기술 스펙으로 판도를 뒤집겠다는 구상이다. 1c D램과 하이브리드 구리 본딩 기술을 결합해 동작 속도 11.7Gbps의 최고 성능을 내세우고, 파운드리와 메모리 역량을 연결한 '원스톱 반도체 솔루션' 전략으로 점유율 탈환을 시도 중이다. HBM4 양산 직후 7세대 HBM4E 로드맵도 공개했다. 올해 하반기 샘플 출하, 2027년 본격 양산이 목표다.

다만 시장의 시선은 기술 스펙보다 수율 안정화에 쏠려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약 85% 수율을 확보했다고 밝히는 데 주목하면서도, 내부 노사 갈등으로 인한 생산 차질 우려가 공급 신뢰도에 부담을 줄 수 있어 해결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엔비디아는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양사 모두에 물량을 배정할 가능성이 크다. 16HBM4 제품은 현재 수요가 제한적이라는 판단 아래 양사 모두 12단 위주로 사업을 전개 중이다. 누가 더 안정적인 품질을 적기에 대량 공급하느냐, 그 하나가 최종 승부처다.

영업이익 500조 원 전망의 이면…PC·스마트폰 원가 폭등 '불편한 진실'

이런 가운데 HBM 집중 전략의 부작용이 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에 맞춰 생산 역량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집중 재편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장기 공급 계약 기반의 현금 흐름 확보를 위해 범용 D램 라인 전환을 이어가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평택 P4 팹의 파운드리 라인을 HBM4 생산으로 전환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범용 D·낸드플래시 계약 가격은 직전 분기보다 50% 이상 급등했다. 노무라증권은 "AI 투자 확대와 서버 증설이 지속되면서 메모리 가격 협상력이 공급사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사의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약 948000억 원을 기록했으며, 일부 증권사는 초낙관적 전망으로 연간 합산 영업이익 500조 원 돌파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동전의 뒷면도 있다. HBM 생산이 웨이퍼 생산 능력을 잠식하면서 PC·스마트폰 등 완제품 제조사의 부품 원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서버용 DDR5 수요까지 급증해 수급 불균형이 구조화하는 양상이다. AI 투자 사이클이 꺾이는 순간 공급 과잉으로 반전될 위험 역시 상존하는 만큼, 유연한 생산 포트폴리오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美 관세 압박·CXMT 6조 원 투입…"2~3세대 격차" 안심할 수 없는 이유


외부 압박도 동시에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1월 반도체 무역확장법 232조 관련 포고문을 발표하고 대미 투자와 연계한 관세 상쇄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3월에는 미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을 포함한 16개국에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대미 수출 여건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중국 최대 메모리 기업 창신메모리(CXMT)는 올해 생산 라인의 20%HBM 라인으로 전환하고 연내 HBM3 양산을 추진했으나, 발열 등 기술적 난항으로 상반기 목표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협력사에 양산 수준의 발주조차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현재 한국(HBM4)과 중국(HBM3 미달)의 기술 격차는 2~3세대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 격차가 영구적이라고 보는 시각은 없다. CXMT는 기업공개(IPO)로 약 6조 원을 조달해 HBM 생산 라인 확충에 투입할 계획이며, 중국 정부도 약 75조 원 규모의 반도체 국부펀드 3기 투자를 본격 집행 중이다. UBS 등 주요 기관은 중국 메모리 기업들이 2026년 중 세계 공급량의 10% 가까이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한다. 이는 범용 제품 수익성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단순 물량 경쟁으로 중국을 이길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한국 메모리 산업이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고성능 영역으로 무게 중심을 완전히 옮겨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 반도체 들고 있다면 봐야 할 3가지 지표


첫째, HBM4 수율·출하량 추이다. 삼성전자의 기술적 주장이 실제 공급량으로 이어지는지 분기별로 확인해야 한다. 수율 안정성이 시장 점유율로 이어진다.

둘째, 범용 D·낸드 계약 가격 변화다. AI 투자 사이클의 꺾임 여부를 가장 먼저 알리는 선행 신호로, 50% 급등세가 꺾이기 시작하면 경고음으로 읽어야 한다.

셋째, CXMTHBM3 양산 개시 시점이다. 지금은 지연 중이지만 6조 원 실탄이 투입되는 순간 중장기 추격 속도가 달라진다. 이 시점이 한국 기업들의 프리미엄 전략 전환 마지노선이 된다.

기술 선도와 양산 안정성, 공급망 리스크 관리라는 세 과제를 동시에 풀어내는 기업만이 AI 메모리 시대의 주도권을 쥔다. HBM4는 또 다른 경쟁의 시작일 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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