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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섬유 수출, 관세·이란 전쟁 이중 충격에 2030년 목표 '흔들'

폴리에스터 가격 40% 폭등·생산 25% 강제 축소…295억 달러 수출 되레 뒷걸음
FTA 호재에도 성장률 목표 절반 토막…"성장이 아닌 생존 국면" 업계 토로
미·이란 일시 휴전에도 유가 전쟁 전 수준 웃돌아…올해 수출 목표 달성 불투명
인도 의류산업 중심지인 남부 타밀나두주 티루푸르의 한 의류공장.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인도 의류산업 중심지인 남부 타밀나두주 티루푸르의 한 의류공장. 사진=연합뉴스
인도 섬유 산업이 2030년 연간 수출 1000억 달러(약 148조 원)라는 국가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중, 미국 관세와 이란 전쟁이라는 두 개의 악재가 반년 간격으로 연속 강타하면서 업계 전반이 회복 대신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지난 8일(현지시각) 세계 섬유 공급망의 새 중심축으로 부상하던 인도가 지정학 리스크의 직격탄을 맞아 업계 전반이 수익 구조 붕괴와 수요 절벽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해에 두 번, 관세 폭탄과 전쟁이 엄습하다


인도 섬유 업계가 처음 위기에 빠진 건 지난해 8월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산 전 품목에 50% 관세를 부과하면서 완제품 의류 업체들은 주문 취소와 강제 할인의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2월 관세율이 완화되면서 겨우 숨통이 트이는 듯했지만, 그 안도감은 채 몇 주를 넘기지 못했다.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막히고 에너지·화물 운임이 동시에 치솟았다.

이 여파는 섬유 산업의 핵심 원자재인 폴리에스터 가격을 직접 압박했다. 폴리에스터는 인도 합성섬유 생산량의 약 75%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로, 가격 변동이 원사 생산부터 의류 완제품까지 전 가공 단계에 걸쳐 파급된다.

남인도 면방적협회(SIMA) 두라이 팔라니사미(Durai Palanisamy) 회장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화물선이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는 우회 항로를 택하면서 운송 시간이 20~25일 늘어나고 비용 상승, 주문 취소, 할인 압력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성사·폴리에스터 필라멘트 제조업체 필라텍스 인디아(Filatex India)의 마두 수단 바게리아(Madhu Sudhan Bhageria) 회장은 CNBC에 "2026~2027 회계연도가 훨씬 나아지길 기대했는데, 이란 전쟁으로 시작부터 실망스럽다"며 "폴리에스터 가격이 전쟁 발발 이후 40% 넘게 오른 탓에 고객에게 비용을 전가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섬유 전문 매체 파이버투패션(Fibre2Fashion)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폴리에스터 스테이플 파이버(PSF) 가격이 30~90% 급등했고, 나프타 가격도 급격히 뛰어 원료 조달 비용 전반에 충격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장 가동을 멈추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필라텍스는 이미 생산량을 25% 줄였고, 전쟁이 갑작스럽게 끝날 경우 가격이 다시 급락해 재고 손실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추가 생산도 주저하고 있다.

벨콘 그룹(Belcon Group)의 비쉬와나트 초드바디아(Vishwanath Chodvadiya) 대표는 섬유 원자재 가격 상승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주체는 직물 생산을 담당하는 직기 업체들이라고 지적했다.

물가 압박은 생산 현장 밖으로도 번졌다. 섬유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이 가정용 액화석유가스(LPG) 공급 부족으로 취사에 어려움을 겪자 고향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도에서 농업 다음으로 고용 규모가 큰 섬유 산업은 4500만 명 이상의 일자리를 지탱하고 있어, 노동력 이탈은 생산 차질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등의 해' 기대가 무너지다…수출 목표에 빨간불


인도는 지난해 영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올해 초에는 유럽연합(EU)·미국과도 협정을 맺으면서 강한 수출 반등을 기대했다. 세계 6위 섬유 수출국이 2030년까지 세계 2위권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의 핵심이 바로 이 협정들이었다.

그러나 인도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회계연도(2025년 4월~올해 2월) 면사·합성사·직물·완제품 의류 수출 합계는 295억 달러(약 43조 7750억 원)로, 1년 전 같은 기간의 298억 달러에서 뒷걸음쳤다.

수치만 보면 감소 폭이 작아 보이지만, 2030년까지 연간 수출을 세 배 이상 키워야 하는 나라에게 역성장은 허용 범위를 벗어난다.

JC페니(JCPenney)·메이시스(Macy's)·월마트(Walmart) 등 미국 대형 유통사에 납품하는 펄 글로벌 인더스트리스(Pearl Global Industries)의 팔라브 바네르지(Pallab Banerjee) 대표이사는 "연평균 12~15% 성장을 목표로 했는데 올해 회계연도 성장률은 9%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를 상기하며 "그때 미국 소매판매가 둔화하고 재고가 쌓이면서 업계가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유가가 더 오르면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팔라니사미 SIMA 회장은 인도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하는 섬유는 해마다 약 20억 달러(약 2조 9600억 원), 나머지 걸프 국가들에 수출하는 규모는 약 10억 달러(약 1조 4800억 원)에 이르는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 이 물량 전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의 섬유 수출 전선이 미국 시장뿐 아니라 중동 시장에서도 동시에 좁아지는 셈이다.

인도섬유산업연합회(CITI) 아쉬윈 찬드란(Ashwin Chandran) 의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힘든 한 해를 보낸 뒤 2월에야 겨우 회복 기미가 보였는데 전쟁이 터졌다"고 말했다.

일시 휴전에도 식지 않는 불안…업계는 장기전에 대비


미국과 이란은 지난 9일(현지시각) 일시 휴전에 합의했다. 이란 측은 향후 2주간 자국군과 협조해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는 즉각 배럴당 100달러(약 14만 8300원) 아래로 내려왔다.

그러나 업계의 안도감은 제한적이다. 딜로이트가 발표한 '2026년 글로벌 경제 전망'은 공급망 불안, 에너지 가격 급등, 지정학적 분열을 올해 3대 잠재 위험으로 꼽았는데, 이번 휴전이 이러한 구조적 불안을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여전히 우세하다.

유가는 전쟁 이전 수준을 여전히 웃돌고 있고, 필라텍스를 비롯한 다수업체들은 이미 줄인 생산량을 아직 회복하지 않은 채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업계가 더 두려워하는 건 수요 측면의 냉각이다. 바네르지 대표이사가 지목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례가 반복될 경우, 미국 소비자들이 의류 구입을 줄이면서 주문 자체가 끊기는 시나리오다.

관세 협상으로 미국 시장을 가까스로 지켜낸 인도 섬유 업계가 수요 감소라는 더 근본적인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 섬유 수출이 1000억 달러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남은 4년간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야 한다. 이란 전쟁의 불씨가 살아있는 한, 올해 수출 성적표는 '성장'이 아니라 '방어'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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