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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훈련기 교체 '2.6조원 상한제' 파격…K-방산 승부수

'17억5100만 달러' 초과 시 즉시 탈락, 미 보잉에 밀렸던 KAI에 '재기 기회'
착함 요건 삭제로 구조 보강 부담 완화, TF-50N '검증된 플랫폼' 강점 부각
항공모함 드와이트 디 아이젠하워(USS Dwight D. Eisenhower·CVN 69) 비행갑판에서 착함을 준비 중인 T-45C 고스호크. 1991년 취역한 이 훈련기는 193대가 현역이지만 엔진·산소 계통·구조 노후화로 반복 비행 중단 사태를 겪고 있다. 미 해군은 엄격한 비용 상한을 내걸고 UJTS 기종 선정을 본격화했다. 사진=미 해군이미지 확대보기
항공모함 드와이트 디 아이젠하워(USS Dwight D. Eisenhower·CVN 69) 비행갑판에서 착함을 준비 중인 T-45C 고스호크. 1991년 취역한 이 훈련기는 193대가 현역이지만 엔진·산소 계통·구조 노후화로 반복 비행 중단 사태를 겪고 있다. 미 해군은 엄격한 비용 상한을 내걸고 UJTS 기종 선정을 본격화했다. 사진=미 해군
미 해군이 노후화된 T-45C 고스호크(Goshawk) 훈련기를 대체할 '차세대 해군 훈련기(UJTS·Undergraduate Jet Training System)' 사업의 최종 제안요청서(RFP)를 지난 26일(현지 시각) 공개하며 본격적인 기종 선정 절차에 돌입했다.
30일(현지 시각) 군사 전문 매체 SOFX가 보도하고 에비에이셔니스트(The Aviationist)가 RFP 원문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미 해군은 엔지니어링 및 제조 개발(EMD·Engineering and Manufacturing Development) 비용 상한선을 17억5100만 달러(한화 약 2조6000억 원)로 명시하고, 이를 초과하는 제안은 '비합리적이며 계약 불가(Unreasonable and therefore Unawardable)'로 판정한다고 못 박았다.

1991년생 T-45C의 노쇠…'비용 상한' 강수의 배경


T-45C 고스호크는 맥도널 더글러스(현 보잉)와 BAE 시스템스가 공동 개발한 영국제 BAE 호크(Hawk)의 항모 이착함 개조형으로, 1991년 취역해 35년간 미 해군과 해병대 항공기 조종사 전원을 배출해 온 핵심 훈련기다. 그러나 현재 운용 중인 193대 기체는 엔진·산소 계통·구조 노후화로 반복적인 비행 중단 사태를 겪고 있으며, 아날로그 항공전자(어비오닉스·avionics) 장비는 F/A-18E/F 슈퍼 호넷, F-35C 등 현대 전선 항공기의 디지털 환경과 괴리가 크다.

플라이트글로벌(FlightGlobal)에 따르면 미 해군은 2025 회계연도 예산 문서에서 T-45C 함대가 '항공기·엔진·부품의 심각한 진부화'를 겪고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SOFX 보도에 따르면 2025년 7월 함대 전력 유지를 위해 해군 항공체계사령부(NAVAIR)가 대당 약 2만4000시간의 노동력이 투입되는 수명 연장 프로그램(SLEP)을 개시했다. 1991년부터 기체를 유지해 온 플로리다 남동 함대 준비 센터(Fleet Readiness Center Southeast)가 작업을 맡았으며, 목표는 UJTS 신형기가 실전 배치될 2030년대 중반까지 전력을 이어가는 것이다. 노후 기체 수리비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신규 사업의 예산 초과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계산이 이번 17억5100만 달러 상한선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RFP는 연도별 지출 한도도 명시했다. 2027 회계연도 5280만 달러, 2028 회계연도 1억8100만 달러로 연간 예산 상한을 제시했다.

착함 삭제가 만든 구도 변화…TF-50N의 전략적 기회


이번 최종 RFP의 또 다른 핵심은 '항모 대표 착함(FCLP to touchdown·Field Carrier Landing Practice)'을 UJTS 요구 사항에서 제외한 것이다. 미 해군은 신형 훈련기에서 학생 조종사가 항모 복행(wave-off) 접근까지만 훈련하고, 실제 착함은 후속 단계인 함대 대체 비행대(FRS·Fleet Replacement Squadrons)에서 고가의 실전 기체로 수행하도록 교육 과정을 재편했다. 에비에이셔니스트는 이 결정이 교육 흐름 면에서는 더 비싼 FRS 기체를 활용해야 하는 비용 증가 논란을 낳고 있지만, 반대급부로 훈련기 도입 일정을 대폭 앞당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항모 착함 기능을 갖추려면 기체 구조가 이착함 충격을 감당하도록 처음부터 설계돼야 한다. 착함 요건을 삭제함으로써 이 구조적 부담에서 자유로운 기존 지상 기반 제트 훈련기들이 경쟁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항모 착함 요건 유지를 강력히 주장해 온 시에라 네바다 코퍼레이션(SNC·Sierra Nevada Corporation) 팀의 입장은 최종 RFP에서 기각됐다.

반면 에비에이셔니스트와 아비아시온라인(Aviacionline)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록히드 마틴이 공동 제안한 TF-50N에 이 결정이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TF-50N은 F-16 기반 항공전자 아키텍처를 가진 T-50 골든 이글의 해군형 파생형으로, 강화 착륙 장치 등 경미한 구조 보강만 필요하다.
아미 레코그니션(Army Recognition)에 따르면 TF-50N의 기본 플랫폼인 T-50은 GE F404 엔진(추력 7만8700N·약 1만7700파운드)을 탑재해 최고 속도 마하 1.5, 최대 하중 +8G를 발휘하며, 삼중 여분 디지털 플라이바이와이어(fly-by-wire) 비행 제어를 특징으로 한다. F-16과 F-35의 엔지니어링 설계 요소를 공유하는 이 항공전자 체계는 졸업 후 F/A-18E/F 슈퍼 호넷이나 F-35C로 전환하는 해군 조종사에게 친숙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이 강점이다. 에비에이셔니스트는 RFP가 요구하는 '정밀 착함 모드(PLM·Precision Landing Mode)' 의무 탑재도 TF-50N의 기존 디지털 아키텍처와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PLM은 현재 F/A-18과 F-35에 적용된 기술로, 항모 최종 접근 단계에서 조종사의 조작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여 주는 시스템이다.

4파전의 구도도 주목된다. 이번 경쟁에는 보잉·사브(Boeing-Saab)의 T-7A 레드 호크, KAI·록히드 마틴의 TF-50N, 비치크래프트·레오나르도(Beechcraft·Leonardo, 텍스트론 산하)의 M-346N, SNC·노스롭 그루먼·GA-ASI의 프리덤 트레이너(Freedom Trainer)가 맞붙는다. T-7A 레드 호크는 미 공군 T-38 대체기로 선정돼 납품 실적이 있는 반면 해외 수출 실적이 없고, TF-50N은 7개국에 수출된 입증된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대비된다. 오는 6월 29일까지 제안서를 접수하며, 내년 3월 최종 계약자를 선정한다. 초도 저율 생산(LRIP·Low-Rate Initial Production)은 2032년부터 시작해 연간 25대씩 6년간 납품한다.

배치 계획도 구체화됐다. 미시시피 메리디언 해군항공기지(NAS Meridian) 95대, 텍사스 킹스빌 해군항공기지(NAS Kingsville) 95대, 플로리다 펜서콜라 해군항공기지(NAS Pensacola) 26대, 메릴랜드 패턱슨트 리버 해군항공기지(NAS Patuxent River) EMD기 4대로 총 216대가 배치된다. 해당 기체들이 연간 7만 6300시간의 비행을 소화해야 한다고 에비에이셔니스트는 RFP를 인용해 전했다. 사업 규모는 에어로스페이스 글로벌 뉴스(Aerospace Global News)가 100억 달러(약 14조6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하며, 2005년 미 공군 T-X 경쟁에서 보잉 T-7A에 고배를 마신 KAI로서는 이번 UJTS가 미국 군사 항공 시장에 진입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평가가 방산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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