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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카라치항의 ‘역설적 특수’… 이란 전쟁 24일 만에 1년치 환적 수익 거뒀다

호르무즈 봉쇄로 두바이·살랄라 마비되자 해운사들 파키스탄으로 기수 돌려
항만 요금 60% 파격 할인에 환적량 폭증… “글로벌 허브 도약의 시험대”
컨테이너는 2025년 7월 31일 카라치 항구에서 쌓이고 있다. 호르무즈 위기로 두바이, 살랄라 및 기타 걸프 항구로의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카라치에서 화물을 하역하기 시작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컨테이너는 2025년 7월 31일 카라치 항구에서 쌓이고 있다. 호르무즈 위기로 두바이, 살랄라 및 기타 걸프 항구로의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카라치에서 화물을 하역하기 시작했다. 사진=로이터
이란 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의 혼란이 중동의 전통적인 물류 허브들을 마비시킨 가운데, 파키스탄의 카라치(Karachi)항이 그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며 글로벌 해운사들의 새로운 기착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두바이의 제벨 알리 등 주요 항구들이 운영 차질을 빚자 카라치항은 단 24일 만에 과거 1년치에 달하는 환적 화물을 처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29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의 파격적인 항만 요금 할인 정책이 더해지며 카라치는 아라비아해의 새로운 물류 대안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 1년치 물량을 24일 만에… 호르무즈 위기가 불러온 ‘물류 대이동’


파키스탄 연방 해양부에 따르면 카라치항의 최근 환적 화물 처리 속도는 유례없는 수준이다.

무함마드 주나이드 안와르 차우드리 해양부 장관은 "2025년 한 해 동안 취급한 환적 컨테이너가 약 8,300개였는데, 최근 24일 동안에만 8,313개를 처리했다"고 밝혔다. 불과 3주 남짓한 시간 동안 1년 치 실적을 달성한 셈이다.

지난 3월 2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폐쇄 이후, 두바이와 오만 살랄라 등 걸프 지역 허브항으로의 접근이 차단되자 머스크(Maersk), 코스코(COSCO) 등 글로벌 선사들이 지리적으로 인접한 카라치로 화물을 하역하기 시작했다.

홍콩의 허치슨 포츠(Hutchinson Ports) 등 카라치에 이미 진출해 있던 글로벌 항만 운영사들이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해 즉각적으로 선적 전환을 지원한 것도 주효했다.

◇ ‘60% 요금 할인’ 승부수… 아프간 무역 중단으로 생긴 빈 공간 채워

파키스탄 정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적극적인 재정 인센티브를 투입해 해운사들을 유인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8일부터 항만 요금을 최대 60%까지 할인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경제학자들은 이 조치가 해운사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비용 절감 유인을 제공했다고 평가한다.

현재 카라치항에 대규모 화물을 수용할 공간이 충분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 폐쇄 때문이다. 내륙 통과 무역이 중단되면서 비어 있던 터미널 공간이 글로벌 환적 화물을 받아내는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특수는 파키스탄이 국제 화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걸프 지역 허브의 실질적인 대안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 장기 허브 도약 위한 과제… “인프라 통합 투자 절실”


하지만 일시적인 특수가 영구적인 물류 허브 등극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금융 전문가들은 항만 용량만 늘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며, 컨테이너 부두, 창고, 그리고 철도·트럭 운송이 결합된 '다중운송 물류 시스템'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파키스탄의 고질적인 재정난이 이러한 인프라 고도화 투자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의 인센티브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정책 틀로 안착해야만 비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한국 해운 업계에 주는 시사점


호르무즈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HMM 등 국내 선사들도 카라치항을 거점으로 한 대체 노선 활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카라치항의 부상은 인도와 파키스탄을 잇는 서남아시아 물류 시장의 재편을 의미한다. 현지 물류 센터 확보나 포워딩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

파키스탄이 물류 허브 지위를 굳히기 위해 항만 현대화 사업을 추진할 경우, 우리 건설 및 중공업 기업들이 항만 크레인, 자동화 시스템 등 인프라 수출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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