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NRC, 22년 만에 규제 대수술… ‘청문회 지연’ 차단해 인허가 예측성 극대화
5년간 700억 원 비용 절감 추진… ‘애드밴스 법’ 타고 무탄소 전원 확보 박차
"증거 없으면 이의 제기 불가" 진입 장벽 높여… 뉴스케일 등 차세대 원전 가속화
5년간 700억 원 비용 절감 추진… ‘애드밴스 법’ 타고 무탄소 전원 확보 박차
"증거 없으면 이의 제기 불가" 진입 장벽 높여… 뉴스케일 등 차세대 원전 가속화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지난 3일(현지시각) 원전 인허가 과정에서 고질적 지연 요소로 꼽히던 '쟁점 청문(Contested Hearing)' 절차를 획기적으로 간소화하는 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고 법률 전문 매체 제이디수프라(JD Supra)가 27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을 보면, 이번 조치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 구동을 위해 천문학적인 전력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원전을 적기에 공급하기 위한 ‘규제 현대화’의 결정판으로 풀이된다.
청문회 ‘무기한 지연’ 차단… “증거부터 내놔라”
미 NRC가 내놓은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측의 ‘절차적 발목 잡기’를 원천 차단하는 데 있다. 그동안 미국 내 원전 건설은 공공 안전이나 환경과 무관한 지엽적인 법적 쟁점 때문에 청문 절차가 수년간 공전하며 사업성이 악화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NRC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세 가지 강력한 장치를 도입했다.
첫째, 현재 기한 규정이 없던 청문 절차를 사안에 따라 8개월에서 최대 14개월 이내에 반드시 종료하도록 못 박았다.
둘째, 이의를 제기하는 측이 청문 시작 전부터 구체적인 법적 근거와 증거를 선제적으로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프런트 로딩(Front-loading)' 방식을 채택했다. 과거 청문회 도중 정보를 수집하며 시간을 끌던 관행을 불허하겠다는 의지다.
셋째, 단체나 기관이 참여할 때는 반드시 면허를 가진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제한해, 비전문가에 의한 무분별한 이의 제기를 걸러내기로 했다.
5년간 5170만 달러 절감… SMR 상용화 ‘청신호’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뉴스케일파워(NuScale)나 테라파워(TerraPower) 등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기업들에 가장 큰 수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웰스파고 등 월가 투자은행들은 "인허가 완료 시점이 명확해지면 프로젝트의 금융 비용(Financing Cost)이 획기적으로 낮아져 민간 자본의 유입이 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NRC에는 신규 원전 및 계속 운전 인허가 신청 25건 이상이 대기 중이며, AI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이 수치는 더욱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높아진 문턱… ‘실질적 이해관계’ 없으면 배제
규제 기관의 효율성은 높아졌지만, 시민단체 등 이의 제기 측의 진입 장벽은 한층 높아졌다. NRC는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증명하지 못해도 참여를 허용하던 '재량적 개입' 제도를 폐지했다. 또한 '표준 기록 마감일'을 설정해, 이 시점이 지난 뒤에 나오는 새로운 쟁점은 중대한 결함이 없는 한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원자력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을 두고 "원전 사업자에게는 '예측 가능한 경영'이라는 선물을 주었지만, 반대 측에는 고도의 기술적·법률적 준비를 요구하는 '압박'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결국 실질적인 위험 요소를 가진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청문 구조를 재편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겠다는 미국 정부의 냉정한 계산이 깔려 있다.
미국의 이번 인허가 '속도전'은 한국 원전 생태계에 '공급망 협력 확대'와 '수출 경쟁 격화'라는 양면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실질적 기회 측면에서는 국내 기자재 업체의 미국 시장 진입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뉴스케일파워, 테라파워 등 미 주요 SMR(소형모듈원전) 기업들은 이미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의 인허가 기간이 단축되면 지연되었던 프로젝트들이 본궤도에 오르며, 원자로 용기, 증기발생기 등 핵심 주기기를 공급하는 한국 제작사들의 조기 수주 물량이 대폭 늘어나는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반면, 제3국 수출 시장에서는 미국과의 '속도 경쟁'이라는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그간 한국 원전은 '예산 내 적기 시공(On Time, On Budget)'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웠으나, 미국이 규제 현대화를 통해 인허가 리스크를 제거할 경우 강력한 기술 패권에 '속도'까지 갖추게 된다.
앞으로 한국 원전 생태계는 단순 시공을 넘어 미국과 차세대 원전 설계를 공동 주도하거나, AI 데이터센터용 특화 원전 시장에서 미국 규제 표준을 선제적으로 학습해 대응하는 '기술적 동기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