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되는 희토류 중 재활용률 1% 미만… 수십 년간 쌓인 폐가전이 ‘도시 광산’
애플-MP 머티리얼즈 '폐쇄 루프' 구축 협력… F-35 전투기 등 방산 안보 직결
애플-MP 머티리얼즈 '폐쇄 루프' 구축 협력… F-35 전투기 등 방산 안보 직결
이미지 확대보기전문가들은 단순히 새로운 광산을 개척하는 것을 넘어, 이미 채굴되어 주변에 널려 있는 폐기물에서 희토류를 회수하는 것이 공급망 안보를 확보할 진정한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23일(현재시각) CBS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폐가전과 퇴역 군사 장비에서 희토류를 추출해 다시 제품화하는 '순환 경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첨단 기술과 국방의 비타민… 하지만 공급은 중국에 종속
희토류는 스마트폰, 노트북 등 일상 기기부터 풍력 터빈, 전기차 모터에 이르기까지 현대 산업의 필수 비타민과 같다. 특히 국방 분야에서의 중요성은 압도적이다.
미군에 따르면 F-35 전투기 한 대를 건조하는 데 약 100파운드(약 45kg)의 희토류가 사용된다. 레이저 증폭기, 광섬유, 초강력 자석 등 핵심 부품에 빠짐없이 들어간다.
지난 수십 년간 중국은 전략적으로 희토류 산업을 육성해 시장을 장악했으며, 이는 미국 제조업과 방위 산업에 잠재적인 안보 위협으로 작용해 왔다.
◇ 1% 미만의 재활용률… “잠자고 있는 도시 광산을 깨워라”
위스콘신 대학교 매디슨 캠퍼스의 줄리 클링거 교수는 현재 소비되는 희토류 중 재활용되는 비율이 1%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수십 년간 버려진 스마트폰, 퇴역 비행기, 선박, 그리고 수천 개의 광산 폐기물 현장에 엄청난 양의 희토류가 묻혀 있다는 의미다.
MP 머티리얼즈(MP Materials)의 맷 슬라우스처는 "희토류 자석과 상호작용하지 않는 날은 단 하루도 없다"며 스마트폰의 진동 모터부터 전기차의 가속 장치까지 희토류의 편의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제품의 수명이 다하면 이 귀중한 원소들은 대부분 쓰레기장으로 향하는 것이 현실이다.
◇ 재활용의 난제와 해법: 애플의 ‘데이지’ 로봇과 MP의 협력
희토류 재활용은 이론적으로는 완벽하지만 공학적으로는 매우 까다롭다. 장치 하나에 포함된 양이 극히 적어 의미 있는 양을 모으기 위해 방대한 양의 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며, 추출 과정 또한 기술적으로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애플은 아이폰을 정밀하게 분해해 기존 재활용 방식으로는 놓치기 쉬운 희토류 자석 등의 재료를 회수하는 로봇을 개발했다.
애플은 미국 유일의 희토류 광산 운영사인 MP 머티리얼즈와 협력해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수거된 폐자재에서 추출된 산화물은 텍사스 공장으로 보내져 다시 애플 제품에 들어갈 자석으로 재탄생한다.
클링거 교수는 재활용이 새로운 광산을 뚫는 것보다 훨씬 환경 친화적이라고 주장한다. 폐기물 내 성분을 정확히 알 수 있어 환경 보호 조치를 더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재활용 확장이 단순한 기술적 보완을 넘어 자원 조달 방식의 근본적인 혁신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루프를 닫는(Closing the loop)' 접근법은 외국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보안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클링거 교수는 "필요한 재료를 얻기 위해 땅에 새 구멍을 파지 않아도 된다"며 "주변에 널린 폐기물을 자원으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한국 자원 안보에 주는 시사점
자원 빈국이자 제조업 강국인 한국에게 미국의 희토류 재활용 전략은 시급한 본보기가 된다.
폐휴대폰과 폐배터리에서 희토류를 회수하는 도시 광산 기술에 대한 R&D 투자와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해 자원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
가전과 자동차 제조사들이 제품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이 용이한 구조(Design for Recycling)를 채택하도록 유도하고, 수거 인프라를 체계화해야 할 것이다.
애플과 MP 머티리얼즈의 협력 사례처럼, 우리 기업들도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재활용 원료를 우선 확보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