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필라델피아 조선소에 50억 달러 투자… 한국식 ‘자동화·교육’ 시스템 이식
트럼프의 존스법 유예 및 관세 정책이 변수… 잠수함 등 방산 협력 확대도 모색
트럼프의 존스법 유예 및 관세 정책이 변수… 잠수함 등 방산 협력 확대도 모색
이미지 확대보기과거 세계 조선 강국이었던 미국의 상업용 조선업은 현재 고사 직전에 몰렸으며, 해군 함정 건조 프로그램마저 비대하고 느린 공정으로 지탄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한화그룹이 인수한 필라델피아 조선소(한화필리)가 미국 조선업 부활의 전초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23일(현재시각) CBS 뉴스의 시사 프로그램 ‘60분(60 Minutes)’ 보도에 따르면, 한화는 한국 조선소의 압도적인 생산력을 미국 땅에 이식하기 위한 대대적인 혁신에 착수했다.
◇ 압도적 격차: 주당 1척 vs 연간 1척… 미국 조선업의 초라한 현실
현재 미국 조선 산업의 생산성은 한국과 비교해 처참한 수준이다. 한화가 소유한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연간 약 1척의 선박을 건조하는 데 그치고 있으나, 한국의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은 일주일에 1척꼴로 선박을 인도하고 있다.
미국 내 선박 건조 비용은 아시아 지역보다 약 4배가량 비싸다. 아시아에서 2억6000만 달러면 건조 가능한 LNG 운반선이 미국에서는 10억 달러(약 1조5000억 원)를 상회한다.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독립 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영광의 장소였으나, 현재는 1942년산 크레인을 여전히 사용할 정도로 낙후되어 산업 쇠퇴의 상징이 되었다.
용접공과 배관공 등 숙련된 현장 인력이 태부족한 상황이다. 한화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에서 50명의 숙련된 강사를 파견해 미국 노동자들을 직접 교육하고 있다.
◇ 한화의 50억 달러 승부수… “필라델피아를 21세기로 이끈다”
한화의 최종 목표는 필라델피아 조선소의 연간 생산량을 20척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에서 검증된 로봇 자동화 장비와 지능형 생산 시스템을 대거 도입할 예정이다.
한화는 미국의 잠수함 건조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의 잠수함 건조 노하우를 미국에 제공할 것을 제안했다. 마이클 콜터 한화 미국 법인 CEO는 “미국의 잠수함 프로그램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우리가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천연가스 최대 생산국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미국 항구 간에 운송할 ‘미국산 선박’이 없어 국내 송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한화는 미국 스스로 상업 항로를 확보하고 에너지를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다는 복안이다.
◇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역설… 관세와 비자가 걸림돌
트럼프 행정부는 조선업 부활을 국가적 우선순위로 삼고 있지만, 정작 내부 정책들이 조선업 재건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철강에 50%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선박 건조의 주재료인 철강 가격이 폭등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함선 건조 비용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높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숙련 노동자가 절실한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의 엄격한 비자 제한 정책은 한국 기술자들의 파견과 현지 인력 확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로 조지아주 한국계 배터리 공장에 대한 당국의 급습 사례는 한국 기업들에게 심리적 위축을 불러왔다.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폭등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항구 간 화물 운송은 미국산 선박만 가능하도록 한 ‘존스 법’을 일시 중단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물류를 완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산 선박 건조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 한국 중공업계에 주는 시사점
한화의 미국 조선업 진출은 한국 중공업 생태계 전체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단순한 선박 판매를 넘어 조선소 운영 시스템과 자동화 로봇 기술 자체를 수출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했다.
조선업 재건은 향후 미국 내 L-SAM 등 방산 부품 공급망 및 LNG 인프라 사업과 연계되어 한국 기업들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이민 정책 변화를 상시 모니터링하며, 현지 인력 채용 및 비자 확보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