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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발발에 아시아 ‘에너지 방어선’ 가동… 한·일·중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트럼프 “조기 종료” 공언에도 유가 급등세… 한국, 47년 만에 ‘연료 가격 상한제’ 도입
중국 9억 배럴·일본 254일치 비축물량 확보… LNG 공급 마비 시 IT 산업 가동 중단 위기
아시아 각국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에너지 대란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미지=구글 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아시아 각국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에너지 대란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미지=구글 제미나이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이 “매우 곧” 끝날 것이라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지만,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경제권은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의 유령에 휩싸였다.
한국과 일본 등 중동 의존도가 50%를 상회하는 국가들은 비축유 방출 준비와 가격 통제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며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아시아 각국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에너지 대란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 한국 ‘47년 만의 가격 통제’… 일본·중국은 비축유 방어막 구축


중동발 에너지 쇼크가 가시화되자 아시아 주요국은 즉각적인 방어 조치에 착수했다.

한국은 이번 주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처음으로 ‘연료 가격 상한제’를 전격 도입했다. 비정상적인 유가 상승을 막아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 UAE로부터 원유 600만 배럴을 긴급 수입하는 등 공급로 다변화에 나섰다. 현재 한국은 약 208일치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인 254일치의 석유 매장량을 바탕으로 국가 저장 시설에 유출(방출) 가능성을 타진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1990년대 걸프전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단행했던 비상조치와 맞먹는 수준이다.

중국은 소매 휘발유와 디젤 가격을 2022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인상하는 동시에 국영 석유사에 안정적 공급을 명령했다. 분석가들은 중국이 약 9억 배럴(수입량 3개월분)의 전략적 석유 매장량을 확보해 완충 지대를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석유보다 무서운 LNG 중단”… IT·반도체 공급망 ‘위태’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이 단순한 유가 상승을 넘어 아시아의 ‘성장 엔진’인 기술 산업을 멈출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루이즈 루 분석가는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혼란을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꼽았다.

한국, 일본, 대만 등 동북아 경제권은 전력 생산의 상당 부분을 수입 가스에 의존하고 있다. 만약 LNG 공급이 끊길 경우 현재 아시아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 AI 등 기술 주도 산업 생산이 한꺼번에 좌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가 상승이 장기화되면 기업 비용 증가와 소비 위축이 결합해 1970년대와 유사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급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아시아 경제에 주는 시사점: 보조금 딜레마와 재정 위기


아시아 정부들은 현재 매우 까다로운 ‘정책적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보조금을 투입할 경우 일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이미 나타나듯 국가 재정 적자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다.

반대로 시장 가격에 맡길 경우 가계 실질 소득이 줄어들어 코로나19 이후 간신히 살아난 소비자 주도 성장이 다시 꺾일 위험이 크다.

이번 사태는 아시아 국가들이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 호주 등으로의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와 신재생 에너지 및 원자력 비중 확대를 더욱 앞당겨야 함을 시사한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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