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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에 대만 ‘에너지 안보’ 비상… AI 반도체 생산라인 멈추나

LNG 수입 33% 카타르 의존, 법정 비축량은 단 ‘11일’… 호르무즈 봉쇄에 취약
알래스카 LNG 투자 검토 등 ‘탈중동’ 가속화… 전력난 시 ‘반도체 vs 민생’ 선택 기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대만의 AI 기반 전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대만의 AI 기반 전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본격화되면서 전 세계 IT 산업의 심장부인 대만의 에너지 공급망에 ‘스트레스 테스트’가 시작됐다. 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 차질이 대만의 기술 중심 경제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대만 정부와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대만의 AI 기반 전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 ‘11일의 골든타임’… 카타르 LNG 중단 시 시스템 붕괴 위험


대만은 에너지 자립도가 극히 낮은 섬나라로, 전력 생산의 47% 이상을 액화천연가스(LNG)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LNG 수입량의 33.6%가 이번 분쟁의 중심지인 카타르에서 오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봉쇄는 대만 경제에 치명적이다.

대만의 법정 LNG 비축량은 단 11일분에 불과하다. 전략 컨설팅사 바워그룹아시아(BGA)는 "호르무즈 해협의 혼란은 시스템 전반의 비용 상승과 배달 압박으로 직결될 것"이라며 "특히 전력 소모가 막대한 AI 데이터 센터와 반도체 공장에 즉각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만 경제부는 단기적인 물량 확보에는 문제가 없으나, 연료 가격 상승분의 60%를 정부가 흡수해 국내 시장 충격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만 국영 에너지 기업 CPC의 재무 구조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 ‘프로젝트 알래스카’ 등 수입선 다변화 사활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화되자 대만은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북미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만 정부는 현재 10% 수준인 미국산 LNG 비중을 2029년까지 20%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호르무즈와 말라카 해협 등 지정학적 병목 지점을 피할 수 있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투자를 적극 검토 중이다. 지난해 라이칭터 대만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를 만나 에너지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비록 막대한 투자비와 상업적 불확실성이 과제이나,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알래스카는 대만에게 포기할 수 없는 전략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반도체냐 민생이냐’… 중국의 사이버·경제전 위협까지


더 큰 문제는 대만의 에너지 취약점이 중국의 전략적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수호재단(FDD)은 중국이 카타르 등 공급국에 압력을 가해 대만으로의 에너지 수출을 중단시키거나 해상을 봉쇄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만약 에너지가 고갈될 경우 대만 정부는 ‘가정과 병원의 민생 전력’과 ‘국가 생존의 보루인 반도체 산업 전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극한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반도체 생산 중단은 대만의 외교적 영향력을 약화시킴과 동시에 글로벌 경제에 가늠할 수 없는 충격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 한국 경제와 산업계에 주는 시사점


대만의 에너지 위기는 동일한 수입 구조를 가진 한국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TSMC 등 대만 반도체 공장이 전력난으로 멈출 경우, 대만산 부품을 사용하는 한국의 IT·전자 제품 생산도 차질을 빚게 된다. 공급망 리스크 분산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대만이 카타르산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호주나 인도네시아 등에서 추가 물량을 확보하려 들면, 한국과의 LNG 구매 경쟁이 치열해져 도입 단가가 상승할 수 있다.

대만의 사례는 단순한 수입선 다변화를 넘어 자원 비축 시설 확충과 해상 수송로 안전 확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임을 시사한다. 한국 또한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동맹국과의 에너지 공동 비축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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