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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에이스가 오늘 짐을 싼다"… AI에 올라타지 못한 경력직의 잔인한 퇴장

숙련도의 배신, 단순 작업에 능했던 고연차일수록 AI 도구에 밀려 가장 먼저 도태 위기
일을 시작하는 지점 자체가 바뀌었다… 판단하고 책임지지 못하는 전문가는 설 자리가 없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오픈AI와 앤트로픽 로고. 사진=로이터


인공지능이 확산되면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설계 분야를 중심으로 일자리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자주 나오는 결론은 단순하다. AI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하는 사람에게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경고다. 경쟁의 초점은 더 이상 사람과 기계의 대결이 아니라, AI를 일의 일부로 만들고 그 결과를 책임질 수 있는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반복 업무를 대신하는 AI, 일의 출발점이 바뀌다


AI는 이미 칩 설계와 검증,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간단한 코드 작성, 기본적인 설계 자동화, 데이터 정리와 같은 업무는 점점 사람의 손을 덜 필요로 하게 됐다. 이 변화는 일부 초급 업무를 줄이는 대신, 일을 시작하는 지점을 끌어올리고 있다. 신입이나 경력 초기 인력도 AI 도구를 활용하면 더 복잡한 문제를 다룰 수 있게 되면서, 과거보다 빠르게 핵심 업무에 참여할 수 있다.

숙련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숙련에도 두 가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는 특정 도구와 작업에 능숙한 숙련이고, 다른 하나는 전체 구조를 이해하고 문제를 조직적으로 풀어가는 숙련이다. AI가 강해질수록 전자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지만, 후자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설계의 큰 그림을 이해하고, 여러 선택지 중 무엇이 맞는지 판단하며, 결과를 검증하는 능력은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남는다.

신입은 빨라지고, 중간 단계는 더 어려워진다


AI 도구에 익숙한 신입 인력은 학습 속도가 빠르다. AI를 일종의 조교나 보조 인력처럼 활용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기존 방식에 익숙한 중간 경력층은 변화의 속도를 부담으로 느낄 수 있다. AI는 이들에게 위협이기보다, 더 빠르게 이해 단계로 올라가기 위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가장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사람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는다

AI는 다차원 문제를 빠르게 계산하고 후보를 제시하는 데 뛰어나지만, 그 결과가 맞는지 확인하고 책임지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분야 지식, 비판적 사고, 마지막 점검 능력은 자동화되기 어렵다. 현장 전문가들은 AI가 사람을 대체한다기보다, 사람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도구에 가깝다고 본다. 결국 AI를 잘 쓰는 엔지니어가 그렇지 않은 엔지니어를 대체하게 되는 구조다.

AI 시대의 일자리는 줄어들 수도,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AI를 두려워하느냐가 아니라, AI를 어떻게 일의 일부로 만들고 그 결과를 책임질 준비가 돼 있느냐다. 경쟁의 무게중심은 이미 그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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