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슨모빌·셰브론 사상최고가…S&P500 1.4% 상승때 에너지 섹터만 20% 치솟아
베네수엘라 군사개입·이란 긴장에 석유 재평가…수요 정점 2030년대 중반 전망
베네수엘라 군사개입·이란 긴장에 석유 재평가…수요 정점 2030년대 중반 전망
이미지 확대보기S&P 500 지수가 올해 1.4% 상승에 그친 반면, 에너지 섹터는 20% 급등했다. 엑슨모빌과 셰브론 등 대형 에너지 기업이 상승세를 주도했으며, 엑슨모빌은 올해 여러 차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에너지 셀렉트 섹터 SPDR 상장지수펀드(ETF)도 같은 기간 2.6% 올랐다. 소형 에너지 주식 역시 인베스코 S&P 소형주 에너지 ETF가 25% 상승하는 등 강세를 나타냈다.
기술주 불안에 '실물자산'으로 자금 이동
에너지 주식 강세 배경에는 투자자들의 자산 재배치 움직임이 작용하고 있다. 데이터트렉의 니컬러스 콜라스 공동창업자는 "에너지는 S&P 500 전체와 가장 낮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섹터"라며 "지난해 부진했던 업종들이 올해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5년 실적이 저조했던 소비재 주식도 올해 13% 올랐다. 골드만삭스의 다안 스트루이벤 석유 리서치 책임자는 지난 9일 "최근 투자자들의 원자재를 포함한 실물자산 선호 현상이 유가를 배럴당 6달러(약 8600원)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국제 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올해 들어 배럴당 9달러(약 1만2900원) 올라 최근 69달러(약 9만9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정학 리스크도 에너지 주식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은 지난 1월 3일 베네수엘라를 군사 공격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했으며, 이란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콜라스 공동창업자는 "전쟁이 다시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며 "에너지는 챗봇으로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AI 기술주의 변동성 확대도 에너지 섹터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요인이다. 일부 기술주가 AI가 시장 점유율을 침식할 것이라는 우려로 올해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이 상대로 안정한 에너지 주식을 찾고 있다.
석유 수요 정점, 예상보다 늦춰질 전망
에너지 주식의 장기 전망도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너지 무역 회사 비톨은 이번 주 석유 수요 정점 시점을 2030년대 중반으로 전망했다. 1년 전만 해도 비톨은 석유 수요가 2030년대 초반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에너지 전환이 당초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것이 주된 배경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보급 확대가 기술 한계에 직면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치인들이 화석연료를 우선시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에너지 전환 속도가 둔화됐다.
시티의 앨러스터 사임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시장이 석유와 가스의 역할을 긍정으로 재평가하고 있다"며 "석유 기업들의 가치 평가가 여전히 석유 수요 증가 전망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 기준으로 대형 석유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석유 수요 정체를 전제로 책정돼 있지만, 실제로는 수요가 여전히 증가세라는 증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정체에도 주가는 강세
흥미로운 점은 에너지 섹터의 단기 실적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는 것이다. 콜라스 공동창업자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애널리스트들이 올해 에너지 주식의 이익 성장률 전망을 다른 어떤 섹터보다 많이 하향 조정했다"며 "실제로 S&P 500에서 2026년 이익이 2025년과 같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유일한 섹터"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주가가 급등한 것은 투자자들이 장기 가치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주식은 S&P 500에서 4% 미만을 차지하지만, 시장의 다른 부문이 흔들릴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콜라스 공동창업자는 "AI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고려할 때 에너지 주식으로 자금 이동이 계속될 수 있다"며 "에너지의 독특한 거래 패턴이 분산 투자자들이 에너지 주식 비중을 절대 낮춰서는 안 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에 하루 약 384만 배럴 규모의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유가 상승폭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