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매파 성향에 안전자산 프리미엄 증발...1980년 이후 최대 낙폭
금 5,626달러·은 121달러 최고치서 급반전...달러 강세 전환 영향
금 5,626달러·은 121달러 최고치서 급반전...달러 강세 전환 영향
이미지 확대보기연초 강세장 이어가던 귀금속 시장 급랭
금과 은은 지난달 30일 이전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초 이후 금 가격은 19%, 은 가격은 45% 급등했다. 두 금속 모두 온스당 각각 5,626.80달러(약 816만4480원)와 121,785달러(약 17만6700원)까지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매도세는 지난달 29일 시작됐지만 지난달 30일 더욱 심화됐다.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보여왔다. 미국의 외교정책 조치가 주요 원동력이 됐다. 베네수엘라 전 지도자 납치 사건과 그린란드 합병 위협을 포함한 여러 사건이 안전자산 수요를 끌어올렸다.
달러 강세 전환이 금값 약세 촉발
ING 외환 전략가 프란체스코 페솔레는 발표 앞서 워시 선임이 "달러에 호재가 될 것"이라며 "보다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 인물 선임에 따른 위험을 상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선임이 연준 독립성 상실 우려를 완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값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서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기 전 장 초반 5000달러(약 725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케빈을 오랫동안 알고 지냈으며, 그가 역대 최고 연준 의장 가운데 한 명, 어쩌면 최고로 기억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 임기는 오는 5월 15일 만료되지만, 후임자 임명을 위해서는 미국 상원 인준이 필요하다.
'저금리+작은 연준' 조합이 금 약세 불러
워시 지명으로 금값이 급락한 것은 시장이 그의 정책 방향을 "금리 인하론자"라기보다 "저금리와 작은 연준의 조합"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페퍼스톤 수석 연구 전략가 마이클 브라운은 "워시는 평생 통화정책에서 매파적 입장을 취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워시가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해 온 금리 인하 필요성을 지지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워시가 정책금리는 낮추되 연준의 자산 규모나 유동성 공급은 제한하려는 입장으로 평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처럼 중앙은행이 대규모로 채권을 매입하며 시장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가 함께 이뤄지면 달러 약세와 실질금리 하락으로 금 가격 상승 요인이 되지만, 금리만 내리고 연준 자산을 줄이면 유동성이 오히려 빠져나가 금에 중립적이거나 악재가 될 수 있다.
금 가격은 명목금리보다 실질금리(명목금리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뺀 값)와 달러 강약에 더 민감하다. 워시 체제에서 강력한 완화 정책을 통한 인플레이션 자극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면서, 장기금리가 높게 유지되거나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질금리가 내려가지 않으면 이자를 주지 않는 금을 보유할 기회비용이 커져 금 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시장은 그간 지속적인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 기대를 상당 부분 반영해 금 가격을 끌어올린 상태였다. 워시 지명 이후 "생각만큼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과도한 완화 기대가 한꺼번에 조정됐고, 금과 비트코인 같은 완화 수혜 자산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브라운은 "향후 며칠간 가격 움직임이 중요할 것"이라며 "당연히 금 5000달러, 은 100달러는 중요한 기준선이며, 솔직히 두 가격이 며칠간 횡보세를 보이며 다소 지루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현재 시장이 줄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신호일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 사외이사 출신 워시, 주식 처분 전망
워시 전 이사는 2006년 35세 나이로 역대 최연소 연준 이사직에 올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핵심 참모로 활동했다. 그는 2019년 10월부터 쿠팡 이사회 이사로 활동해 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공시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6월 기준 쿠팡 주식 47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종가 기준으로 약 940만 달러(약 136억 원) 규모다.
월가에서는 워시 전 이사가 연준 의장에 취임할 경우 금리정책 방향이 완화 기조로 빠르게 전환될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연준 규정상 연준 이사나 의장은 개별 기업 주식을 보유할 수 없어 임명 전 관련 주식을 모두 처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 조정 후 재상승 가능성 열려
영국 자산운용사 마티올리 우즈의 투자 매니저 케이티 스토브스는 이번 움직임을 "시장 전반의 쏠림 위험에 대한 재평가"로 해석했다. 그는 "금 역시 강한 서사 속에서 포지션이 지나치게 집중됐다"며 "모두가 한 방향으로 기울면, 아무리 좋은 자산이라도 포지션 정리 과정에서 매도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급락이 단기 조정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정학적 긴장 지속과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여전히 금과 은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금과 은 가격은 당분간 높은 변동성 속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