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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보유 미국 국채 8조 달러 '무기화' 논란…베선트 재무장관 "허위" 반박

그린란드 갈등 속 도이체방크 "점진 매도만으로 압박"…미 장관 긴급 대응
유럽, 세계 다른 국가 합친 것보다 2배 많은 美 채권·주식 보유
한국도 美 국채 180조 원 규모…금리 급등 땐 외환시장 충격 우려
다보스 포럼 이후 유럽이 보유한 미국채 8조 달러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다보스 포럼 이후 유럽이 보유한 미국채 8조 달러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3(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유럽이 보유한 미국 국채와 주식 8조 달러(11550조 원)를 활용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직접 나서 "무관하다"고 긴급 반박했으나, 글로벌 채권시장 재편 가능성에 한국 금융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채권시장 무기화 논란 확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관세 부과 시기를 연기하면서 채권시장이 "변덕스럽다"고 언급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정치 전략가였던 제임스 카빌은 과거 "다음 생에는 채권시장으로 환생하고 싶다. 모든 사람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 조지 사라벨로스 외환연구 책임자는 그린란드 사태가 고조되던 시점에 주목할 만한 분석을 내놨다. "미국은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로 타국 자금에 의존해야 하는 핵심 약점이 있다""유럽은 미국의 최대 채권국으로, 유럽 국가가 미국 채권과 주식 8조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나머지 전세계 보유액의 거의 2배다.

채권시장은 정부 차입금리를 결정해 재정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중앙은행이 단기금리를 통제하지만, 주택담보대출 같은 장기금리는 채권 투자자가 결정한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6개월간 기준금리를 7차례 인하했지만 모기지 금리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베선트 장관 직접 나서 반박


대형 덴마크 연금펀드가 미국에서 자금을 회수한다는 소식과 함께 사라벨로스의 분석이 나오자, 베선트 장관은 다보스에서 "덴마크의 미국 국채 투자는 덴마크 자체처럼 무관하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베선트 장관은 채권 매도를 무기화한다는 개념이 허위 서사라고 강조했다. "유럽인이 미국 자산을 매도할 것이라는 개념은 도이체방크의 한 애널리스트에게서 나왔다""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가 전화를 걸어 도이체방크는 그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사라벨로스는 자신의 분석을 명확히 했다. 유럽이 "미국 국채를 투매할 필요는 없으며, 점진으로 매수를 줄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유럽이 자체 방위에 더 많이 투자하기로 결정하면 미국 국채 보유분을 매각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초강대국 정치 변화에 대응해 유로존이 재정 협력을 추진하며 공동 차입에 나선다면, 새로운 유럽연합(EU) 채권이 미국 국채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다.

한국, 자본 유출 우려 촉각


이러한 글로벌 채권시장 재편 가능성은 한국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한국 외환보유액 4307억 달러(622조 원) 가운데 유가증권이 3794억 달러(548조 원)88.1%를 차지하며, 이중 미국 국채가 약 1250억 달러(18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한국 장기 국채금리도 연동해 오르는 경향이 있다""글로벌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되면서 한국에서 자본 유출이 발생하고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유럽이 방위비 증액을 위해 미국 국채를 점진으로 매도하거나 유로존 공동 채권 발행으로 미국 국채 수요를 줄일 경우, 한국처럼 외국인 투자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시장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 참여자 사이에서는 "한국은 외환보유액 중 유로화와 엔화 같은 비달러 자산 비중을 확대하고, 독립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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