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026 국방전략, 본토방어 1순위·동맹국 방위비 GDP 5% 요구
"한국은 북한 억제 일차 책임" 명시...대만 안보 공약은 완전 삭제
NATO 동맹 방어 약속 사실상 철회..."유럽이 러시아보다 훨씬 강해"
"한국은 북한 억제 일차 책임" 명시...대만 안보 공약은 완전 삭제
NATO 동맹 방어 약속 사실상 철회..."유럽이 러시아보다 훨씬 강해"
이미지 확대보기이번 국방전략은 의회 의무사항으로 4년마다 발표하는 미군의 핵심 기획문서로, 무기체계 결정과 병력 구조를 결정하는 펜타곤의 최상위 지침이다. 2022년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발표한 전략이 중국을 "속도조절 도전국가(pacing challenge)"로 규정하며 동맹 방어를 강조했던 것과 달리, 이번 문서는 미국 본토 방어를 최우선 순위로 제시하며 동맹국들의 방위비 증액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린란드부터 남미까지...본토 방어 최우선
헤그세스 장관은 서문에서 "미국이 모든 곳에서 단독으로 행동하거나, 동맹국 지도자들의 무책임한 선택으로 인한 안보 공백을 메우는 것은 미국의 의무도 아니고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전략은 4대 우선순위로 본토 방어, 중국 억제, 동맹국의 국방비 증액을 통한 미군 의존도 감축, 방위산업 기반 확대를 제시했다. 특히 본토 방어는 그린란드부터 남미에 이르는 서반구 전역의 군사작전을 우선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문서는 "미국인들의 이익에 진정으로 중요하고 결정적이며 위험한 위협을 우선시할 것"이라며 "전투에서 승리하고, 이를 통해 우리 국민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전쟁을 억제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북미 미사일 방어체계 '골든 돔(Golden Dome)' 구축과 북극부터 남미까지 "특히 그린란드에 대한 군사적·상업적 접근" 보장이 핵심 과제로 명시됐다.
"한국은 북한 억제 일차 책임...미국은 제한적 지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동맹국들에 대한 미국의 입장 변화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문서는 "한국은 중대하지만, 보다 제한적인 미국 지원을 받아 북한 억제에 일차적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한국 방어에 대한 미국의 관여 수위를 낮추겠다는 명확한 신호로 해석된다.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에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하라고 요구한 데 이어, 미 국방부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동맹국들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의 2026년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7.5% 증가한 65조 8642억 원으로 최종 확정되었으며, GDP 대비 2.42% 수준이다. GDP 5% 기준을 충족하려면 국방비를 현재보다 2배 이상인 약 132조 원으로 늘려야 한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한국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 중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매우 높은 국가 중 하나"라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등 엄중한 안보 상황을 고려해 국방비를 지속 증액해오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욱 주목되는 점은 대만에 대한 언급이 완전히 삭제됐다는 사실이다. 2022년 전략문서는 "대만의 비대칭 자기방어를 지원하겠다"고 명시했으나, 이번 문서에는 대만에 대한 언급이나 보장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은 자국 법률에 따라 대만에 군사 지원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유럽 방어는 NATO에 맡긴다
유럽에 대한 미국의 입장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문서는 "유럽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세계 경제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작아지고 감소하고 있다"며 "유럽에 관여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미국 본토 방어와 중국 억제를 우선시해야 하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는 NATO 동맹국들에게 지속적이지만 관리 가능한 위협"이라며 "NATO 회원국들이 러시아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문서는 "다행히 우리 NATO 동맹국들이 러시아보다 실질적으로 더 강력하다. 독일 경제만으로도 러시아 경제를 압도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 아래 NATO 동맹국들은 국방비를 GDP의 5%로 늘리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유럽에 대한 군사력 배치를 "러시아의 미국 이익에 대한 위협과 동맹국들 자체 능력을 더 잘 고려해"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3~24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3자 평화협상이 진행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트럼프 행정부는 약 4년간 지속된 이 전쟁에 대해 유럽이 더 직접적인 책임을 지도록 압박해왔다.
중동은 역내 파트너 중심...인도태평양은 강화
중동 지역에 대한 접근도 지역 파트너들의 역할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문서는 이란 봉쇄를 중심으로 역내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주된 책임"을 지고 미국의 무기 판매로 이를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중동 주둔 미군을 축소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라크나 가자지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반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군사력을 증강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펜타곤은 일본부터 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이르는 이른바 '제1도련선'을 따라 병력과 방어체계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민주주의" 한 번도 언급 안 해
이번 전략문서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수십 년간 미국 외교정책의 근간이었던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전 세계 민주주의 방어를 원칙으로 했던 NATO 및 동맹국 방어 공약과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또한, 이번 문서는 군사 기획문서치고는 매우 정치적인 색채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서 전반에 걸쳐 이전 행정부들에 대한 비판이 반복되고, 헤그세스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이 다수 포함됐으며,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최근 군사작전을 치켜세우고 "전사 정신" 회복을 5차례나 언급했다. 2022년 전략문서에는 바이든 대통령이나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사진이 단 한 장도 없었고, 이번 문서와 같은 전투적 어조도 없었다.
지난 15년간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다른 지역에 집중하기 위해 중동에서 병력을 철수하려 시도했지만, 또 다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병력을 다시 급파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번 전략이 발표되는 시점에도 수십 대의 전투기를 탑재한 미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 타격단이 이란에 대한 새로운 공습에 대비해 중동으로 복귀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