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 변환 착오가 포브스·AI 학습데이터 확산…구리개발협회도 인용
골드만삭스 "연 40만~80만 톤 증가 전망…장기 강세 유효, 단기 과열은 경계"
골드만삭스 "연 40만~80만 톤 증가 전망…장기 강세 유효, 단기 과열은 경계"
이미지 확대보기투자전문매체 인베스팅라이브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엔비디아가 지난해 5월 발표한 기술보고서에서 1기가와트(GW) 규모 데이터센터 한 곳에 구리 50만 톤이 필요하다고 잘못 표기했으며, 이 수치가 언론 보도와 인공지능(AI) 학습 데이터에 무비판으로 반영됐다고 보도했다.
단위 변환 실수로 2500배 과장
엔비디아 문서에 따르면 직류 54V 전력 시스템을 사용하는 1메가와트(MW) 랙에는 구리 부스바(busbar)가 약 200kg 필요하다. 이를 1GW(1000MW) 규모로 환산하면 20만kg, 즉 200톤이 산출된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이를 '50만 톤'이라고 기재했다.
미국 에너지 분석기관 선더 세드 에너지는 "엔비디아가 '50만 파운드(약 226톤)'라고 표기하려다 단위 변환 과정에서 착오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수치인 200톤과 오류 수치인 50만 톤은 2500배 차이가 난다.
문제는 이 수치가 포브스를 비롯한 주요 언론과 AI 훈련 데이터셋에 그대로 인용됐다는 점이다. 미국 구리개발협회(CDA) 같은 업계 기관도 이 수치를 근거로 시장 전망을 제시했다. 만약 50만 톤이 사실이라면 1GW 데이터센터 한 곳이 전 세계 연간 구리 생산량의 1.7%를 소비하는 셈이다.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30GW 규모를 건설한다면 전 세계 구리 생산량의 절반 가량을 데이터센터가 흡수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수요는 연 40만~80만 톤 증가 전망
이번 오류로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극심한 수요 시나리오는 사실상 무효화됐다. 다만 구리 시장의 장기 강세 논리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NEF는 데이터센터 부문의 연간 구리 소비가 2025~2035년 평균 40만 톤 수준을 기록하고, 2028년 57만 2000톤으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원자재 중개업체 트라피규라는 AI와 데이터센터 관련 구리 수요가 2030년까지 최대 100만 톤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카고에 세운 198MW 규모 데이터센터에는 2177톤의 구리가 투입됐다. 1MW당 약 27톤 수준이다. 전력망 업그레이드, 전기차 보급, 냉각 시스템 등을 포함하면 연간 40만~80만 톤의 추가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리 가격 사상 최고치 경신…골드만 "단기 과열 경계"
구리 가격은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3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구리 선물은 파운드당 5.96달러(약 877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25년 한 해 동안 41% 올랐고, 올해 들어서도 5.2% 추가 상승했다.
인도네시아 그라스버그 광산 산사태로 세계 2위 구리 광산 가동이 중단되면서 공급 차질이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전략 비축 수요가 가세했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구리 가격이 톤당 1만500~1만3000달러(약 1545만~1913만 원) 범위에서 거래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지난해 말 "구리 가격 급등은 단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과열 양상을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는 "자원 제약과 주요 산업의 구조 수요 증가로 장기 강세는 유효하지만, 2026년 상반기에는 미국 외 지역에서 공급 과잉이 나타나 단기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S&P글로벌 오리앙 드 라 누에 에너지전환·핵심금속 컨설팅 책임자는 "3년 전만 해도 AI와 데이터센터는 구리 수요 전망에서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는 이런 신규 수요를 고려하기 전부터 이미 세계가 공급 부족 궤도에 올라서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