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여 대 미군 군용기 투입 작전에서 방공·통신 억제 역할 수행 가능성
우크라이나전 이후 전자전 재부각…미군, 냉전 후 약화된 역량 보강
우크라이나전 이후 전자전 재부각…미군, 냉전 후 약화된 역량 보강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주말 베네수엘라 상공에 전개된 150여 대의 미군 군용기 가운데, 적의 레이더와 통신 신호를 교란하는 전자공격기 EA-18G '그라울러(Growler)'가 방공망을 압도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일(현지 시각) "그라울러는 사람을 공격하는 전투기가 아니라 신호(signals)를 공격하는 플랫폼"이라며, 이번 작전에서 전자전의 위상이 다시 부각됐다고 전했다.
'신호'를 겨냥하는 전자공격 플랫폼
WSJ에 따르면 미군은 이번 작전에 F-22, F-35, F/A-18 전투기와 B-1 폭격기, 드론 등 다양한 항공 전력을 투입해 베네수엘라의 방공·통신 체계를 억제(suppress)했다. 이 과정에서 미 해군 전자공격 비행대대 '재퍼스(Zappers)'가 운용하는 EA-18G 그라울러가 전자전(EW) 임무를 수행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F/A-18F 슈퍼 호넷을 기반으로 한 그라울러는 적 레이더·통신 신호를 포착해 강력한 전파 방해(재밍)를 가하거나, 레이더의 펄스를 샘플링해 여러 항공기가 접근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만(spoofing)을 수행할 수 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토마스 위딩턴 연구원은 "그라울러는 미 공중전력의 전자전 구성요소의 중추(mainstay)로, 적 레이더를 탐지·교란하고 군 통신에도 같은 작업을 수행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후 방공 전력 상대론 '쉽게 우회'
베네수엘라의 방공 전력은 노후화된 구소련·러시아제 체계가 주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S-300 방공 미사일 체계 12기를 보유하고 있다. WSJ는 이스라엘 공군이 지난해 이란 공습에서 S-300 계열을 비교적 쉽게 우회·파괴한 사례를 언급하며, 베네수엘라 역시 정교하지만 수량이 제한된 방공 전력을 갖춘 상대였다고 전했다.
국방 분석가 닉 커닝햄은 "이번에 사용된 전술은 러시아나 중국 같은 동급에 가까운 상대(near-peer adversary)를 상대로는 동일하게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베네수엘라의 경우, 그라울러와 다른 미군 항공기가 노후 방공 체계를 비교적 손쉽게 우회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베네수엘라는 일부 중국제 레이더도 보유하고 있으나, 제인스(Janes)에 따르면 공개된 장비는 구형 모델에 해당한다.
우크라이나전 이후 재부각된 전자전
WSJ는 이번 사례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르네상스'를 맞은 전자전 흐름의 연장선으로 해석했다. 냉전 종식 후 아프가니스탄·중동 분쟁에선 전자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그 결과 미 국방부가 해당 분야를 소홀히 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전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자전 분쟁으로 널리 평가되며, 각국 군이 재밍·기만·대응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는 계기가 됐다.
프랭크 켄달 전 미 공군 장관은 WSJ에 "전자전은 전투기나 함정처럼 눈에 띄지는 않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드론의 대량 운용은 재밍·스푸핑 기회를 확대했고, 러시아는 이 분야에서 축적한 경험으로 미군 장비 일부를 교란한 사례도 보고됐다.
그라울러는 날개와 동체 하부의 전자전 포드에 각종 장비를 탑재하며, 필요 시 대(對)레이더(대방사) 미사일을 사용해 적 레이더를 탐지·파괴할 수도 있다. WSJ는 다만 미군이 의존하는 전자전 포드의 업그레이드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중국과의 경쟁에서 전자전 역량 보강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1234@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