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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6세대 전투기 주도권 흔들리나…독일, FCAS 결단 미루며 '사브 플랜B' 가동설

프랑스 '지분 80%' 요구에 피로감 누적…에어버스–사브 접촉 수면 위로
"전투기는 우리가 최고" 佛 고압에 獨 노조도 반기…F-시리즈 가진 사브가 현실적 대안
유럽 3국(독일·프랑스·스페인)이 공동 개발을 추진해 온 미래전투항공체계(FCAS)의 개념도. 하지만 프랑스의 독단적인 지분 요구에 독일이 스웨덴 '사브'와의 협력으로 선회할 조짐을 보이면서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사진=오픈 소스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유럽 3국(독일·프랑스·스페인)이 공동 개발을 추진해 온 미래전투항공체계(FCAS)의 개념도. 하지만 프랑스의 독단적인 지분 요구에 독일이 스웨덴 '사브'와의 협력으로 선회할 조짐을 보이면서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사진=오픈 소스 이미지

독일·프랑스·스페인이 공동 추진해온 유럽 차세대 6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 FCAS(Future Combat Air System)가 중대한 기로에 섰다. 프랑스의 과도한 지분 요구와 주도권 집착에 피로감을 느낀 독일이 사실상 제동을 걸고, 스웨덴 방산기업 사브와의 협력을 축으로 한 '플랜B'를 가동하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사전문 매체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6일(현지 시각) "베를린의 지연은 우유부단이 아니라 계산된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시한 넘긴 FCAS…독일은 왜 멈췄나


FCAS는 유인 6세대 전투기(NGF)를 중심으로 무인 윙맨 드론, 네트워크화된 전장 시스템을 통합하는 유럽 최대급 항공전력 프로젝트다. 당초 2025년 말까지 사업 지속 여부와 개발 구조를 확정하기로 했지만, 연말이 지나도록 최종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정상급 정치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독일 정부는 연말 외교·안보 의제 속에서 FCAS를 논의할 시간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며 결정을 미뤘다.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이를 두고 "독일이 이미 대체 시나리오를 상당 부분 정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파열음의 본질…佛 '80% 지분' 요구


갈등의 핵심은 프랑스의 독주다. 프랑스는 전투기 핵심 영역에서 프로젝트 지분 80%를 요구하며 사실상 단독 주도 구조를 고집해 왔다. 여기에 "전투기는 프랑스만이 제대로 만들 수 있다"는 식의 공개 발언까지 겹치며 독일 정치권과 방산업계의 반감을 키웠다.

독일 내부에서는 이미 "더 이상 프랑스 요구에 끌려갈 필요가 없다"는 기류가 확산됐다. 독일 노조들마저 FCAS 참여 중단을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베를린 입장에서는 '손절'의 정치적 부담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에어버스–사브 접촉 공식화…조용히 움직인 플랜B


이 공백을 메우는 축이 바로 사브다. 에어버스 디펜스 앤드 스페이스와 사브 간 접촉은 지난해 10월부터 거론됐고, 12월에는 미카엘 요한손 사브 최고경영자가 독일 언론 인터뷰에서 협상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요한손 CEO는 협력에 열려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도 △각국의 명확한 정치적 약속 △스웨덴의 독자적 설계·생산 권한 보장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는 프랑스 중심의 수직적 지배 구조와는 정반대의 모델이다.

사브는 이미 스웨덴 정부 지원 아래 차세대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인 'F-시리즈'를 추진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유인 전투기와 충성형 무인 윙맨(loyal wingman)을 결합한 유·무인 복합체계(MUM-T)를 핵심 개념으로 삼고 있다. FCAS가 지향해 온 방향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는 셈이다.

독일로서는 프랑스식 '독점형 FCAS'를 벗어나더라도 기술적 연속성을 유지한 채 새로운 유럽형 6세대 전투기 구도를 설계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확보한 것이다.

베를린의 시선, 파리에서 스톡홀름으로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메르츠 총리가 지금 더 관심을 둘 대상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아니라,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이 FCAS 결단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미 스웨덴과의 백업 옵션을 상당 수준 조율해 둔 상황에서, 프랑스와의 힘겨루기에 굳이 서둘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FCAS의 표류는 단순한 일정 지연이 아니다. 유럽 차세대 전투기 주도권을 둘러싼 프랑스 단독 모델과 독일–스웨덴 분권형 모델의 충돌이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에 가깝다. 베를린의 '침묵'은 우유부단이 아니라, 다음 30년 유럽 항공전력 지형을 좌우할 선택을 앞둔 전략적 여유일 가능성이 크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1234@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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