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조낙·미쓰이화학, 중성자 차단 반도체 및 우주 생식 연구용 키트 개발
우주 산업 축, 발사체에서 ‘실거주’로 이동… 고기능성 소재 기술이 핵심 경쟁력
2035년 1조8000억 달러 시장 폭발… 소재 기술 선점 경쟁 치열
우주 산업 축, 발사체에서 ‘실거주’로 이동… 고기능성 소재 기술이 핵심 경쟁력
2035년 1조8000억 달러 시장 폭발… 소재 기술 선점 경쟁 치열
이미지 확대보기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9일(현지 시각) 레조낙홀딩스와 미쓰이화학 등 일본 기업들이 우주용 첨단 소재 개발을 완료하고 국제우주정거장(ISS) 실증 실험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중성자 잡는 반도체 소재…우주 스마트폰 시대 연다
레조낙홀딩스는 우주 방사선에 포함된 중성자를 흡수하는 반도체 ‘봉지재(Encapsulant)’를 개발했다. 봉지재란 반도체 칩을 감싸서 외부의 충격·습기·먼지로부터 보호해주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우주 공간에서는 쏟아지는 중성자가 반도체 회로에 충돌해 오작동을 일으키는 ‘소프트 에러(Soft Error)’가 빈번하다. 이 때문에 기존 우주 기기에는 연산 능력은 낮지만 회로가 굵어 오류가 적은 구형 반도체를 주로 사용해야 했다.
레조낙은 소재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해 봉지재에 붕소(Boron)를 배합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았다. 회사 측은 이 소재가 칩에 도달하는 중성자 양을 기존보다 20% 줄인다고 분석했다. 지난 10월 발사한 보급선에 해당 소재를 적용한 실험 기기를 실어 보냈으며, 다음 달부터 ISS 일본 실험동 ‘키보’에서 성능 검증을 시작한다.
후쿠시마 마사토 레조낙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반도체 소재 노하우는 우주에서 강력한 무기가 된다”면서 “오는 2026년 우주 전용 프로젝트를 정식 출범하고 10년 안에 사업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우주 공간에서도 지상과 똑같이 고성능 스마트폰이나 서버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우주에서 아이 낳을 수 있나”…생식 연구용 키트 개발
미쓰이화학은 우주 장기 체류 시 발생할 수 있는 인체 영향을 검증하기 위해 특수 세포배양 키트를 개발했다. 핵심은 산소 투과율을 높인 특수 폴리올레핀 수지 필름이다. 미세 중력 환경에서도 세포가 활발히 성장하도록 돕고, 투명도가 높아 관찰이 쉽다.
미쓰이화학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협력해 오는 2028년 쥐의 정자 세포를 우주로 보내 배양하는 실험을 진행한다. 우주 환경이 포유류의 생식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야마자키 마사카즈 JAXA 주임연구개발원은 “본격적인 우주 거주 시대를 앞두고 생식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일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2581조 원 시장 향한 소재 전쟁
세계경제포럼(WEF)은 전 세계 우주 시장 규모가 2023년 6300억 달러에서 오는 2035년 1조8000억 달러(약 2581조 원)로 3배 가까이 성장한다고 내다봤다. 특히 2030년 ISS 퇴역 후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 등 민간 주도의 우주정거장 건설이 본격화되면 ‘우주 의식주’ 시장이 폭발적으로 열린다.
소재 기술의 진화는 우주 운송 혁명과도 맞물려 있다. 미쓰비시케미칼그룹은 1500도 고열을 견디는 탄소섬유 복합재를 개발 중이다. 우주 공간을 경유해 지구 반대편을 2시간 내에 주파하는 초고속 수송기(Spaceplane) 동체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내년부터 JAXA와 공동으로 초고온 내열 실험을 진행한다.
전문가들은 우주 소재 기술이 지상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고 분석한다. 나카고시 아키라 미쓰비시케미칼 매니저는 “엄청나게 뜨거운 열에 녹지 않고 버티는 우주용 내(耐)플라스마 소재 기술은 지상의 핵융합 발전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우주선 발사 때 우주인이 받는 충격을 줄이려고 나사(NASA)가 만든 저반발 베개나 알루미늄 캔 기술이 우주 개발 과정에서 파생됐듯이 극한 환경을 극복한 소재 기술은 제조업 전반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촉매제가 된다.
이외에도 미국 시에라 스페이스가 우주에서 부풀려 사용하는 거주 모듈을 개발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의 ‘우주 선점’ 경쟁은 이미 치열하다. 범용 석유화학제품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는 소재 기업들에 우주 시장은 놓칠 수 없는 신성장 동력이다.
다만 일본 산업계 일각에서는 우주 실증 인프라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내 실험 시설이 부족해 실제 검증과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이다. 오모테 도시히코 미쓰이화학 CTO는 “우주 시장에 먼저 진입해야 고도의 요소 기술을 선점할 수 있다”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우주 산업이 ‘탐사’에서 ‘생활’로 진화하는 변곡점에서 극한 소재 기술 확보 여부가 향후 반도체·바이오 산업의 주도권을 가를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