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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4680 배터리 공급망 흔들…엘앤에프 계약 규모 99%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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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4680 배터리 셀. 사진=테슬라

테슬라의 차세대 배터리 전략의 핵심으로 꼽혀온 4680 원통형 배터리를 둘러싼 공급망에 중대한 균열이 발생했다.

테슬라에 양극재를 공급해 온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 엘앤에프의 공급 계약 규모가 사실상 전면 축소되면서 4680 배터리 프로그램 자체가 위기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엘앤에프가 테슬라와 체결했던 대규모 배터리 소재 공급 계약의 가치가 99% 이상 줄어들었다고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엘앤에프는 이날 공시를 통해 테슬라에 공급하기로 했던 고니켈 양극재 계약 금액을 대폭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엘앤에프는 지난 2023년 초 테슬라에 4680 배터리용 고니켈 양극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계약 규모를 29억 달러(약 4조1615억 원)로 공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공시에서 이 계약의 현재 가치는 7386달러(약 1060만 원)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사실상 계약이 무력화된 셈이다.

엘앤에프는 계약 축소 이유로 “공급 물량 변경”을 들었지만 구체적인 배경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해당 양극재가 테슬라의 4680 배터리를 전제로 한 것이었고 이 배터리를 사용하는 차량이 현재로서는 사이버트럭 한 차종에 불과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 사이버트럭 부진이 4680 수요 급감으로


현재 테슬라 차량 가운데 자체 생산한 4680 배터리를 사용하는 모델은 사이버트럭이 유일하다. 일렉트렉은 “사이버트럭 판매 부진이 4680 배터리 수요 감소로 직결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테슬라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기가팩토리5에서 연간 최대 25만대의 사이버트럭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 판매 속도는 연간 2만~2만5000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재고가 늘자 할인 금융 상품을 도입했고 이후 연 0% 할부 조건까지 제시하며 판매 촉진에 나섰다.
이같은 상황에서 테슬라는 지난 9월 가장 저렴한 사양의 사이버트럭 판매를 중단했다. 수요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사이버트럭 생산 확대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4680 배터리 수요도 함께 줄었고 엘앤에프의 공급 계약 역시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 ‘배터리 성배’ 구상, 현실의 벽에 부딪혀


4680 배터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배터리 비용을 절반으로 줄이고 2만5000달러(약 3587만5000원) 전기차를 가능하게 할 핵심 기술”이라고 강조했던 제품이다. 그러나 배터리 데이 이후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대량 생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렉트렉은 건식 전극 공정의 난이도로 인해 4680 배터리의 안정적인 양산이 여전히 쉽지 않으며 실제 적용 사례도 판매 부진에 빠진 사이버트럭에 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 계약이 99% 줄어들었다는 점은 테슬라가 4680 배터리 생산 확대를 포기했거나 최소한 속도를 크게 늦추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일렉트렉은 분석했다.

테슬라가 향후 선보일 예정인 무인 차량 ‘사이버캡’에도 4680 배터리를 적용할 계획이지만 이 모델 역시 2026년 초 출시를 목표로 하면서도 완전자율주행 기술 완성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향 장치가 없는 형태로 출시될 경우 생산 규모는 사이버트럭보다 더 제한적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렉트렉은 “공급 계약이 99% 축소됐다는 것은 사실상 계약이 취소됐다는 의미”라며 “4680 배터리 프로그램은 더 이상 테슬라의 핵심 성장 동력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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