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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삼성전자, AI 메모리 특수로 2026년까지 호황 전망

HBM 수요 급증에 D램·낸드 공급 부족…가격 안정세 3년 지속 예상
삼성전자 기술 지연이 변수…마이크론 주가 3배↑, 애널 88% 매수 추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앞줄 가운데)이 22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첨단 복합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인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앞줄 가운데)이 22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첨단 복합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인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폭증이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전통적인 '호황-불황' 사이클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블룸버그는 23(현지시각) 뉴스레터를 통해 AI 컴퓨팅 확산에 따른 고부가 메모리 수요 급증으로 과거 반복됐던 공급 과잉 및 가격 붕괴 위험이 크게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마이크론, '사상 최고' 행진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이례적인 장기 호황을 맞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매출과 시가총액에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월가는 이들 기업의 성장세가 현재 수준에서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 키옥시아홀딩스는 낸드플래시 전문 업체임에도 지난해 12월 기업공개(IPO) 이후 주가가 6배 이상 급등했다. 기술 문제로 고전했던 삼성전자도 올해 메모리 부문 실적이 빠르게 회복했다.

마이크론 주가는 올해에만 3배 이상 올랐다. 전체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88%가 매수 의견을 제시할 정도다. SK하이닉스는 추천 비율에서 마이크론을 넘어섰다. 두 기업 모두 순이익이 얼마 전 매출 수준을 넘어서는 이례적인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AI가 만든 '3중 호재'


메모리 업체들은 AI가 가져온 세 가지 구조적 변화를 호황의 배경으로 꼽는다. 먼저 AI 소프트웨어가 막대한 데이터를 필요로 하면서 전례 없는 수요가 발생했다. AI는 또한 이 데이터를 최대한 빠르게 처리해야 하기에 고속 인터페이스를 갖춘 고가 메모리가 필요하다.

제조 난이도가 높은 이런 첨단 메모리 생산이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면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용 범용 메모리 생산 여력은 오히려 줄었다. 결과적으로 전체 메모리 공급이 제한되면서 가격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다.

엔비디아 등 AI 장비 제조사들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특히 수혜를 입었다. 반면 1990년대 이후 업계를 지배해온 삼성전자는 기술적 문제로 대응이 늦었다. 과거 삼성전자는 재무 여력을 동원해 생산을 급격히 늘려 공급 과잉을 주도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패턴이 나타나지 않았다.

2026년까지는 안전…삼성 기술 진척이 변수


새 공장을 땅을 고르는 단계부터 건설하면 가동까지 1년 이상 걸린다. AI 수요가 갑자기 무너지지 않는 한 2026년까지는 메모리 공급 과잉 가능성이 낮다는 게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여전히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불과 2023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합쳐서 100억 달러(148000억원)가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메모리 업계에서는 실적이 빠르게 바뀌는 게 일상이다.

일부 업계 임원들은 "이번에는 다르다"며 과거를 교훈 삼지 말라고 주장하지만,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기술 진척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양산 체제를 본격화하면 공급 증가로 가격 압박이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는 엔비디아나 인텔 같은 복잡한 프로세서가 연산을 수행하는 작업 환경을 제공하는 D램과 정보를 저장하는 낸드플래시로 나뉜다. 데이터센터부터 스마트폰, 자동차, 가전에 이르기까지 모든 컴퓨팅 기기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한 기업 제품을 다른 기업 제품으로 직접 대체할 수 있어 범용 상품 성격이 강하다. 단기 수요 변동이 크고 공장 건설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구조 탓에 공급 과잉 국면이 반복됐고, 그때마다 가격이 생산 원가 아래로 폭락했다.

메모리 제조사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키옥시아 등 4곳뿐인 이유도 여기 있다. 현대 메모리 산업을 개척한 인텔과 반도체 강국 대만 기업들도 모두 이 시장을 떠났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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